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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er여니 Sep 24. 2023

학생회관이 하루만에 클럽으로 변하는 스웨덴 대학교

9개월차 교환학생이 본 스웨덴의 '대학교'

내가 다니는 스웨덴 교환 학교 Chalmers


어느덧 스웨덴 예텐보리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낸지 9개월이 되었다. 1월에 시작해 어찌저찌 빨리 지나갔던 봄학기, 달콤했던 방학 그리고 현재 겨울을 맞이하고있는 가을학기. 비록 교환학생으로서 고작 9개월을 스웨덴에 지냈다고 스웨덴의 모든 걸 알지는 않지만, 그동안 내가 스웨덴에서 학생으로 지내며 생각했고 느꼈던 점들을 내 관점으로 기록하고싶다. 스웨덴의 대학생들, 대학의 행사들, 교육 등에 관해서 미숙하지만 풋풋한 대학생의 관점으로 풀어가보자!


목차

1. 대학교 행사

2. 스웨덴과 한국 대학의 차이점



1. 대학교 행사


학교 개강 파티

내가 다니고 있는 예테보리의 Chalmers University of technology에만 한정된 이야기일 수도 있으나 스웨덴 대학교들 전체적으로 공통점은 많이 나눌 것이라고 생각한다. 잘 알려져있듯이 서구권에서는 대부분 새 학년을 가을학기 9월에 시작한다. 새 학년이 시작됨과 동시에 학교 내에선 다양한 행사들이 펼쳐진다. 가장 대표적인 것을 이야기 하자면, 여러 학생 society들이 나와 부스 행사를 열며 자신의 society를 알리는 행사가 있다. 마치 우리나라의 동아리 박람회를 보는 듯 하다. 또 우리나라의 개강 총회, 파티처럼 스웨덴에서는 새 학년 맞이 파티를 한다. 이 두 가지는 내가 왔던 1월의 봄학기에서는 볼 수 없었던 행사들이다. 새 학년이 시작되어서 더 큰 행사들이 많이 열리는 거 같다.


학교 학생회관 건물이 파티장으로 변신한다

 

학교 개강 파티 / 출처 : CFFC
학교 개강 파티 / 출처: CFFC

봄학기 가을학기 공통적으로는 국제학생 OT인 'Welcoming day'와 술 행사인 'Pub crawl'이 있다.


'Welcoming day'는 국제학생 (교환학생, 석사생)들과 학교의 주요 임원 분들이 한 자리에 모여 OT를 하는 자리이다. 독특하게도 OT 이후 다 같이 강당에서 빠져나오면 학생회가 단체로 물통, 맥주따개, 안내 책자 그리고 유심 등이 담긴 웰컴 가방을 선물로 주고 빵과 커피, 차들을 마시며 FIKA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준다. 빵은 스웨덴의 대표 피카 빵인 시나몬 번(Kanelbulle 까네불레)이다. 여기서 새로운 학생들과 이야기하며 친해질 수 있다.


OT가 끝나고 우르르 나오는 학생들
FIKA ; 학교에서 제공해준 시나몬번과 커피


또 Pub Crawl은 학생 society들이 행사를 위해 학교 내 여러 건물에 펍을 만들고 운영해 학생들이 돌아다니며 여러 펍에서 술을 마실 수 있는 행사이다. 맥주값은 일반 펍보다 반 이상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으며 돌아다니며 여러 학생들을 만나고 술을 마시며 취기가 오른 상태로 서로 더 친해질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인기 있는 펍은 이렇게 줄을 길게 서기도 한다

이런 대표적이고 고정적인 행사 외에도 국제학생을 위해 학생회에서 준비한 시티투어, 캠퍼스투어, 사우나 트립, 아일랜드 트립, 하이킹 데이, International Dinner 등의 행사가 있다. 이러한 행사를 통해 예테보리 도시 곳곳을 누비고 새로운 친구들을 사귈 수 있다.


