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목차: 정보와 하이퍼링크]
1장. 정보
(생략)
2장. 하이퍼링크
♬ 현대 정보사회의 특징
♬ 하이퍼링크
- 하이퍼링크는 고속도로 톨게이트
- 쓰기 차원의 링크
- 읽기 차원의 링크
- 행동 차원의 링크
▪ 읽기 차원의 링크
둘째, 읽기의 차원에서는 수없이 갈래져 연결된 세상의 망을 더듬을 수 있다. 하이퍼링크 덕분에 세상이 연결된 모양새를 파악하여, 자신의 범속한 경험을 확장할 수 있다. 그래서 하이퍼링크는 입체적으로 세상을 읽게끔 도와주는 도구다(주1).
이용자들은 목적을 지니지 않은 웹서핑에서도 의외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 흥미로운 사실을 접하면서 새로운 관심사가 생길 수도 있다. 인터넷에서는 늘 의외성이 있다. 그래서 의도하지 않았던 정보를 집중적으로 수집할 수도 있다. 이처럼 정보를 찾으려는 여행은 즉흥적인 면이 있다.
모든 정보 사이에는 수많은 길이 다양한 방향으로 뻗어 있다. 그 길은 내가 바라는 정보에 점점 적확해지는 방식으로 놓여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다보니 길을 잘 못 들어 즉흥적으로, 흥미로운 정보를 탐닉할 때도 있다. 엉뚱한 곳을 맴도는 셈이다. 그래서 그 자료를 수용하는 이들에게 링크된 길은 무작위적이고 뚜렷한 목적 없이 놓인 듯하다. 어떤 경우에는 그 길에서 놀랍도록 중요한 자료를 찾을 수 있지만 많은 경우 별 관심 없는 자료가 나타난다.
이용자들은 쉽게 길을 잃는다. 나는 이와 같은 즉흥성을 좋아한다. 결국 원하던 정보를 수집하지 못하고 다른 정보꾸러미를 가득 들고 만다. 마트에 가서 정작 사려는 물품이 아닌 것을 충동 구매한 꼴이다. 그래도 들고 오는 정보가 많을 때 뿌듯했다.
또한 자료들을 계획적으로 검색하여 얻을 수도 있다. 계획적으로 검색할 경우, 처음 관심을 두었던 정보를 담아놓은 사이트가 매우 많을 때 그만큼 다음 관심사로 옮겨갈 가능성 역시 급속도로 높아진다. 나는 원하는 자료와 관련된 검색어를 네이버, 다음, 야후, 구글 등 몇 가지 사이트에서 ‘검색’해보면 된다. 그러면 그것과 유사한 정보들이 쏟아진다. 자신에게 좀 더 맞을 것이라 예상되는 정보부터 그렇지 않은 정보까지 몇 겹의 웹페이지가 제시된다(주2).
물론 검색엔진은 질적인 면을 판단하여 정보를 분류할 수는 없다. 자료에 담긴 단어를 중심으로 분류된 정보들은 때때로 유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단어 몇 개 들어갔을 뿐 내용이 완전히 다르거나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제법 있다. 또한 엉뚱하게도 그 가운데도 전혀 다른 내용의 정보로서 유용할 수도 있다.
만일 그것이 중요한 자료라고 판단할 경우, 다시 그 자료를 검색할 수 있다. 그러면 유사한 자료가 수없이 쏟아진다. 시의성 있는 정보였다면 빠르게 번진 자료들이 똑같은 사진과 문장으로 반복되어 조금은 식상한 느낌을 줄 수도 있다. 내가 원하는 자료는 웹페이지의 뒷부분으로 밀려 인내심을 지닌 검색자들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빠르게 알고 찾아가서 참조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 셈이다. 나는 비슷한 정보가 조금씩 다르게 가공된 채 빼곡히 나열된 웹을 볼 때마다 사람들의 소통 욕구를 느낀다. 이 욕구는 결과물 자체만으로는 잘 느낄 수 없다. 다만 매순간 쌓이는 정보, 소요 시간 그리고 조금씩 다르게 만들어진 비슷한 내용의 무수한 자료를 상상할 때 그것에 숨겨진 욕구를 느낀다. 이처럼 욕구는 과정을 끈질기게 탐색할 때라야만 천천히 드러난다.
어쩌면 외로운 독백으로 남았을지도 모를 정보들은 ‘어쨌든’ 연결된다. 그리고 누군가의 반응을 기다린다. 나는 하이퍼링크라는 실마리를 붙잡고 끝말잇기 하듯 웹서핑할 것이다. 그렇게 먼지 쌓인 정보들 중 마음에 드는 자료를 내 블로그에 복제한다. 나는 그것을 내 취향에 맞게 재가공할 것이다. 스크랩할 때 자료를 가공할 수 없도록 설정되어있다면, 어쩔 수 없지만 대개는 가능하다. 내게 불필요한 것을 잘라내고 가장 알맞은 내용만을 남길 수도 있다. 자료 출처를 명기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중에 많은 하이퍼링크가 잠들어있겠지만, 하이퍼링크가 없더라도 글자의 원본을 가급적 유지하여, 다음 검색 릴레이를 때를 대비한다. 검색어는 자주 하이퍼링크의 대체 역할을 한다. 그러한 검색을 통해 우리가 특별히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것이 곧장 뜻있는 변화를 위한 의미 있는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우리 스스로 알고 싶을 때 그것에 관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환경은 조성되었다. 이 순간을 위해 수많은 링크들이 정보의 바다에서 기약 없이 잠들어 있다.
(주1) 말하자면 우리의 세계는 “기록이 기억을 지배한다.”(올림푸스 카메라 광고 카피인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인용) 우리가 아무리 개인 경험의 구체성과 우월성을 말하더라도, 개인의 작은 경험이 많은 사람들의 경험과 발견과 관찰의 집적물인 기록보다 넓고 깊지는 않다.
(주2) 참조인용: 홍성욱,『네트워크 혁명, 그 열림과 닫힘』, 들녘, 2002, 초판3쇄, 4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