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9. 일본에서의 마지막 캠핑
평생 있을 줄만 알았던 일본을 떠난다는 사실이 잘 실감이 나지 않았다가 퇴거날짜도 잡고 한국으로 돌아갈 티켓까지 끊고 나니 비로서 현실로 와닿았다.
정말로 일본을 떠나는구나...
그렇다고 이렇게 떠나기는 아쉽고해서 의미있는 일을 해보기로 했다. 그렇다고 거창한 것도 아닌 기억에 남는 장소에 다시 한번 가보는 것이었다. 물론 거기에는 여러 후보가 있었지만 나와 와이프가 한때 도취해 있었던 캠핑, 그 중 가장 베스트 장소에 다시 가는 것이었다.
후지산이 보이는 호수 앞에 있는 캠핑장인 코안캠핑장(浩庵キャンプ場)이 그곳이다. 야마나시현(山梨県)에 위치해 있고 도쿄에서는 대략 2시간정도 떨어져 있는 곳이지만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라도 가볼만 하다!
워낙 위치가 좋아서인지 예약을 하기도 힘들다. 최대 60일 이후까지 예약이 가능한데 보통 주말이나 연휴는 금새 차버린다. 다행이 우리는 평일에 조금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평일로 예약후 출발!
캠핑장은 평일이라고는 안믿길 만큼 캠핑객들로 자리가 꽉 차 있었다. 이미 명당 자리는 연박을 하고 있는 사람들 차지였고 우리는 차량과 도보로 한참을 걸어다니다가 다행이 어느정도 경치 조망이 가능한 곳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이 캠핑을 오기전에 한국에서도 쓰려고 우리가 좋아하는 아웃도어 브랜드인 DOD에서 카마보코 텐트도 구매해두었다. 이날까지 하면 총 3번을 사용한다. 한국에서 얼마나 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일본에서의 마지막은 이곳에서 보낸다.
텐트까지 쳤으니 본격적으로 먹방을 시작하자! 한참 캠핑에 빠졌을때 구매했던 그리들. 후지산을 바라보며 먹는 고기맛은 또 일품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이곳에서는 후지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싶다.
고기 한점 먹고 경치를 바라보고 산책도 하며 일본에서의 지난 10년간의 추억을 되새겨본다. 2013년 9월 5일, 이민가방을 힘들게 끌고 내렸던 낯선 도쿄에서 20대 후반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나는, 어느덧 30대 중반이 되어 있다.
우여곡적을 겪으며 이런 저런 경험들을 해오며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라는 길에 들어서게 되었고 그러는 동안 사랑하는 사람도 만났다. 그리고 이제는 한국에서 다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후지산을 바라보며 지금까지의 여정들이 헛되이지 않았고 앞으로 더 높이 올라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래보며 마지막 캠핑을 보냈다.
※일본 거주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에세이입니다. 일부 편협하거나 주관적인 부분이 있을 수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