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꿀꿀이 죽이라고 한다.
온라인 장보기의 장점은 장바구니에 담았다 비우기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았는데 배송이 늦어진다는 문자를 받고 결제를 하지 않았다. 날짜도 그렇지만 채끝살을 담았다가 결제 비용이 좀 많아서 그냥 결제를 포기한 것도 있었다.
그렇게 며칠을 버티다가 야채가 바닥이 나서 시장을 보러 매장으로 바로 갔다.
장바구니에 물건을 채우고 결제를 하는데 10만 원이 넘었다.
'아! 너무 많은데~, 소고기 뺄까? 아니야 그냥 오늘은 먹을 거야!' 지르고 왔다. 장바구니 비용으로 10만 원을 넘어 본 적이 언제 있었나 싶을 만큼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점심은 쌈을 먹으려고 준비를 한다.
찜기에 미니 밤 호박과 숙주를 넣고 고기를 올리고 다시 숙주와 양파를 넣고 뚜껑을 덮어 준다.
고기가 쪄지는 동안에 파프리카, 오이를 채 썰고 땅콩 소스를 만들어 준비한다.
숙주와 함께 익은 고기, 채 썬 야채를 깻잎에 싸거나 라이스페이퍼에 싸서 먹는다.
숙주와 고기가 익으면서 흘러내린 채수와 육수를 받은 냄비에 냉장고에 남아서 놀고 있는 야채를 모두 넣어서 야채수프를 끓인다. 밤 호박, 고구마, 당근, 양파, 양배추, 가지, 파프리카, 토마토 등을 넣어서 15분 정도 끓여 준다. 이렇게 끓인 후 남겨 놓은 초록 야채들을 먹기 직전에 넣어준다. 브로콜리, 청경채, 깻잎 등 돌아다니는 초록 야채와 들깨 가루를 넣어서 먹으면 된다. 한 끼 식사로 너무 훌륭한 식사가 되어준다.
찜을 통해 받아진 육수와 함께 야채 수를 이용해 야채수프를 만든다.
점심부터 저녁까지 연결되는 수프 활용이다. 이렇게 만들어 두면 일주일이 여유가 있다.
퇴근 후 가방을 놓자마자 시작한 수프와의 전쟁이 마무리되자 남편에게 약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소시지 구이와 계란 프라이와 삼겹찌개와 소맥 반주를 하는 남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예전 같으면 같이 반주를 했을 텐데 근래 몇 개월 동안은 술을 마시지 않고 있어서 남편도 더 이상은 권하지 않는다.
퇴근 후 분주히 움직이는 것이 가족을 위함이 아니고 나를 위함이면 안 되는 걸까!
주말 동안에 집중적으로 먹을 야채수프를 만드느라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냄비 가득 야채수프를 가져와 남편 앞에서 먹는데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다.
몹쓸 마음 같으니라고!
과일이라도 같이 먹을까 하고 물었더니 안 먹는다고 한다.
몸에 좋은 건 절대 안 먹는다.
30평 아파트에 달랑 남은 두 사람이 함께 먹는 식사도 각자, 방도 따로따로 다.
남편은 거실에서 TV 보고, 나는 서재에서 혼자 논다.
올 인원 수프라고 이름 지은 나의 수프를 남편도 함께 먹으면 좋을 텐데 절대 거부한다.
꿀꿀이 죽 같다고 한다.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것을 가축의 식사에 비유하다니!
우리, 가족 맞는 거지?
가깝고도 멀지만 족히 아는 사이!
하루종일 야채수프로 몸을 해독하며 어제의 일탈을 반성하며 내 몸을 달래는 하루였다.
가스가 하루종일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