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갈이 열무백김치로 봄식탁을 소환했다.
김치 담근 지가 언제였나 모르겠다. 시장에서 사다 먹고 누가 주면 얻어먹고 그렇게 몇 년을 살아온 것 같다. 남들은 시어머니, 친정어머니 계시니 담가 주지 않냐고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내가 해서 배달해야 하기 때문에 그냥 나도 사 먹게 된 이유도 있다.
그러나 건강식으로 식단을 시작하면서 다시 손에 물이 묻고 주방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렇지만 예전처럼 주방에 있는 것이 짜증이 나거나 불행하다는 생각은 없다.
갑자기 얼갈이김치와 열무김치가 먹고 싶었다. 익힌 야채, 심심한 야채찜을 한 달 가까이 먹다 보니 아삭한 겉절이 김치가 먹고 싶었다. 입맛이 변했다. 아니 입맛이 아니고 내 몸이 변하고 있음을 느낀다. 배고픔도 느껴지지 않는다. 빵을 먹고 싶다는 생각도 안 들고 떡을 보고도 그냥 지나친다.
항상 간식 바구니를 들여다보며 입에 달달한 것을 넣었던 나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며칠 전 친구들과 이야기하다가 요즘 얼갈이와 열무가 부드러워서 겉절이 김치를 주문해서 먹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먹고 싶었다.
다음 주에 먹을 야채를 주문하면서 얼갈이와 열무를 같이 주문했고 식재료가 오후에 배달되었다.
3시가 넘어서 배달된 장바구니를 열어 야채 손질부터 했다.
브로콜리, 당근, 비트, 고구마를 손질해서 찐 다음 통에 소분해서 담는다.
달걀이 삶아지는 동안 얼갈이 양념을 만들어 준비한다.
예전 같으면 밀가루로 풀을 만들어서 양념을 했을 텐데 오늘은 삶은 감자를 넣었다.
삶은 감자, 생강, 마늘, 매실액, 멸치액젓, 청양고추, 양파, 스테비아 액상시럽, 자몽발효초를 넣어 블랜더에 갈아서 양념을 만들었다.
숨이 죽은 얼갈이와 열무를 씻어 건진 후 만들어진 양념과 버무린 후 통깨를 뿌리고 들기름 한 숟가락을 둘러주었다. 오늘 저녁은 겉절이 비빔밥이다.
자연에서 얻어지는 제철의 과일과 야채가 보약이라고 한다.
굳이 비싼 돈 들여 보약 먹지 말고 제철의 야채와 과일을 놓치지 말고 먹어주자.
요즘은 하우스 재배며 수입 과일들이 많아서 제철 과일이 어떤 과일인지 구분이 안 되기도 한다.
싱싱한 식재료를 손질하고 밥을 먹는 시간이 내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니 에너지가 솟아나고 발끝이 솜털처럼 가볍다.
일주일 먹을 당근과 비트와 브로콜리와 고구마를 쳐다보니 행복하다.
반짝 만들어 낸 열무 얼갈이 백김치로 들기름 향기 가득한 저녁 식사를 하고 나니 내 영혼이 봄 들판에 서 있는 느낌이 들었다. 오늘 저녁 식탁은 봄 들판이 우리 집으로 들어온 듯!
섬유질을 먼저 먹고 단백질, 탄수화물의 순서로 음식을 먹으면서 배고픔은 사라지고 포만감이 오래도록 지속되는 것을 느끼고 있다.
오늘도 봄 식탁과 함께 자연식으로 건강한 하루를 보낸 나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