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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yu Jan 13. 2024

펜타닐

놀랍게도 여러 법 집행관과 마약 딜러를 포함한 대다수가 피해 감소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펜타닐-


 학생 때는 여행 시 호스텔에 자주 묵었다. 각 호스텔에는 관광 팸플릿이 넘쳐났다. 가장 흔한 게 걸어서 무료 시내 관광을 시켜주는, 이른바 워킹 투어다. 나는 암스테르담에서도 시간 맞춰 워킹 투어에 참여했다.

 여러 장소를 걸어 다녔지만 단연 기억에 남는 장소를 뽑자면 홍등가다. 통유리창에 자신을 전시한 매춘부가 빨간 전등 아래서 매혹적인 표정을 짓는 게 합법인 공간이다. 나보다 먼저 그 광경을 본 친구들의 증언에 비해 충격적이랄 것도 없었으나 네덜란드 정부의 새로운 시각을 엿볼 수 있는 장소였음은 틀림없었다.

 미국 시리즈 '브레이킹 배드'에서 주인공 월터 화이트는 DEA(마약 단속국)에 근무하는 동서와 시가를 핀다. 월터는 동서에게 합법 불법에 대한 의구심을 발설하는데 분위기가 다소 어색해진다. 아무렴 담배, 주류는 합법이지만 마약은 불법이어야 하는 게 이상하다는 취지의 말을 마약을 단속하는 사람 앞에서 나불거린다는 게 무례하긴 하다.


 벤 웨스트호프는 '펜타닐'에서 여러 마약의 유례와 출처, 판매 전략 및 단속 전략에 대한 자신의 취재 결과를 정리해 출간했다. 본 도서에서는 펜타닐 및 여러 합성 마약 탄생의 경위가 지나친 단속에서 기인하며 합성 마약이 위험한 이유는 이로 인해 사망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란 의견이 골조를 이룬다. 저자는 슬로베니아나 바르셀로나의 몇몇 성공적인 사례를 제시하며 미국도 마약 사용자를 단속하는 아니라 사망자를 줄이는데 치중해야 한다고 넌지시 주장한다.

 미국이나 다른 국가는 마약과의 전쟁이 지루하게 오래됐다. 갖은 방법을 동원해도 마약을 규제할 수 없었던 걸까. 결국에 유럽의 몇몇 나라처럼 건강한 마약 투약 문화를 설립해 사망자를 줄이자는 주장이 목소리를 높여 가고 있는 듯싶다. 투약하는 사람을 막을 순 없으니 품질이나 투약 환경을 안전하게 보증해야 한다는 말이다.


 한국은 언제부터 마약이 행용됐을까. 마약 운전 등이 성행하는 걸 보면 마약 투약이나 소지 등을 엄격히 처벌하는 입법이 시급하다. 비행기도 뜨지 않게 하는 수능, 그 수능에 응시하는 수험생은 한국에서 왕 같은 존재라 어느 누구도 감히 그들에게 바른말을 하거나 스트레스를 줄 수 없었다. 그저 멀리서 응원하는 대상이었다. 그런데 몇 해 전 그들을 대상으로 마약을 담은 음료를 시식용으로 나눠주는 사태마저 일어났고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후로 여기저기서 들리는 마약 투약 혐의는 끊이지 않았고 보건 선생님은 약물 관련 연수가 부쩍 늘어났다고 했다. 보건 선생님은 학생도 패치형 펜타닐을 과용한다고 했다.

 한편으로 우리나라에서 마약을 기호품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충분하지 않았던 건 사실이다. 월터 화이트 말처럼 흡연, 음주, 심지어 일부 국가에선 성매매도 개인의 선택으로 보는 마당에 치명적이라는 이유는 마땅치 않다. 설득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마약'이라는 단어와 '중독'이라는 단어에 중복돼 노출되면, 학생이나 가치 판단이 미숙한 사람에겐 동기유발이나 매한가지다. 그저 안 된다고 하기보다 성교육처럼 적절한 교육도 시급해 보인다. 왜 안 되는지, 무엇이 안 되는지 등 정확한 지침도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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