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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류산 Jul 20. 2022

군대 훈련소, 무~척 편합니다

군대 훈련소에서 아들이 보낸 편지

군대 훈련소에서 아들의 편지가 도착했다. 

아들은 매주 일요일, 부대에서 주는 '효도편지'를 쓰는 시간을 활용하여 지난 1주 동안 훈련소에서 겪은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해준다. 가족들은 수요일쯤 되면 아들의 편지가 도착하기를 기다린다. 


 수요일, 아들의 훈련소 소식이 담긴 글이 집으로 날아들었다. 





어머니, 아버지, 형님께!

 

필! 승! 

아직 2주 차밖에 안 됐는데 벌써 후임이 들어왔습니다. 

후후후, 아이고 고소해라. 우리 딴에는 선임이라고 엄청 겁을 주고 있습니다. 


매일 빠지지 않고 보내주시는 편지는 잘 받고 있습니다! 애들이 부러워합니다, 후후후. 

뭐 하여튼 훈련소 생활은 아직 무~척 편합니다.

우리가 최초로 ‘동기부여(얼차려)’를 사용하지 않고 ‘점수’로 훈련병들을 훈련시키는 시험적인 기수라고 합니다. 결과는? 군기가 전혀 안 잡히고 무슨 캠프에 온 것 같습니다. 허허. 


그래도 저는 열심히 합니다. 대답도 제일 대성 박력이고요! 

대성 박력, 동작 신속, 군기 확립, 경례 철저...... 

이제 이번 주면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갈 듯합니다. 빨리 했으면 좋겠어요. 몸을 만들고 살을 빼야 합니다! 


음, 여하튼 제 걱정은 마십쇼! 대한민국 남자라면 한 번쯤은 경험해도 좋은 것 같아요. 

아, 그리고 내 사진 보셨습니까? 사진을 보고 온 가족이 폭소를 하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머리를 깎고 바로 찍은 거라 머리가 심각하게 짧을 때였습니다. 지금은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참고로 머리는 랜덤으로 이발 도우미로 차출된 훈련병이 잘랐습니다. 두피 벗겨지는 느낌이었습니다. ㅋㅋ



아빠, ‘괄목상대’의 기원을 구체적으로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몽은 참 멋진 사람이었군요. 

아빠, 저는 음식물쓰레기 제로의 살아있는 표본입니다. 음식을 남긴 적이 없습니다. 잔반제로! 

환경을 사랑하지는 아빠, 자부심을 가지십쇼!


엄마, 저는 장가가더라도 아빠처럼 매주 본가를 찾아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엄마가 보내시는 성경구절들! 감사합니다. 

저는 제 가족이 100% 좋습니다. 엄마는 엄마고, 아빠는 아빠고, 형은 형이어서 좋습니다.

 

형, 원피스/나루토/배가본드 스포일러 요망. 

형의 연재만화 스포일러 인기는 폭발적이야 ㅋㅋ 

소대 근무병이 “편지 왔다!”하고 외치면 애들은 “재선이 형한테 왔어?” 이런 식으로 형의 편지를 기다리지 ㅋㅋ 형의 편지는 대외적으로도 유명해져서 다른 내무반이나 모르는 애들도 빌리러 와 ㅋㅋ


엄마, 아빠, 형, 모두들 잘 지내고 있으십쇼! 보고 싶습니다!


2010년 3월.

차남 드림.





 편지를 읽으니, 아들이 훈련소에서 잘 적응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아들아, 힘내자!






*부모와 자녀, 남편과 아내, 아들의 군대, 자녀의 결혼, 여행과 영화 이야기 등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위 글과 비슷한 감성 에세이는 브런치 북 ( https://brunch.co.kr/brunchbook/yubok2 ), 브런치 매거진  ( https://brunch.co.kr/magazine/hwan )에 공유하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https://kr.freepi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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