city tour 중 인포메이션 센터를 찾은 학생들
아일랜드 트립


캠퍼스 투어


국제 학생들이 자기네 나라의 음식을 요리해서 가져오는 Dinner 행사. 여러 나라 음식을 공짜로 먹어볼 수 있어서 아주 좋았다.
피자, 티라미슈, 만두, 두부, 파이, 카레, 팬케익 등등.. 정말 태어나서 처음 본 음식들도 많다


2. 스웨덴과 한국 대학의 차이점


교환학생 와서 첫 수업이었던 파이썬 수업

내가 한국의 대학과 스웨덴의 대학의 다른 점을 꼽는다면, 아래와 같이 이야기할 수 있다.


1. 수업 중에 토론을 하고 있는 교수님과 학생

2. 스터디룸에서 토의를 하며 공부하는 학생들

3. 도시락이 보편화된 환경

4. 절대 평가

5. 다양한 연령층의 학생

6. 대학 입시 방식


스웨덴을 다룬 책이나, 여러 브런치 북들에 의하면, 스웨덴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바로 '평등'과 '독립' 인 거 같다고 생각한다. 스웨덴 국민이라면 모두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거의 무상교육인 것을 보면 과연 '평등 교육'을 아주 잘 실천하고 있는 나라같다. 스웨덴은 학비도 무료고, 대학생은 학업지원금과 초저금리 대출까지 지원해주며 대학생의 학업을 돕는다. 학업지원금은 수강과목 개수와 패스 조건 등 몇 가지 학업적 조건이 붙기는 하지만 가정 소득에 상관 없이 모든 학생들이 월 약 30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등록한 코스의 75퍼센트 이상을 '패스'를 받아야 계속 지원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렇기 때문에 내가 다니는 Chalmers 대학의 대학생들을 그렇게 열심히 공부를 하는 걸까?



Chalmers 가 명성이 높은 대학교임은 알고 있었지만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하는 모습과 스터디룸에서 같이 토론하며 공부하는 모습은 참 인상적이었다. 수업 중에 교수 님에게 질문을 하면 가끔 교수님과 학생의 토론으로 이어지다가 결국 길어져 '수업 끝나고 마저 질문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학생들을 몇 번 보기도 했다. 또한 이 학교에는 도서관 자리보다 스터디룸이 더 많다. 건물마다 4~5명 정도가 모여서 같이 공부할 수 있는 스터디룸이 복도에 늘어져있다. 실제로 도서관보다 그런 스터디룸에서 같이 이야기하고 도우며 공부하는 학생들이 더 많다. 이렇게 서로 도우며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부러웠다. 특히나 같은 여학생이지만 이 학교의 여학생들끼리 테이블에 모여 각자의 노트북을 펼치고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는 모습은 봐도 봐도 멋지다. 절대평가 제도라서 그런가 모두가 돕고 도움받는 모습이 보기가 좋았다. 상대평가 제도로 인해 친구가 경쟁자가 되는 우리나라에서는 여학생들이 이렇게 모여 이야기하고 도우며 공부하는 모습을 보기 본 적이 없어서 더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거 같다.

쉬는 시간에 교수님께 질문 하려고 줄 선 학생들



스웨덴은 외식 물가가 비싼 반면 마트에서 구매할 수 있는 식재료 값은 우리나라와 비슷하거나 좀 더 저렴하다. 그래서 학생들은 매번 학교를 다니면서 외식을 할 수 없기에 집에서 도시락을 싸와 학교에서 먹는다. 그래서 건물마다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있으며 전자레인지들이 배치되어있다. 그래서 내 친구들은 스파게티, 볶음밥, 리조또 등을 용기에 담아와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는다. 모든 학교가 그렇진 않지만 우리 학교에는 학식이 있다. 약 7000원 정도로 매번 메뉴가 바뀌는 학식을 먹을 수 있다. 학식 메뉴는 주로 밥, 미트볼,  스파게티 등이며 든든하고 맛있게 배를 채울 수 있어 학식도 자주 사먹는 편이다.


