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은 79세의 연세인데 소녀같이 여행을 즐기신다
장모님은 올해 79세가 되신다.
얼마 전에 워싱턴에 오셔서 한 달 정도 계셨다.
미국 서부에도 다녀오시고, 건강하게 여행을 즐기시다 귀국하셨다.
워싱턴행, 서울행 비행기도 혼자서 타시고
소녀같이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여행을 다니신다.
우리가 영국에 있을 때도
‘영국이 제2의 고향 같다’고 하실 정도로
자주 들리시어 여행을 즐기셨다.
장모님이 77세로 희수(喜壽)의 연세이실 때
80십 넘어가면 비행기 타기도 힘드실지 모른다며,
모시고 함께 해외여행을 했었다.
중국 장가계(張家界) 여행에 나섰다.
'사람이 태어나서 장가계에 가보지 않았다면,
100세가 되어도 어찌 늙었다고 할 수가 있겠는가?'
하는 말이 있을 정도이니 일단 장모님이 더 이상 나이 드시기 전에 가보아야 할 곳이다.
장가계는 걷는 코스가 많았다.
대협곡과 귀곡 잔도, 원가계 코스 등
절경을 보며 걷는 코스들이다.
그중에서 도착하는 첫날 대협곡 탐방이 인상적이었다.
대협곡은 산자락 깊은 계곡에 비경을 숨기고 있었다.
우선 내려가는 길이 비밀스럽다.
커다란 바위산에 조그만 틈새 길이 있는데
까마득히 밑이 보이지 않는 높이가 수백 미터나 되는 수직 통로가 있었다.
수직으로 내려가는 길은 때로는 계단으로
계단을 만들 수 없는 길은
아예 몸을 뉘어 미끄러져 내려가야 했다.
내려가기 위한 다른 선택이 없다.
누구든지 수로(水路) 모양으로 설치된
돌을 깎은 미끄럼 통을 타고 내려가야 했다.
몸의 하반신을 완전히 덮는 포대자루를 착용한 후
미끄러지며 내려오게 된다.
잠시나마 아이들처럼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다.
약간 고난도이고, 무서울 수도 있는데
장모님은 모험심 가득한 소녀 같은 표정으로
멋지게 잘 내려오셨다.
지금도 아내와 그 장면을 떠올리면 웃음이 나온다.
협곡의 아래에 도착하여 하늘을 올려다보니,
저 멀리 하늘이 절벽 바위 틈새의 구멍처럼 뚫려있다.
계곡 아래쪽은 완전히 별천지이다.
넓은 공간에 높은 협곡의 바위 사이에서
내려 떨어지는 폭포를 만나고
계곡 가운데로 흐르는 물을 따라 걷게 된다.
틈틈이 하늘을 올려다보면, 계곡 사이로 파란 하늘이 멀리 보인다.
예전에 한 가족이 역적의 집안이 되어 관군을 피해 도망 와서
이곳에 정착하여 살다가
나중에 왕조가 바뀐 줄도 모르고 살았다고 한다.
세상 밖에서는 이곳 깊은 지하에
사람이 살만한 공간이
있을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라도 하겠는가.
그래서 이곳이 예전부터 무릉원이라고 불리었다.
협곡을 2시간 반 정도 걸어 내려가면 큰 호수를 만나게 된다.
그곳에서 배를 타고 한참 나와야 넓은 세상으로 나오게 된다.
그러니 이곳은 협곡으로, 호수로 완전히 외부와 차단된 곳이다.
장모님은 의외로 잘 걸으셨다.
아쿠아 수영을 하시는데
물속에서 체조와 걷기를 하신다고 한다.
그게 효과를 보는듯하다.
저렇게 여행을 좋아하고, 또 잘 걸으시니
곧 80세 기념 여행을 계획해야겠다.
온천과 게 맛을 즐기는 홋카이도 여행을 생각하고 있는데, 정해지면 모시고 가야겠다.
장모님을 보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사진 출처)
https://www.wishbeen.co.kr/plan/91168dc27b13bb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