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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이 Jul 18. 2024

나 자신을 입이 싸다고 표현하면

놀이글: 고흐 & 조선풍속화

"아저씬 술 살 찐 중년 한남이지요. 이게 평범한 거라니 인생 참 남자들에겐 관대하지요."
"너의 미래 모습이다. 이십대가 삼십대 되고 삼십대가 사십대 되는 것이다, 이 한남 자식아!"


남들이 보는 일상의 나는 어떨까 생각해보면, 갑자기 부질없는 듯하여서는 그리 깊이 생각할 필요가 없는 듯했습니다.





"생긴 게 이런 걸 어쩌겠소. 촉새처럼 말하고 싶은데, 기대치에 부응해야 하니, 나 원."


그냥 예전에 사람들이 했던 말을 정리하자면, ‘말이 없다’ ‘내성적이다’ ‘진중할 것 같다’ 정도일 것입니다.





"당신은 저 하늘에 떠 있는 달이요, 나의 희망이요 (어쩌고 저쩌고)"
"그냥 키스 하셔도 되옵니다. (답답아)"


그러나 조금 더 나를 아는 사람 중에서는 ‘다정다감하고’ ‘소극적인 편이다’ 등등 약간은 부드러운 이미지에 가깝습니다.





"말을 옮기다 보니 단행본이네그려."


그러다가 이런 소리도 듣곤 합니다. ‘말이 없는 줄 알았는데 말이 많다’ ‘조용할 줄 알았는데, 안 그렇다.’ 정도일 것입니다.

그러면 내가 한술 더 떠서 거듭니다.





“난 입이 싸니까 비밀이라며 공유하지 말아달라. 술 마시면 비밀 보장이 어렵게 될 수도 있다. 그러려고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게 될 수도 있다. 세상에 둘이 알면 더는 비밀이 아니다.”


등등으로요.





"너 화내는 거지? 무슨 말을 못하겠네."


이런 말에 대해 사람들은 의외로 민감합니다. 뭐든 자신을 좀 낮추어 표현하는 것에 대해서 자기비하라 여기는지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시면 그건 자기비하입니다. 자기계발의 제1 원칙! 자기PR, 자기긍정!"


그런 표현을 하면, 사람들이 정말로 나를 그렇게 생각할 것이니 삼가라고 했죠. 그들의 말은 반 정돈 맞습니다.





"암 걸리는 한이 있더라도 그 비밀은 꼭 지키겠네. 차라리 기억속에서 잊으리라, 잊으리라."


사실 온전히 입이 싼 건 아니니까요. 그렇다고 입이 안 싸다고 말하기도 그렇습니다.





정보 공유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입이 싸다고 떠들고 다니면 좋은 점도 있습니다.





"이 영감, 어제 술 마시고 또 다 말했다지요?"


조직의 비밀스럽고 좀 안 좋은 것들을 내게 하자고 권유조차 하지 않으니까요. 보안 유지가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마음 놓고 일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셈입니다. 뭐 조직 생활에 해를 끼치는 것도 아니지만, 하필 입이 싸서 더 깊이 참여시켜주지 않는 거죠. 출세는 못하겠지만, 일만 할 수 있으니 이처럼 좋은 일이 또 어디 있을까 싶었습니다. 





여하튼 머리 굴리기 시작하면 복잡해지고, 의도가 개입된 뒤에는 간단한 숫자도 뜻밖에 부정확해집니다. 반드시 허점이 생기기 마련인데,





"숫자가 대체 왜 안 맞는 거야? 삥땅 치는 것도 똑똑해야 가능한 거리나까!"


그냥 정직하게 정확하게 처리하면





그럴 일이 없는 것이었죠. 애초에 누구도 실망시킬 일이 없고 내게 부당한 걸 기대하는 사람조차 없으니 그냥 내 일만 하면 됩니다. 더 잘 되겠다는 생각만 안하면 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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