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가. feat 열차지연
도쿄에서 일정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다. 장마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공항에 내리자마자 실감했다. 카트를 끌고 장기주차장으로 가려는 순간 급작스럽게 폭우가 쏟아진다. 어쩔 수 없이 짐과 와이프를 공항 안에 남겨둔채 나홀로 비바람을 헤치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오늘 아침 출근길도 비가 인정사정없이 쏟아졌다. 역으로 향하는 하천길도 통제되었곧 범람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다행히 1호선 열차는 정상운행했고 무사히 출근할 수 있었다.
그동안 밀려있던 업무 처리를 하느라 뉴스는 열어볼 정신도 없이 시간이 흘러갔다. 오후 늦게부터 비는 소강상태에 접어들어 우산 없는 가벼운 퇴근길이 되었다.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모습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문제는 1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 내린 동묘앞역에서 벌어졌다. 평소에도 청량리, 광운대까지만 운행하는 열차가 많다. 오늘은 동묘행, 광운대행, 광운대행, 청량리행 순으로 열차가 왔다. 평소라면 이후 의정부행, 소요산행 열차가 오기 마련이다. 지하철 어플이나 지도 어플에서도 별다른 이상함이 감지되지 않는다.
그런데 뒤이어 오는 열차가 다시 청량리행이더니 도로 광운대행, 광운대행이다. 역사 내 전광판에도 아무런 안내가 없다. 상담센터 연락해도 (당연히) 연결이 안 된다. 삼십 분을 넘게 허비하고 나서도 그 이상으로 올라가는 열차 소식이 들리지 않아 부랴부랴 뉴스를 검색해 보았다.
‘집중호우에 1호선 도봉산역~연천 운행 중단‘
오후 3시에 등록된 기사. 최신소식은 오리무중. 안 되겠다 싶어 버스노선을 찾아보았다. 그러다 광운대 위 1호선 방향에 빨간색 통제표시(-)가 눈에 들어왔다. 내용을 살펴보니 집중호우로 인한 통제로 재개 여부는 알 수 없다고…
지도를 상세하게 확인하지 않았다면 언제까지 기다리고 있었을까. 오랜 일본생활 이후 한국에 돌아와 처음으로 맞는 장마기간이라 무얼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준비가 덜 된 탓이 크다.
일본에서는 열차지연 안내는 역사(駅舎) 내 전광판, 아나운서, 지하철 어플 등을 통해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 지하철 어플(주로 야후노선정보 이용했다.)에서는 지연예상 시간이 나오기도 한다. 지연이 길어질경우 다른 교통수단 이용할 것을 안내하고 비용 환불을 해주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무작정 운행재개를 기다리는 상황은 그리 많지 않다.
이런 것들을 대한민국에서도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국인인 나도 이렇게나 헤맸는데 외국인들은 이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을까? 어제 탔던 나리타발 인천행 비행기 안에는 꽤 많은 일본인과 다른 국가 승객들도 있었다.
결국 광운대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가기로 결정했다. 다행히도 광운대에 도착하니 상행열차 운행이 재기되어 1호선에 다시 오를 수 있었지만 예정보다 1시간이나 늦게 도착했다.
한국생활에 적응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갈길이 먼가보다. 비 온다고 일찍 나왔는데… 이럴줄 알았으면 일이라도 더할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