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글: 고흐 & 조선풍속화
"아저씬 술 살 찐 중년 한남이지요. 이게 평범한 거라니 인생 참 남자들에겐 관대하지요."
"너의 미래 모습이다. 이십대가 삼십대 되고 삼십대가 사십대 되는 것이다, 이 한남 자식아!"
남들이 보는 일상의 나는 어떨까 생각해보면, 갑자기 부질없는 듯하여서는 그리 깊이 생각할 필요가 없는 듯했습니다.
그냥 예전에 사람들이 했던 말을 정리하자면, ‘말이 없다’ ‘내성적이다’ ‘진중할 것 같다’ 정도일 것입니다.
"당신은 저 하늘에 떠 있는 달이요, 나의 희망이요 (어쩌고 저쩌고)"
"그냥 키스 하셔도 되옵니다. (답답아)"
그러나 조금 더 나를 아는 사람 중에서는 ‘다정다감하고’ ‘소극적인 편이다’ 등등 약간은 부드러운 이미지에 가깝습니다.
그러다가 이런 소리도 듣곤 합니다. ‘말이 없는 줄 알았는데 말이 많다’ ‘조용할 줄 알았는데, 안 그렇다.’ 정도일 것입니다.
그러면 내가 한술 더 떠서 거듭니다.
“난 입이 싸니까 비밀이라며 공유하지 말아달라. 술 마시면 비밀 보장이 어렵게 될 수도 있다. 그러려고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게 될 수도 있다. 세상에 둘이 알면 더는 비밀이 아니다.”
등등으로요.
이런 말에 대해 사람들은 의외로 민감합니다. 뭐든 자신을 좀 낮추어 표현하는 것에 대해서 자기비하라 여기는지
그런 표현을 하면, 사람들이 정말로 나를 그렇게 생각할 것이니 삼가라고 했죠. 그들의 말은 반 정돈 맞습니다.
"암 걸리는 한이 있더라도 그 비밀은 꼭 지키겠네. 차라리 기억속에서 잊으리라, 잊으리라."
사실 온전히 입이 싼 건 아니니까요. 그렇다고 입이 안 싸다고 말하기도 그렇습니다.
정보 공유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입이 싸다고 떠들고 다니면 좋은 점도 있습니다.
조직의 비밀스럽고 좀 안 좋은 것들을 내게 하자고 권유조차 하지 않으니까요. 보안 유지가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마음 놓고 일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셈입니다. 뭐 조직 생활에 해를 끼치는 것도 아니지만, 하필 입이 싸서 더 깊이 참여시켜주지 않는 거죠. 출세는 못하겠지만, 일만 할 수 있으니 이처럼 좋은 일이 또 어디 있을까 싶었습니다.
여하튼 머리 굴리기 시작하면 복잡해지고, 의도가 개입된 뒤에는 간단한 숫자도 뜻밖에 부정확해집니다. 반드시 허점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냥 정직하게 정확하게 처리하면
그럴 일이 없는 것이었죠. 애초에 누구도 실망시킬 일이 없고 내게 부당한 걸 기대하는 사람조차 없으니 그냥 내 일만 하면 됩니다. 더 잘 되겠다는 생각만 안하면 될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