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는 과연 좋은 운동일까
오래전부터 요가 수련 영상을 보며 따라 하기를 좋아했다. 요가라는 운동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도 못한 채. 그러다 2016년쯤 집 근처 요가학원에 홀리듯 들어가 체험수업을 받게 되었고, 다음 날 아마 전신 근육통에 시달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맙소사, 요가가 이렇게 힘든 운동이었다니. 충격적이었지만 계속해보고 싶은 생각으로 가득 차 올랐다.
그때부터 2020년 초까지 정말 바쁜 몇 달 정도를 제외하곤 꾸준히 요가원을 다녔다. 유연함이라곤 지니고 태어나지 못한 관계로 요가 시퀀스 대부분의 동작은 나에게 버거웠다. 하지만 요가의 가장 큰 매력은 불가능할 것 같은 동작도 언젠가는 가능해진다는 것이었다. 주 2회씩 아무 생각 없이 수업에만 참여하다 보면 신기하게도 조금씩 유연해지고 강해지는 나의 몸을 발견하게 된다. 대단한 변화라기보다는 그야말로 나만 아는 변화.
선생님은 이 달의 자세를 정해서 각자 가능한 속도로 어려운 동작에 도전하도록 했다. 나에게 가장 어려운 자세는 머리 서기(물구나무)였다. 이 자세를 해보고 싶어서 매일 밤 벽 앞에 머리를 박고 엎드려뻗쳐 자세로 있었던 적도 있을 정도로 나는 요가에 미쳐있었다. 남편은 지금도 그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고 한다.
2020년 12월 허리디스크 판정을 받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대체 왜?’였다. 자세가 좋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나였는데 말이다. 생각을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이유는 딱 하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가구나. 그도 그럴 것이 요가에는 전굴 자세와 같이 허리를 굽혀야 하는 동작들이 많다. 많은 정도가 아니라 대부분의 동작이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알고 보니 나는 소위 말린 골반(후방 경사라고 하더라)과 일자허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전굴 혹은 나비 자세 등 골반의 움직임을 최대로 하여 배와 바닥 혹은 허벅지를 붙여야 하는 동작을 할 때도 체형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기 때문에 매번 억지로 허리를 구부렸다. 그렇게 몇 년 간 누적된 허리의 피로는 어느 날 예고도 없이 통증으로 찾아왔다.
요가는 좋은 운동이다. 하지만 본인의 몸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지 않는 한 위험한 운동이 될 수도 있다. 물론 1:1 요가 수업이 아닌 이상 모든 회원들의 체형과 자세를 파악하여 교정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에 가르치는 사람을 탓할 수 없다. 다만 어렵고 힘든 동작을 해내기 위해 마냥 고통을 참으며 시간과 노오력을 들이는 것이 꼭 답이 아닐 수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건강하게 살기 위해 시작한 운동이 독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돈을 조금 투자하더라도 정확한 동작을 잡아줄 수 있는 전문가에게 요가를 배우길 권해본다. 허리디스크가 완치될 날은 오지 않겠지만, 통증을 컨트롤할 수 있게 된다면 요가를 꼭 다시 한번 배워보고 싶다. 아주 천천히, 욕심내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