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우리 개한테 수술한 새끼 나오라 그래!"
병원 로비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간호사가 보검이 있는 진료실로 들어와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선생님, 일주일 전쯤 수술한 퍼그 강아지, 아롱이 기억나세요? 중성화랑 단두종 호흡기수술 같이 한 애요.
아주머니는 강아지 엄청 이뻐하시고 병원에도 자주 오시잖아요. 근데 전에 얼핏 얘기하는 게 그 남편이 요즘 사업이 좀 힘들어져서 술도 많이 마시고 아줌마한테도 좀 그런 것 같았는데. 아줌마 얼굴에 가끔 멍도 들어있는 걸 보기도 해서 남편이 때리나 싶기도 했거든요. 근데 지금 그 남편이 와서 수술비 다시 달라고 아주 난리예요. "
로비에서는 실장과 간호사가 한 중년의 남성과 한참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보호자분, 잠깐 진정하시고 저희 얘기를 좀 들어보세요."
실장은 흥분한 남성을 진정시키려고 노력 중이었다.
"아, 다 필요 없고, 그 수술한 수의사 나오라고 해. 도대체 필요하지도 않은 수술을 시켜서 돈 뜯어낸 새끼말이야!"
남성은 도저히 흥분을 가라앉힐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퍼그와 같은 단두종의 강아지들은 얼굴이 납작하고 비강이 좁아 조금만 흥분해도 숨쉬기가 힘들어하는 경향이 있다. 그와 관련되어 기관지 근처의 연구개가 과도히 늘어나 호흡부전이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콧구멍을 조금 잘라서 넓혀주고 늘어진 연구개를 일부 제거하면 호흡이 훨씬 편해지고 호흡부전의 가능성도 줄어들게 된다.
로비로 보검이 나오자 그 남성은 대뜸 보검에게 달려들었다.
"네가 수술한 수의사냐? 그렇게 엄마나이의 순진한 아줌마들 꼬셔서 돈 뜯어내면서 살면 밤에 잠은 잘 오냐?"
'찾았다. 나의 다음 목표.'
보검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마음속에서 드는 생각에 깜짝 놀랐다. 몇년전 현진을 목 졸라 죽인 건 우발적인 행동이었지만, 그 후로 그때 느꼈던 강렬한 느낌이 없어지지가 않았다. 그건 후회나 죄책감이 아닌 그의 힘과 그가 그 순간 갖고 있던 절대적인 권력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도 모르게 다음 타깃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 남자에게 지금은 적의를 보이면 안 된다. 보검은 마음을 가다듬고 남성에게 차분하게 말을 건넸다.
"아버님, 아롱이 같은 강아지들은 그 수술 안 하면 숨을 잘 못 쉬어요. 원하시면 제가 진료실에서 자료를 보여 드릴게요. "
"난 더 들을 얘기 없으니 수술비나 다시 내놔!"
남성에게는 타협의 여지는 없어 보였다. 그때 병원의 원장이 로비에 나와 보검을 진료실로 불러들였다.
"이선생. 저 사람 말이 통할 사람처럼 보이지 않아. 내가 적당한 선에서 합의를 볼 테니까 너무 기분 나빠하지 말고. 저런 사람은 돈이 목적이라 이성적인 얘기가 통하기 힘들어. 알았지?"
원장은 병원이 더 시끄러워지는 것보다는 남성을 적당히 구슬려 해결을 보고자 했다.
하지만 지금 보검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한 가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어떻게 아무도 모르게 죽이지?'
하빈은 며칠 동안 병원에 나가지 못했다. 열이 나고 정신이 몽롱해서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힘들었다.
간신히 그녀의 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물을 조금 마시는 것 이외에는 하루종일 잠만 잤다.
자는 동안에도 계속 이상한 꿈들을 꾸었다.
문득 잠에서 깨어 자리에서 일어난 하빈은 언제 그랬냐는 듯 몸이 가벼운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기분도 아주 상쾌하고 그리고 그녀의 몸속 모든 세포가 깨어나 활동하는 것 같은 느낌.
그 순간 그녀는 집안에서 나는 모든 냄새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고양이 햄의 화장실에서 나는 대소변 냄새, 부엌의 냄비 속의 상한 김치찌개 냄새.
'왜 이러지?'
그녀는 원래도 냄새에 민감하지만 이 정도는 아니다.
햄이 침대에 앉아있는 그녀에게 야옹거리며 다가와 그녀의 다리에 비비적거리기 시작했다. 햄에게서 느껴지는 기쁨의 감정이 그녀에게 고스란히 느껴졌다.
하빈은 그저 며칠 동안 푹 쉬고 나서 그런 거라 생각했다. 그렇지 않다면 뭐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