시간이 날 때 볶음밥을 왕창해서 도시락으로 준비한다


스웨덴 대학교도 당연히 필수 교육이 아니다. 더군다나 고졸과 대졸의 연봉 차이가 우리나라처럼 심하지도 않고 직업적 차별과 특별한 대우도 없기 때문에 대학 선택에 대해서 우리나라만큼 당연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때문에 대학에서 볼 수 있는 친구들은 정말 열심히 공부를 하는 학생들인걸까? 당연히 나의 학교 중앙대학교에서도 다들 눈에 불을 키고 공부를 한다. 하지만 상대평가 제도 때문에 서로 기꺼이 돕지 못 하고 경쟁하게 되는 환경은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반면 여러 기사들과 인터뷰에 따르면 스웨덴의 교육이 모두 무료라서 그런지 많은 학생들이 교육에 대해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 하고 중요하지 않게 생각한다고 한다. '어차피 나라가 날 책임져주겠지' 또는 '어떻게는 일자리를 얻겠지' 등의 생각을 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한다. 역시 장점만 있는 나라는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내가 다니는 Chalmers 대학교는 한 학기가 두 개의 period로 나누어져있다. 한 period에 수업을 2개씩, 그렇게 한 학기에 총 4개의 과목을 듣고 30 credits을 채운다. 옆에 학교인 예테보리 대학은 한 period가 또 2개의 쿼터로 쪼개져서 한 학기가 총 4개의 쿼터로 나뉘고 한 쿼터 당 '한 수업만' 듣는다고 한다. 이렇게 period든 quater든 작은 단위에 최대 1~2개의 과목을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다는 점은 효율성 측면에서 참 좋은 거 같다. 한국에서는 한 학기에 5~6개의 과목을 들으며 몰아치는 과제와 시험으로 인해 학기 중엔 정신이 없는데 스웨덴은 이렇게 소수의 과목을 제대로 공부할 수 있어서 스트레스가 그나마 덜 할 거 같다.


마지막으로, 스웨덴 국민에게는 교육이 무료이기에 언제 공부를 하러 와도 나이 상 늦지도 이르지도 않다. 실제로 일을 하다가 그만 두고 더 공부하거나 커리어를 바꾸러 오시는 직장인들도 많다. 또한 스웨덴은 고등학교 졸업 후 보통 1~2년 정도 진로 탐색 기간을 가지고 입학을 한다. 이 기간에는 보통 여행,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자아 탐구를 어느정도 한 뒤에 원하는 과를 선택해 진학할 수 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바로 스웨덴의 대학 입시 성적이 5년동안 보관되기 때문이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유망한 학과나 타인의 추천에 의해 선택한 과를 가는 경우가 많은 한국 사회의 한 학생으로 봤을 때 참 부러운 부분이었다.





이렇게 내가 9개월 간 있으면서 눈으로, 몸으로 느낀 스웨덴의 학교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봤다. 전문적인 시선이라기보다는 한 학생의 개인적인 경험에 바탕해서 쓴 부분이 많기 때문에 너무 진지하게 읽을 필요는 없이 그저 '이런 분위기구나' 하고 알아주면 좋겠다.


한국의 빡센 교육에 질려 스웨덴의 교육과 복지에 대해 환상을 품었지만, 모두 저마다의 단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교환학생이 되어 배울 수 있는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다른 나라의 교육 방식을 직접 경험하며 더 세계를 넓힐 수 있는 점인 거 같다. 나라마다 상황을 반영하여 교육이 다르지만, 좀 더 수평적이고 덜 경쟁적인 분위기는 닮았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도 든다. 앞으로 남은 4개월 동안 최선을 다 해 행복한 날들을 만들어가고싶다.




[참고]


브런치 https://brunch.co.kr/@education/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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