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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경 5 km의 해외 살이

프롤로그

by 모모루

매일 개와 산책을 가는 곳은 집 근처 공원이다. 가끔은 동네 초등학교 운동장과 잔디가 깔린 축구장에도 간다.

주말 아침이면 집에서 한 블록 떨어진 로컬 마켓과 세 블록 떨어진 한인마트에서 장을 본다.

은행은 옆 동네에 있는 지점에 가는데 한국말할 줄 아는 직원이 있기 때문이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다리 건너에 있는 직장과 육 개월에 한 번씩 검진받으러 가는 도심의 치과에 갈 때가 그나마 멀리 가는 것이다




밀려드는 이민자로 포화상태가 되어버린, 멋대가리 하나 없는 외곽 도시의 낡은 아파트는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살던 집이다.

1994년에 지어진 낮은 목조 건물 2층 10호.

육각형 모양의 부엌과 가스 벽난로가 있는 거실을 지나 제일 안쪽 구석에 있는 골방.

대부분의 시간을 그 방에서 보낸다.




내게 필요한 공간이란 책상이 놓인 혼자만의 방이다. 늙은 개와 걸을 수 있는 한적한 공원이 근방에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 고국을 떠나 외국에 살고 있지만 이런 생활 패턴이라면 어느 나라에서 사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내 세상은 이렇듯 작다.




서른셋에 이 나라로 처음 건너왔는데 어느새 마흔을 훌쩍 넘긴 중년이 되었다. 여전히 혼자이고, 혼자서도 잘 논다. 그리고 변함없이, 집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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