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까지 끌어모은...감사일기
- 무산된 해외여행 -
예정대로라면 우리는 지금쯤
세부에서 한가로이 수영을 즐기고 있어야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온 집안을 뒹굴며
고열과 몸살과 오한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8월 31일 출국.
8월 30일 아들의 코로나19 확진.ㅠㅠ
29일부터 고열이 나는 아들을 보며
나와 남편은 그래도 여행을 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기력없이 축 쳐진 아들을 보며 우리는
여행사에 취소 연락을 했고, 모든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무엇보다 아직 입국전 코로나 검사가 어떻게 될 지
발표가 나지 않은 상태에서
잘못하면 현지에서 격리될 수 있었기에
우리는 우리의 여행경비를 포기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리고 다음날, 뉴스에서는 입국전 검사 폐지라는 결과가 나왔다.ㅠㅠ)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기에 아들에게
'왜 하필이면...?'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평소에 마스크 좀 제대로 쓰고 다니지...'하는 원망도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아이가 일부러 걸리려고 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면
화를 낼 일도 아니었고, 화를 낸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었다.
예전의 나라면 확진 받은 아들에게 화부터 냈을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그 후에 내 마음에 몰아칠 후회를 예측할 수 있다.
결국 계획해 둔 여행이 무산된 아쉬움을 뒤로하고
아픈 아들을 간호하느라 바쁜사이...
둘째도 확진되고 나와 남편도 확진되었다.
이렇게 되고보니, 아들의 확진이 참 감사한 일이다.
1. 여행가서 온 가족 아프지 않고,
집에서 안전하게 치료받고 나을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2. 코로나로 인해 확진되어
항공료 일부라도 돌려받을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코로나 확진으로 인한 노쇼는 확진자와 보호자 1인까지 100%환불받을 수 있다.)
3. 무엇보다 날린 여행경비보다 아들을 우선으로 여길 수 있을만큼 예전보다 성숙해진 나 자신에게 감사합니다.
수백 만원이 결코 적은 돈은 아니지만,
우리는 지금 다같이 코로나를 앓으며
서로의 이마를 짚어주고
약을 챙겨먹여주며
끈끈한 가족애를 느끼고 있다.
여행과는 또다른 의미의 추억이다.
수백만원의 여행경비 없이도,
추억은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