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은 회사를 살릴 수 있을까?
최근 LG화학에서 구조조정한다는 소문이 블라인드에서 돌았고 회사는 이를 사실이 아니라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는 어두운 회사 상황을 잘 보여줍니다. 최근 NC나 KT와 같은 큰 기업에서도 대규모 구조조정이 있었고 삼정KPMG에선 24년을 기업회생 및 파산 숫자가 역대 최고치라고 밝히기도 하였습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구조조정을 시행한 기업 중 40%는 재무적 성과 개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합니다. 나머지 60%의 회사들도 단순히 비용 절감 효과에만 그쳤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도 국내 사례들을 분석한 결과 구조조정을 추진한 기업 중 상당수가 재무구조 개선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비용을 아무리 줄여도, 벌지 못하면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된 유명한 사례 중 하나는, 바로 노키아인데요. 스마트폰 흐름에 탑승하지 못한 채 경쟁력을 잃은 노키아는 강도높은 구조조정이 실행됐지만, 결과적으로 핵심인력까지 이탈하자 기업 성장 동력을 모두 잃어버리게 되었습니다.
구조조정은 해고당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남아있는 직원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를 '생존자 증후군'이라고 하는데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에 따르면, 남은 직원들의 생산성은 평균 20-30% 감소했으며, 이는 6개월에서 최장 2년까지 이런 현상이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구조조정의 단기적 비용 절감 효과를 상당 부분 상쇄시키는 정도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살아남을' 정도의 유능한 사람들은 오히려 이직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인데요. 역설적으로 기업이 붙잡고 싶어하는 인재들이 먼저 떠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죠. 이는 의도하지 않은 추가적인 인재 손실까지 감안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량 해고를 당한 근로자들의 재취업률은 일반적인 이직자들보다 낮고, 재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임금이 평균 10-25% 감소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중년층과 고임금 근로자일수록 타격이 더욱 크다고 합니다. 프린스턴 대학의 헨리 파버 교수는 "대량 해고를 경험한 근로자들의 경제적 회복에는 평균 5-7년이 걸린다"라고 말했습니다. 미시간 대학교에선 이들이 우울증과 불안장애 발병률이 일반인보다 2-3배 높았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직업 정체성이 강한, 즉 '회사에 대한 프라이드가 높은',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강하게 가진' 사람들이 훨씬 더 심리적 타격이 큰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고요.
구조조정이라는 단어를 잘 살펴보면 단순히 지출을 줄이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본질적인 형태를, 시대에 맞게 변화시켜야 한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구조조정의 성공 요인을 분석한 보스턴 컨설팅 그룹의 연구에 따르면, 단순한 인력 감축보다는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프로세스 혁신, 조직 문화 변화를 동반한 경우가 더 높은 성공률을 보였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IBM의 경우 1990년대, 하드웨어 중심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사업 모델을 전환하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동시에 직원 재교육 및 사내 문화 혁신까지 투자하여 성공적으로 변신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의 결론은, 단순한 인력 감축이나 자리 바꾸기로는, 구조조정을 해도 큰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살아남기 위해선 뼈를 깎는 수준의 비즈니스 모델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패키지 소프트웨어에서 클라우드 서비스로, 넷플릭스는 DVD 대여에서 스트리밍으로 완전히 모델을 바꿨습니다. 여기에는 기존 수익원을 포기하는 용기가 필요했던 것은 당연하고요. 진정한 구조조정은 DNA를 바꾸는 것에 가깝습니다. 기업의 유전자 자체를 시대에 맞게 재설계하는 용기가 있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