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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anXpaper Aug 02. 2024

해골을 고문하는 방법

차가운 미소를 지닌 숙녀 키우기 


아이는 학교 앞 문방구에서 종이 해골을 사 온다. 노란색의 그 해골은 관절마다 자석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냉장고에 착 달라붙는다. 아빠는 흉측한 그걸 좋아하지 않지만 아이는 은근히 신난다. 360도 모든 방향으로 자유롭게 비틀어지는 해골은 고문하기 딱 좋기 때문이다. 아이는 날마다 해골을 비튼다. 어느 날에는 냉장고에 하루 종일 거꾸로 매달아 놓기도 한다. 이윽고 아이는 좀 더 노골적인 고문 방법을 터득한다. 피아노 의자 위에 해골을 눕히고는 팔다리를 이리저리 비틀다가 둥글게 뭉쳐 본다. 갑자기 번쩍이는 아이디어가 황금박쥐처럼 나타난다. 피아노 의자 커버를 열고 수납공간에다 비틀어진 해골을 눕힌다. 그곳은 순식간에 멋진 관이 된다. 그 안에는 <즐거운 피아노 동요>라는 악보 모음집과 네 개의 동그란 플라스틱 의자 다리받침이 놓여 있다. 악보 모음집은 해골을 위한 침대가 되고 플라스틱 다리받침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고문용 기구가 된다. 아이는 고문 기구를 높이 쳐들어 해골을 향해 사정없이 쾅쾅 내리친다. 아이는 집에 놀러 온 친구를 향해 웃으면서 또박또박 설명한다. 해골을 고문하는 방! 법! 고문이 끝나자 관이 쿵 닫힌다. 해골은 갑자기 외로워진다. 잠시 후, 어둠과 고독의 결빙을 뚫고 우아한 피아노 선율이 울려 퍼진다. 




당근마켓 중고거래에 올라온 종이 해골 사진. 해골을 고문하던 어린 딸은 이제 도시의 차가운 미소를 지닌 어엿한 숙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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