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이란 건 아름답긴 하지만 정작 쥐고 있는 사람은 너무나 괴롭다.
20대가 귀중하다고, 중요하다고, 이때 삶의 모든 것이 결정된다고 외치는 수없는 조언과 겁박과 힐난과 채찍질 속에서 젊은 당사자들은 길을 잃게 된다.
내 인생이 결정될 이 짧고도 찬란한 봄 안에서 나는 무엇을 더 이뤄내야만 할 것인가.
가만히 바라만 보고도 있어도 아름다운 계절이지만 그 아름다움을 즐기며 가만히 앉아있다가는 저 멀리로 달아나는 다른 젊은이들에게서 도태당할 것이라 사회는 엄중하게 선언한다.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에 떠밀려 현실을 선택한다 한들 내가 아닌 나로 사는 게 괴롭고, 꿈을 향해 가는 가파른 낭떠러지 길을 걸어가는 길도 미치도록 불안하고 막연하다.
어떤 방향을 선택해도 청춘은 방황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청춘, 직역하자면 푸른 봄. 이 단어에 꽂혀 몇 년 전 구청 표어에 응모한 적이 있었다.
"아름답지 않아도, 빛나지 않아도 괜찮아
겨울을 이겨낸 너는
있는 그대로 푸른 봄이란다."
라는 내용이었다. 학원이 많은 건물로 향하는 길목이라 학생들에게 용기를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 말을 가장 들려주고 싶었던 사람은 나 자신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다 빛나보일 때 홀로 초라하더라도 나 또한 그들처럼 푸른 봄이라고...
표어를 쓰던 그때로부터 몇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나는 20대이고 아직도 갈팡질팡하고 있다.
봄이 서서히 움트고 있다. 온갖 꽃들이 더는 못 견디겠다는 듯 조금 서둘러 활짝 피어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아름다운 봄날이라 우울하고 생일이라 왠지 더 우울한 날, 당선되어 구청 건물에 커다랗게 걸려있던 그 표어를 애써 곱씹어보았다.
왜 나는 매번 남들보다 느리고 느린 만큼 더 잘하지도 못하는 것인지.
인생을 전부 걸고 스스로 선택한 꿈을 향해 가면서도 자꾸 의심하고 무너지는 것인지.
이런 불확실함과 흔들림과 막막함과 두려움과 초조함이 푸른 봄이라는 청춘의 진짜 모습일 것이다.
이 시기를 이미 지나온 이들에게는 이마저도 아름다워 보이지 않을까 싶다. 돌아갈 수 없이 끝나버린 시절은 아름다운 과거의 박제로 남아버리니.
나도 젊음을 견뎌서 더 어른이 되면 지금을 아름다웠다고 추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