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아니야.

by 온혈동물

하빈은 오석의 집 근처에서 그가 좋아하는 크림을 듬뿍 뿌린 달달한 커피를 두 개 사서 오피스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에 내려 오석의 집 문 앞에 서자 초인종을 누르기도 전에 오석이 문을 열었다.

"앗 깜짝 놀랐잖아. 어떻게 알았어?"

오석의 집으로 들어가며 하빈이 말했다.

"커피 고마워. 그지 않아도 커피 마시고 싶어서 사러 나가려던 참이었어."

하빈이 들고 있던 커피를 받아 들며 오석이 기쁜 표정을 지었지만, 오랜만에 보는 그의 얼굴은 무척이나 어두웠다. 그가 무언가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너 무슨 일 있어? 안 본 사이에 살도 많이 빠진 것 같고 우울해 보이는데."

"아냐. 그냥 좀 요즘 일이 힘들어서 그래. 공부랑 일이랑 같이 병행하는 게 쉽지만은 않네"

아무렇지 않은 척 말하는 오석은 말과 다르게 그의 행동은 어딘가 불안해 보였다. 하빈의 그를 보지 못한 몇 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다는 걸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지만, 그는 그녀에게 말하고 싶어 하지 않은 듯 보였다.

둘 사이에는 잠시 정적이 흘렀고, 불안정한 오석을 보며 하빈은 오석에게 경찰서에 다녀온 일이나 그녀가 보검에게 갖고 있는 의심에 대해 말해야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둘은 대학 시절부터 서로의 고민이나 문제에 대해 모든 걸 털어놓고 말하는 사이였다. 오석이 지금처럼 무언가를 숨기며 말하지 않은 적은 하빈이 그동안 본적 없는 그의 모습이었다. 차분히 앉아서 그를 바라보던 하빈은 그에게서는 걱정과 불안함 뒤에 숨겨진 악의를 느끼고는 그녀의 심장이 두려움에 펄떡거리기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오석은 그동안 하빈이 알던 사람과 다른 모습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띵똥"

갑자기 오석의 오피스텔의 초인종일 울렸다. 오석이 깜짝 놀라며 불안한 모습으로 문으로 향했다.

"누구세요?"

"택배요!"

"저 택배 시킨 적 없는데."

오석이 말을 하면 문을 여는 순간 여려 명의 사복 경찰들이 갑자기 집 안으로 들이닥쳤다.

"권오석! 당신을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체포한다!"

갑작스러운 경찰들의 모습에 당황한 하빈이 멍하니 오석을 바라보는 동안 오석의 손은 수갑이 채워졌고 그대로 끌려나갔다. 여려 명의 경찰들 모습 중에 지훈의 모습이 보였고, 그도 하빈을 보자 당황한 듯했다. 두 명의 경찰이 오석을 데리고 나가면서 다른 여러 명의 경찰들은 오석의 집안으로 들어서 집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그 중 한 명이 하빈에 다가와 다그치듯 말했다.

"권오석 씨와는 어떤 사이죠?"

"친한 친구예요. 그런데 도대체 무슨 일이죠?"

"그건 경찰 조사 중인 사안이라 말씀드리기 어렵고, 본인 이름이랑 연락처 알려주시고 집으로 돌아가세요. 나중에 참고인 조사차 경찰서로 나오셔야 할 수 있습니다."

하빈이 그녀의 이름과 연락처를 남기고 오석의 오피스텔을 나서자 지훈이 그녀를 따라 나왔다.

"권오석이 너랑 친한 친구였어?"

"네. "

갑작스러운 상황에 멍한 하빈을 지훈이 엘리베이터 쪽으로 데리고 가서 조용히 말을 하기 시작했다.

"혹시 네가 의심하고 있던 사람이 권오석이야?"

"어 아니에요. 도대체 왜 오석이가 용의자가 된 거죠? 오석이는 그럴 사람이 아니에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마음속의 하빈은 오늘 본 오석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그냥 용의자일 뿐이니까 일단 상황을 두고 보야 하는데, 목격자들의 증언이 있었어. "

잠시 고민을 하던 지훈은 하빈에게 키를 내밀었다.

"참고인 조사로 경찰서에 와야 할 수도 있고, 지금 당장 지낼 곳도 애매한 것 같으니깐 일단 우리 집에 가 있어. 나는 어차피 며칠 집에 못 들어갈 게 뻔하고. 가도 낮에 잠깐 가서 옷만 갈아입고 나올 거야. 주소는 내가 문자로 보낼게. 너무 걱정하지 말고 가 있어. 나중에 더 얘기하자."

하빈은 그의 키를 받아 오석의 오피스텔 건물을 빠져나왔다. 지훈의 집은 경찰서 근처라 오석의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그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천천히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경찰서에서 그리 멀지 않은 한 빌라에 도착한 하빈은 계단을 통해 이층에 위치한 지훈의 집에 올라갔다. 문을 열자 작은 현관문과 거실이 보였다. 작은 방 하나와 거실 겸 부엌이 있는 아담한 구조의 집이었다.

집안의 냄새로 보아 거의 환기를 하지 않은 듯했지만 사람이 생활한 흔적은 별로 없어 소독약 같은 새 집 냄새가 났다.

지훈이 쓰는 방의 침대를 쓰기에는 불편해서 거실의 소파에 자리를 잡고 오늘 벌어진 일에 대한 생각에 잠겨있던 하빈은 문득 하루 종일 자신이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훈의 부엌을 뒤져 라면을 찾은 그녀는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허기도 채우고 간단히 샤워도 마친 하빈은 거실 소파에 큰 수건 몇 개와 쿠션으로 잠자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의 상황에 대해 나름 정리를 해보기 시작했다.

오늘 본 오석은 그동안 하빈이 알던 그의 모습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에게는 보검에서 느낀 분노는 없었지만 신념이 있는 살기가 있었다. 왜 오석이 이일에 관련이 되기 시작했을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정말 오석이 살인을 저질렀을까? 만약 그 답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보검일 것이라는 걸 하빈은 알고 있었다.

전화기를 들고 보검의 연락처를 찾아 통화버튼을 눌렀다.

"오랜만이야."

매력적인 저음의 보검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 만나야겠지?"

하빈은 자신의 선택이 맞기를 바라며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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