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훈련소에서는 사소한 것에도 목숨을 겁니다
아들은 젤리를 좋아했다.
특히 새콤한 맛, 하리보 젤리를 즐겼다.
아들은 가족과 함께 쇼핑 가면 늘 카트에 젤리류를 골라 넣었다.
훈련소의 아들도 달달구리는 즐기고 있었다.
다만, 제일 좋아하는 젤리가 없어 아쉽지만......
어머니, 아버지, 형님께
필승!
저는 건강히 지내고 있으며 언제 갔냐는 듯이 금방 돌아올 예정입니다.
훈련소 첫 주는 죽어도 시간이 안 갔습니다. 2주 차부터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고 있습니다.
6시 일어나서 “으으~”하다가 아침밥을 먹고 ‘오전 학과’(오전에 하는 훈련)를 받습니다. 점심밥을 먹고 ‘오후 학과’를 하고, 저녁밥을 먹고 샤워를 하고 청소를 하면 어느새 이불 깔고 누워있습니다.
훈련소에 들어오니 단것이 무척 당깁니다! 특히 젤리류! 피자도 먹고 싶고..... 여기서 주는 단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맛스타: 국방부에서 지급하는 캔 음료. 맛은 양파맛, 오렌지맛, 사과맛, 포도맛, 복숭아 맛으로 5가지입니다. 캔 사이즈가 쪼만해서 감질맛이 나죠. 하지만 마시는 그 순간만은 자유인 부럽지 않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저녁 급식과 함께 주는데 복숭아 맛 혹은 포도 맛은 대박 경사난 거고, 양파 맛이 나오면 전우애를 발휘해서 옆 동기한테 양보합니다.
2) 몽쉘통통: 이건 교회에서 주는 생크림 케이크. 처음 교회에 갔더니 홍보취지로 일인당 6개를 주었습니다. 처음 두 개는 들이마셨고, 3개째는 맛있게 음미했고. 4개째부터는 다소 질렸지만 1주일 동안 다시는 먹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꾸역꾸역 먹었습니다. 몽쉘통통과 함께 ‘오랑씨’라는 캔 음료를 주는데 몽쉘통통 6개에 맞게 배분하여 마시는 게 포인트입니다.
3) 아이스크림: 격일마다 아이스크림이 나옵니다. 아이스크림이 나오는 날에는 녹을까 봐 밥을 일분 이내로 후딱 해치우고 아이스크림을 20분 정도 음미합니다. 이때 조교들이 “빨리 처먹고 나갓!” 이런 식으로 나오는데 아무도 듣지 않습니다. 마지막 한 입이 끝날 때까지는 마치 나와 아이스크림만 존재한다는 듯이......
4) 건빵: 이건 훈련 후 격려용으로 주는 건데 맛이 형언할 수 없습니다. 건빵은 과학적으로 한 입에 열 개 먹는 게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예외는 여기 훈련소에 있습니다. 건빵은 여기서 음료입니다. 음료, 그냥 들이마십니다. 그리고 별사탕은 따로 나옵니다. 9개 들어있어서 건빵 4개당 하나씩 먹어야 합니다.
훈련병들은 이런 식으로 당분을 보충하고 심심한 입을 풉니다.
군대를 오니 사소한 것에 목숨을 겁니다. 역시 사람은 자신 주변에 있는 것이 없어져봐야 그것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깨닫는 것 같습니다. 심심할 때 먹을 수 있는 간식들, 인터넷, 친구들, 그리고 유가네 가족 ㅋㅋ 뭐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아입니꺼.
유가네 가족들이 매일 교대(?)로 쓰는 편지, 감사합니데이. 덕분에 외롭지 않고 힘내면서 살고 있습니다.
다음 주에는 한 주간 벌어진 재밌는 훈련소 모험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기다려주세욧!
어머니, 아버지, 형, 사랑합니다.
2010년 3월.
차남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