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형민 Dec 26. 2023

잘 있어 일본! 그동안 즐거웠어

ep40. 일본에서의 마지막 스토리

사실 떠나는 그 순간까지도 오늘이 오지 않을 줄 알았다. 내가 일본을 떠난다니, 그것도 영영.


일본 도쿄에 처음 발을 내디뎠던 그 순간,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인 2013년 9월 5일. 6개월 과정의 해외인턴생만 끝내고 돌아가려고 했지만 사람일이라는 게 늘 생각과는 다르게 움직인다. 인턴으로 일하던 회사에서 정사원으로 내정받고 취업비자를 받아 본격적인 일본 생활 개시.


그 이후로도 여러 차례 (발전을 위해) 회사를 옮겨 다니며 경력도 쌓고 일본에서의 생활이 익숙해지면서 굳이 일본을 떠나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는 사이 일본은 한국보다 더 친숙한, 그러니까 마치 고향 같은 곳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영주권을 얻어 일본에서 집도 사고 차도 사고 결혼도 해서 아이도 낳으리라! 


일본에서의 생활이 당연해졌고 오히려 가끔 돌아가서 마주하는 한국은 낯선 이국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그러다 코로나 이후로 생활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심리적으로도 이전과는 달라졌다. 사실 가장 큰 적은 외로움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가족들과 왕래를 할 수 없었고 마치 군대에 있을 때처럼 작은 울타리에 갇힌 기분이 들었다. 더 큰 행복을 위해 일본생활을 택했고 만족스러웠지만 큰 도약을 하기에는 여러 한계들이 있었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한국으로 돌아갈 결심을 하게 되었다. 다행히도, 올 때는 혼자였지만 돌아갈 때는 사랑하는 사람과 둘이서 간다.


나와 비슷한 배경을 가지고 일본생활을 시작한 그녀가 있었기에 일본생활이 너무나 즐겁고 행복했다. 그리고 더 큰 행복을 위해서는 일본이 아닌 한국이 더욱 적합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삿짐을 정리하는 날. 오랫동안 내 일상을 소리 없이 지켜주었던 정들었던 물건들과 작별을 한다는 사실이 왠지 모르게 슬펐다. 걔 중에는 햇수로 10년을 함께한 것들도 있었다.


한차 가득 실린 일본 생활의 흔적들


이삿짐과 불용품을 함께 한 트럭 가득 실어 떠나보내고 난 뒤 텅 빈 집을 보니, 이곳으로 이사 오기 전 집을 둘러보러 왔던 그날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우리의 흔적은 곳곳에 남겨진 생활 자국 정도.


아마 일본에서도 나의 흔적들은 이처럼 언제 그랬냐는 듯, 내 사진 속 추억을 제외하고는 조용히 사라지겠지. 그래도 일본에 있던 10년이 있었기에 지금이 있고,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 감사하다.


일본을 떠나 다시 한국에서 시작하게 될 앞으로의 여정에 큰 밑거름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래서 일본에서 사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적극 추천하고 싶다.


평생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추억들을 얻을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본캠핑은 뭐니뭐니해도 후지산이 보이는 곳에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