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행시
기- 차 창 밖으로
억- 수로 오는 비를 보면서, 차창 때리는 빗소리를 가만히 듣는다.
할- 머니는 귀가 밝지 않아 그 소리를 들으면서 다른 소리에는 집중하기 어렵다.
만- 사에 집중 없이는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것은 소리를 보고 상상하기 때문이다. 차창에 기대 그 촉감으로 소리에 살집을 덧붙이는 것이어서
한- 가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으나,
지- 긋한 꿈들이 뉘엿뉘엿 다가와 빗소리를 입으면
나- 주장터에서 야채를 팔던 오래 전 그때가 떠오르기도 하는 것이다.
침- 착하게 짧게 욕을 뱉던 그때를. 욕을 하기 전이었던 청춘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 기형도, <기억할 만한 지나침> 제목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