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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영철 Francis Jan 03. 2023

心想事成

원하는 것은 이뤄진다

태양 입장에서 본다면 매일 동쪽 지평선이나 수평선에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고개를 내미는 일은 당연한 일이다. 그것이 어제든 오늘이든 혹은 내일이든. 간혹 구름 커튼 때문에 지평선이나 수평선을 한참 벗어나 사람들의 눈에 불편하게 보이긴 해도, 해는 항상 별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 단잠을 포기하고 솟아오르는 해를 찾아 새벽길을 나서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특히 새해 첫날 일출은 그 해(年)의 시작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늘 수많은 사람들로 말미암아 엄청 북적거리곤 했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잠시 멈칫하던 그 풍경이 올해는 느슨해진 듯하다. 그러나 팬더믹 이전이나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그 현장을 스케치하기 위해 새해 첫날부터 바다를 찾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경주를 중심으로 해서 위쪽으로 칠포, 월포... 아래쪽으로 감포 등.


작년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모여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은, 출입을 막아 새벽 찬 바람을 뚫고 온 이들은 각자의 승용차 안에서 일출을 만나야 했었다. 일부 극성스러운 사람들이 통제선을 넘어 바다가 모래밭을 거닐었지만, 그들을 해산시킬 법적 근거가 없는 듯 경찰들도 확성기로 권유만 할 뿐이었다.


올해는 몇해 만에 해안 출입이 자유로웠다. 새벽 해풍에 긴 호흡을 내 쉬며 이런저런 풍경(일출과 사람들)을 찍던 나는, 왜 사람들이 새해 첫날 해에 특별한 의미를 두는지 생각해 보았다. 그냥 호기심에 일출을 찾는 이도 있을 것이고 나 같은 어정쩡한 사람도 있을 테지만, 간절한 소망의 성취를 빌거나 스스로에게 한 각오를 다지기 위한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것이다.


심상사성(心想事成)이라는 말이 있다. 원하는 것이 절실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새해 첫날 그 새벽 일출을 보면서 기도하는 사람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다. 각오를 다짐하는 이들에게도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설사 자신의 각오가 작심삼일이 될지언정 적어도 삼일 동안은 뭔가를 해 보려고 노력하지 않았는가?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도 있는데.


떠오른 해에 초점을 맞춘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던 나도 스스로에게 심상사성의 맘을 갖도록 토닥이고 한 가지 다짐도 했다. 계획하고 있는 공부(학위 논문)에 게으르지 말자고. 시간이 없다는 것은 핑계다. 절실하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하는 합리화다.


이번 대학수학능력시험 만점자가 총 3명이라고 한다. 코로나19로 학교 수업이 파행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아무래도 n수생들에게 유리한 사항이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그중 2명이 고3 재학생이었다. 독서실에 폭 파묻혀 하루 종일 공부할 수 있는 n수생들과 등하교를 하면서 이런저런 학교일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고3과... 산술적 시간으론 비교가 되지 않지만 역시 ‘바쁘다는 것은 핑계’다. 문제는 시간을 어떻게 잘 관리하면서 쓰느냐가 관건이다.


시간이 없으면 잠이나 기타 것들을 줄이면 된다. 나도 그런 다짐을 해 본다. 새해엔 술 때문에 뺏기는 시간도 챙겨 볼 일이다. 지금은 2023년 첫 주일이다. 어령부령 하다  설날 전 후로 이것저것 챙기다 보면 1월 훌쩍 자취를 감추고 말 것이다. 게다가 짧은 달 2월은... 그렇게 봄과 여름, 가을을 지내고 나면 오늘부터 남은 363일(365-3=)은 움켜쥔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다 빠져나가고 말 것이다.


좀 더 시간이 지나 나이 많은 것을 무슨 훈장이나 완장으로 삼아 잔소리로 하루를 열고, 뒷방 늙은이처럼 살지 않기 위해 차곡차곡 준비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도 해 본다. 염색을 안 하고 지낸 지 오래됐다. 염색을 해도 돌아 서면 얼마 되지 않아 백발에 또 염색을 하면서 시간을 허비하다 보니 그냥 백두(白頭)로 살기로 했다. 이 나이에 누구한테 젊어 보일일도 없고 멋이나 낼 형편도 아니고... 그냥 그렇게 살기로 한 것이다. 2023년 다이어리 첫 장에 자필로 이렇게 쓰고 이 해를 시작해 본다.


                            “간절하면 방법이 생긴다. 그러지 않으면 핑계만 있을 뿐!”


     <작년에는 이런 출입 통제선이 새해 첫날 일출을 보러 많은 이들의 출입을 온 해안에서 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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