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장군은 참으로 억울하게 죽었을까? (3)

남이는 큰 소리로 부르짖었다. "영웅의 재주를 잘못 썼구나!”

by 두류산


전하, 유자광이 신을 무고한 것입니다


남이는 한 밤중에 갑자기 체포되어 창덕궁 동쪽에 있는 수강궁(훗날 창경궁이 됨) 후원의 국문장에 끌려왔다. 남이는 어떻게 거사(擧事) 계획이 새어나갔는지 짐작을 할 수가 없었다. 거사계획이 탄로 났다는 것을 알았으나 일단 모든 사실을 부인했다.


임금은 새벽이 다가오도록 남이가 아무 잘못을 저지른 바가 없다고 계속 주장하자 유자광을 불러 남이와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직접 말을 하게 하였다.

남이는 비로소 자신이 이렇게 된 것이 유자광의 고발 때문임을 알았다.


남이는 부르짖었다.

"전하, 유자광은 본래 신에게 불평을 가졌기 때문에 신을 무고한 것입니다. 신은 충성스러운 선비로 평생에 충신 악비(岳飛)를 자처하며 살아왔는데, 어찌 불충(不忠)을 저지르겠습니까?”

악비는 남송(南宋) 시대의 무인으로 여진족이 세운 금나라에 대항해 싸워, 충절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남이는 자신이 거사를 위해 포섭했던 민서와 문효량이 자백을 하여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되었다. 남이는 결국 임금에게 구체적인 거사계획을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창덕궁과 수강궁 두 궁은 담이 얕아서 거사할 때에 바깥사람이 알기가 쉽기 때문에 전하께서 산릉(山陵)에 나아갈 때에 사람을 시켜 두 궁을 불 지르게 하고 성상이 경복궁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려서, 12월 사이에 신이 강순과 더불어 일시에 입직(入直)하기를 약속하여, 신은 입직하는 겸사복(兼司僕)을 거느리고, 강순은 입직하는 도총부 군사를 거느리고 거사하려고 하였습니다. 강순이 말하기를, ‘고향인 보령의 군사 가운데 당번으로 서울에 있는 자가 1백여 인인데, 만약 때에 임하여 말하면 반드시 따를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산릉은 제왕의 묘를 가리키는 말로, 선왕인 세조의 묘를 말했다.


남이는 말을 이었다.

"다른 날에 강순과 더불어 같은 날 궁궐에 숙직하였는데, 강순이 신의 숙직하는 곳에 들러 《고려사》를 보다가 강조(康兆)가 목종을 시해하고 현종을 세운 것에 대해 논하기를, ‘그때는 잘못이라고 하였으나 후세에서는 잘했다고 하니, 지금의 형세와 같다.’고 하였습니다. 신이 말하기를, ‘장차 우리가 임금으로 삼을 이는 누구일까?’ 하니, 강순이 말하기를, ‘내가 일찍이 보성군과 더불어 국가의 일을 논하였는데 보성군이 탄식하지 아니함이 없었고, 그 아들 춘양정이 세 번이나 우리 집에 왔다가 갔으므로 마음에 없는 것이 아니다.’고 하였습니다.”

보성군은 세종대왕의 형님인 효령대군의 아들이고 세조와 사촌 형제지간으로 강순과 남이 등 무인들과 잘 지냈다. 셋째 아들인 춘양정은 종친이면서 대과에 급제하여 조정의 신망이 높았다. 또한 보성군의 둘째 아들 율원정은 이시애 난에 공을 세워 적개공신에 책봉되었다. 특히 넷째 아들 평성정은 왕실 호위 군대인 내금위장으로 거사를 할 때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실록에 의하면, 남이의 진술을 임금 곁에서 대신들과 함께 듣고 있던 강순은 남이에게 소리쳤다.

"경망한 자야! 나를 어찌 너와 더불어 모의하였다고 하느냐? 내가 너에게 명철한 주상전하를 힘써 도와야 한다고 하지 않았느냐?”


남이는 강순을 노려보고 소리 높여 말했다.

"내가 거짓을 말했다고 하는 것이오? 대감은 나와 같이 죽는 것이 옳은 길이요. 대감은 이미 정승이 되었고 나이도 많으니 죽어도 후회가 없을 것이나, 나는 겨우 스물여섯인데 진실로 애석하오.”

남이는 강순에게서 눈을 돌려 하늘을 올려다보며 큰 소리로 부르짖었다.

"영웅의 재주를 잘못 썼구나!”


남이는 거사계획 단계부터 유자광을 포섭하기로 마음먹었다.

유자광과는 전쟁터에서 함께한 동지적인 관계였다. 게다가 유자광은 무장들인 신(新) 공신들과는 긴밀한 유대가 있으나, 구공신들과는 거리가 있었다. 남이는 유자광은 어차피 자신의 수하로 들어오지 않으면 갈 데가 없는 자라고 생각했다.


이것은 남이의 치명적인 오산이었다.



(다음 편에 계속)







(사진 출처)

https://sskn1324.tistory.com/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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