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이 지난밤에 한 일을 알고 있다.

그리고 당신은 나를 알고 있다.

by 아무

나의 밤에 별이 뜨고

나의 얼굴에 평온함이 깃들었을 때

아름다운 손 하나가 나를 찾아왔다.


나의 밤을 열어주었고

미소 띤 얼굴로 환영하였다.


하지만

아름다움은 선과 동의어가 아니었음을

기억했어야 했다.

때때로 아름다움은 악의 다른 이름이 되기도 한다.


지난밤, 그녀의 아름다운 손처럼.


챙그랑!

밤에 걸린 별들을 뜯어낸 거친 손길에 닿지 못한 별들은

바닥에 흩날려 있었다.

별을 향해 고개를 돌린 순간

또 다른 손이

나의 얼굴을 낚아챘다.


아름다운 손에게.


얼굴이 들어간 곳은 그녀의 분장실.

음침한 콧노래에 맞춰

순진한 얼굴 위로 그녀의 얼굴이 덧칠해졌다.

진하게, 진하게...

나의 얼굴은 그녀의 화려함과 아름다움과 사치스러움으로

두껍게 치장되고 있었다.


그토록 드넓고 눈부신 무대는 본 적이 없다.

나의 밤에서 훔쳐온 별들도 거기서 빛나고 있었다.

물줄기에서 음악이 흐르고,

나비가 날갯짓할 때마다 무지개가 피어났다.

오로라 빛의 꽃은 환상을 자아내고,

반딧불이가 빙빙 도는 한적한 숲 속에는

태양이 웅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로 덧칠한 나의 얼굴이 있었다.


화려한 장식구에 짓눌려 숨이 막힐 듯한

얼굴로 무대를 바라본다.


무대를 바라보는 수많은 사람들은

그녀의 등장에 압도당해 버린다.

열광의 찬사에 그녀는 만족한다.

아름다운 미소, 아름다운 눈빛, 아름다운 목소리

아름다운 손짓.

그녀의 모든 움직임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거짓으로 꾸민 공연에 매료되어 환호하는 사람들을 보며

정신이 아득해진다.


진실은 거짓의 기반으로 이용당한다.


나 좀 꺼내주세요!


거짓을 향한 찬사 앞에 진실의 외침은 묻힌다.

나의 외침이 신경 쓰였는지 그녀는 손을 들어

나의 얼굴을 그녀의 얼굴에 더욱 밀착시킨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뭉개버리려는 듯.

그럴수록 사람들의 환호는 더욱 커진다.


"나는

아름답고 우아하며

끝이 없다."


광기 어린 속삭임.

찬사를 향한 탐욕은 그녀를

허상만 남은 아름다움으로 만들어 버렸다.


저 얼굴 밑에는 얼마나 많은 얼굴이 숨겨져 있는가?

무대 위에 빛나는 소품들은 누구의 공간에서 강탈한 것인가?

그녀 자신의 것은 대체 무엇인가?

그렇구나,

아름다운 손.

누군가를 침범하기에 가장 적절한 그 손이

유일하게 그녀의 것이구나.


공연 뒤의 침묵은 그녀의 공허를 들춰낸다.

그녀는 다시 깊은 밤으로 아름다운 손을 길게 뻗는다.

누군가의 별을, 누군가의 얼굴을

그녀는 탐한다.


하지만

조심하시길!

당신이 아름다움에 빠져있을 때,

사람들의 무분별한 환호에 취해있을 때

나는 잃어버린 별과 얼굴을 찾으러 가리라.


탁!

당신의 덧칠한 얼굴이 나의 얼굴에서 내쳐져

바닥에 나뒹굴 때

가련한 찬사를 보내던 사람들이

가장 먼저 당신의 무대를 벗어날 것이니

그들을 붙잡으려 아름다운 손을 뻗는 순간,

당신 손끝에 남아있던

교활한 손톱이 으스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리라.


빛이 꺼지고, 색이 사라진

빈곤한 무대에 당신이 민낯으로 서 있을 때

나는 구경 가리라.

가장 추악한 자신을 마주한 당신을.


나는 당신이 지난밤에 한 일을 알고 있다.

그리고

당신도 나를 알고 있다.





이전 08화안녕하세요? 초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