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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류산 Jun 15. 2022

아들, 엄마에게 네 빈자리가 크다

먼저 입대한  동생에 이어 네 방마저 비었으니 엄마의 마음에 구멍이 났다

작은 아이가 아직 군대에서 제대를 하지 않았는데 큰 아이도 군대에 갔다.

아빠도 현역 장교로 다녀왔고, 두 아들이 사병과 장교로 각각 군에서 복무한다.

나라에 병역의무를 충실히 이행한다는 점에서 우리 삼부자는 당당하다. 


방 세 개의 집에 두 아들의 방이 덩그러니 비었으니 아내가 허전하다. 





사랑하는 아들, 아빠다.

잘 지내고 있니?

고생이 많겠구나.


엄마에게 네 빈자리가 크다.

먼저 입대한  동생의 방도 썰렁한데 네 방마저 비었으니......

엄마의 마음에 큰 구멍이 났다.


오늘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다녀왔다.

두 분은 너희들 형제의 안부부터 물었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엄마가 준비한 음식으로 식사를 맛있게 드셨다.

엄마가 싱싱한 제주 갈치를 구해, 할아버지가 좋아하시는 물김치와 함께 구워서 반찬으로 올렸는데 밥 한 그릇을 뚝딱 드셨다.


집에 돌아오니 밤이 늦었지만 엄마랑 산책에 나섰다.

예술의 전당으로 갔다. 네 어릴 적에 얼마나 귀여웠는지 이야기하였다.

네가 막 걷기 시작할 때, 도련님 한복을 입고 뒤뚱뒤뚱 넘어질 듯, 뛰듯이 걷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던 아이가 갑자기 뛰듯이 빨리 걷다니, 엄마 아빠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놀랍고 신기하여 지금도 그 광경을 생각하면 익사이팅하다. 


동생이 휴가 나왔다.

두 아들의 방이 모두 비어서 허전했는데, 잠시나마 방 하나가 채워졌다.

모처럼 집에 훈기가 돌았다.


하루 사이에 다가오는 엄마와 동생의 생일을 맞아, 합동으로 생일 축하 식사를 했다.

넓적 탕수육을 잘하는 우리가 잘 가던 서초동의 중국집이다.

너도 기억날 것이다.

탕수육 외에 무엇을 더 먹은 지 상세히 이야기하기에는 네 환경이 안 좋구나.

훈련 끝나고 서울에 왔을 때 실컷 먹자.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다. 지금 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지난번 너의 편지에 장교 훈련 3개월에 국가가 한 사람당 천만 원 정도를 지출하니 장교후보생 훈련은 ‘3개월 천만 원 프로젝트’라고 했다. 우리 아들이 힘든 훈련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임한다고 하니 대견한 마음이다.

 

네가 궁금할 소식을 전한다. 아쉽게도 썩 좋은 소식은 아니다.

리버풀이 안필드에서 노리치시티와 비겨버렸다.

리버풀이 일방적으로 압도한 경기였다. 여러 차례 골 찬스가 무산되었고, 종료시간을 앞두고 수아레스의 슛이 아슬아슬하게 빗나가 결국 무승부가 되었다.


영국과의 시차로 새벽 1시 반부터 시작한 경기였다.

네가 있었으면 새벽잠을 설치고 보았으리라 생각하고 아빠가 힘을 내어 너 대신 보았다.

좋은 소식을 생생히 전하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네가 훈련을 무사히 마치고 건강하게 웃는 모습, 빨리 보고 싶다.

너에게 아빠의 깊은 허그를 보낸다.

사랑한다. 아빠가.





(사진 출처)

https://kr.freepi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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