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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을 관조하는 욘 포세의 『아침 그리고 저녁』

by 두류산 Mar 11. 2025

  2023년 노벨상을 받은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Jon Fosse)의 『아침 그리고 저녁(Morgen und Abend)』은 문학적 명상에 가까운 작품이다. 절제된 언어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바라보는 이 소설은 마치 잔잔한 파도가 마음을 두드리는 듯 감동을 선사한다.


 이야기는 한 인간의 탄생과 죽음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소설은 연극처럼 두 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1막은 주인공 요한네스가 태어나는 순간을 담고 있으며, 2막은 그의 죽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구조는 삶과 죽음이 맞닿아 있다는 점을 느끼게 한다. 소설 속에서 시간은 직선적인 흐름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그리고 환상이 뒤섞이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요한네스의 죽음에는 심각성이 없다. 출생과 마찬가지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순간들로 묘사된다. 태어나는 것도, 죽어가는 것도 극적인 사건이 아니라 마치 아침에는 해가 떠오르고, 저녁에는 노을이 사라지듯 일상적인 흐름 속에 존재함을 알려준다. 


 마침표가 없는 대신 쉼표를 사용하며 전개하는 방식은 요한네스가 두서없이 떠오르는 머릿속 생각을 그대로 옮겨 적은 느낌이다. 반복되는 짧고 단순한 문장은 마치 파도가 밀려오듯 일정한 리듬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전개방식은 삶과 죽음의 순환적 리듬을 떠오르게 한다. 


 아내와 대화를 나누다가 각자 잠자리에 들었는데, 다음 날 아내가 죽어 있는 장면은 삶과 죽음의 경계가 얼마나 희미한지 보여준다. 요한네스는 그 장면을 회상하면서 “그래 그래 그런 거겠지”하며 죽음조차도 삶의 일부임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버지의 이름을 아들에게 붙이는 것은 삶이 이어지고 순환하는 의미를 보여준다. 제목이 암시하듯 인생은 아침에 시작되어 저녁에 끝난다. 작가는 죽음이 끝이 아니라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죽음처럼 주인공의 죽음도 또 다른 시작임을 암시한다. 


 우리는 언제나 익숙한 하루를 보내지만, 그 속에서 죽음은 예고 없이 찾아올 수 있다. 출생과 죽음의 순환이 계속되는 세상에 태어나, 죽음을 남겨둔 나는 남은 시간 어떻게 살아야 할까? 결국 삶이란 한 순간 한 순간, 모든 순간이 소중함을 알아채야 한다. 항상 감사하며 즐거움으로 순간순간을 충실하게 채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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