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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임자 Oct 10. 2024

어른들도 힘든데 어린이는 더 힘들지

이거 엄마 경험담이야

2024  10. 9.

< 사진 임자 = 글임자 >


"스마트폰을 잘 사용하면 정말 좋지만 한 번 거기 빠져버리면 쉽게 헤어 나오기 힘들어. 다 큰 어른들도 조절하는 게 절대 쉬운 게 아니야. 그런데 어린이는 어쩌겠어? 엄마도 뭐 하나 찾아본다고 하다가 어느 순간 엉뚱한 걸 보고 있을 때가 있더라니까. 처음부터 보려고 한 건 아닌데 어쩌다 보면 그렇게 되기도 해. 그래도 어른들은 의식적으로 조심하고 조절하려고 노력하면 어느 정도는 그렇게 할 수 있지만(물론 안 그런 어른들도 있고) 어린이들은 아무래도 어리니까 그게 더 힘들 수 있어. 엄만 그게 제일 걱정되는 거야. 그래서 최대한 스마트폰은 늦게 썼으면 하는 거고. 엄마 말 무슨 말인지 이해 돼?"

"응. 난 스마트폰이 생겨도 하루 종일 안 할 거야."

"그게 말이 쉽지. 내가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어쩌다 보면 그렇게 돼 버릴 때가 있거든. 특히 영상 같은 건 요즘 재미있는 게 정말 많잖아. 그냥 시간 때운다고 심심풀이로 보다가 순식간에 한두 시간 지나버릴 수도 있어. 네가 수업 시간에만 쓰고 공부하는 용도로만 쓴다고 마음먹어도 그게 마음대로 잘 되는 것도 아니야. 이게 다 엄마 경험에서 나온 거야. 엄마도 오디오어학당 듣다가 모르는 표현 나오면 검색만 한다고 처음엔 어학사전을 찾아보려고 시작해. 근데 어느 순간 광고도 보게 되고 쇼핑도 하게 되고 그렇게 되더라고. 뉴스 기사 읽으려고 했다가 엉뚱한 글 보고 있고 그럴 때가 한두 번이 아니야. 근데 그게 엄마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그렇게 돼. 아무리 내가 필요한 것만 찾아보고 끝내야지 마음먹어도 그게 절대 쉬운 게 아니더라니까. 너도 알다시피 엄마는 거의 EBS에서 오디오어학당만 하루 종일 듣다시피 하잖아. 한 번씩 강의도 보고 하는데 강의를 보면서도 그 아래 있는 영상들에 눈이 돌아가더라니까. 사람 마음이 그래. 눈에 보이면 마음도 가게 되나 봐. 차라리 시작을 안 했으면 모를까  한번 시작하게 되면 그만 두기가 쉽지 않아. 생각해 봐. 네가 재미있는 일을 하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계속 거기에 빠지게 되잖아. 스마트폰 사용하는 것도 마찬가지야. 아직은 어린이들이 사리분별 능력이 많이 있지는 않으니까 그런 점에서 더 취약할 수밖에 없을걸?"

"엄마, 나는 쓸데없는 영상 같은 거 보고 안 그럴 거야. 그리고 사용하는 시간도 정해두면 되잖아."

"당연히 사용 시간도 정해놓고 써야지. 아무 제한 없이 쓰게 되면 정말 나중에는 너무 무분별하게 쓰게 돼서 안돼."

"그럼 이제 나 스마트폰 사 줄 거야?"

"아니, 지금 엄마가 사 준다는 말이 아니라 스마트폰을 잘못 사용하게 되면 어떤 단점들이 있는지 그걸 얘기하고 있는 거야. 너희도 학교에서 배우잖아. 예전에 집에서 온라인 수업했을 때 생각해 봐. 수업 들으려고 노트북 켰다가 어느 순간 엉뚱한 걸 보고 있고 그랬잖아. 생각 안 나?"

"아, 맞다. 그랬었지. 온라인 수업 할 때 정말 좋았는데."


가만 생각해 보면 예전에 코로나 시국 때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이 영상 매체에 노출이 아주 많이 되기 시작한 것 같다.

집에서 TV를 거의 보지도 않았고(우리 가족 모두 TV는 안 봤다 그래서 굳이 사지 않았아도 될 것을 샀다고까지 생각했다, 물론 퇴근 후 집에 오면 할 일이 많아서 TV를 볼 시간이 현실적으로 없기도 했고 말이다) 아이들이 어릴 때 식당에 같이 간 적도 거의 없지만(태어나고 10년 동안 5번도 안 간 것 같다) 가족 모임이라도 있어서 식당에 가게 되더라도 스마트폰을 쥐어 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어떤 이들은 아이들에게 그걸 쥐어 주지 않으면 밥을 못 먹는다고 하던데 애초에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아이들이 요구한 적도 없었고 말이다. 그리고 집에서도 밥을 먹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밥 먹을 때 어떤 이들은 밥을 먹이려고 아이들에게 영상을 보게 하고 살짝 스마트폰 사용에 관대해지기도 한다는데 우리 집에서는 그런 풍경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팬데믹 시기에 온라인 수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자 당연하게 각자 노트북을 사용하면서 수업 시작 전에 살짝(은 아니고 어쩔 때는 대놓고, 미리 수업을 준비한다는 명목 하에) 인터넷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그때 비로소 신세계에, 별천지에 눈을 떴다.(고 나는 확신한다) 수업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수업 전, 후의 인터넷 맛보기(?)에 한창 신났던 때가 있었다, 기원전 4,000년 경에.

전에도 밝혔지만 나는 인터넷 매체를 역병 보듯 하는 사람은 아니다.

잘만 사용하면(물론 그게 가장 어려워서 힘들긴 하다) 그처럼 은혜로운 교육 수단도 없다고 걸핏하면 얘기한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때도 남들 다 간다는 노량진에는 안 갔어도, 인근 광역시의 학원가는 어슬렁거리지 않았어도 인강으로 수업을 듣고 새벽 3시에도 동영상을 시청했었다. 지방에 사는 수험생에게는 그만한 교육 수단이 없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건전하게, 좋은 점만 잘 골라서 이용했을 때만 해당되는 말이다.

공시생 시절엔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대중화되지도 않았으니 시도 때도 없이 이동 중에도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시절이 아니었다.(고 기억한다. 내가 시골에 살아서 나만 그렇게 산 건 아니겠지?)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되었다.


틈만 나면 우리 부부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인터넷 매체를 건전하게 잘 이용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아이들에게 이야기하곤 한다. 동시에 앞으로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스마트폰을 갖게 된다면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지도 말이다.

물론, 아무리 내가 설교를 밤낮으로 한다고 해도, 이론상으로는 그럴듯하게 이야기해도 실전에는 약할 것이라는 것을, 생각과는 많이 다를 것이라는 걸 나도 모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그에 대해  화제에 올리고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슬슬 대비를 해야 했다.

적어도 아무 대책도 없이 등 떠밀려 덜컥 그 물건을 손에 쥐어주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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