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걷기나 달리기보다 조금 더 격한 운동이 가능해진 것이다. 헬스장을 등록해 PT를 받았다. 중량을 늘려 무리하지는 않았고, 상황에 맞게 운동하는 법을 배웠다. 땀을 뻘뻘 흘리며 운동을 하자, 팔과 다리에 근육이 조금씩 붙었고 아프기 전의 수준은 아니지만 80% 정도의 수준으로 체력이 회복되었다. 이제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게 운동할 수준이 되었다.
동네친구들과 취미로 재밌게 할 수 있는 운동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탁구를 같이 치기로 했다. 탁구를 그 때 처음 쳤는데, 정말 재밌는 운동이었다. 작은 탁구공을 테이블 안에서 치는 어떻게 보면 단순한 운동이지만, 그 안에 작은 우주가 있었다. 공은 라켓의 스냅에 따라 스핀을 먹었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탁구공은 우리의 인생 같았다. 탁구는 나처럼 체력을 회복하는 단계의 환자에게 최고의 운동이었다. 우선 축구나 농구와 비교해서 상대방과 몸을 직접적으로 부딪힐 일이 없어 부상의 위험이 적었다. 또한 탁구 테이블이 작아서 크게 움직일 일이 없어 체력적으로 큰 부담이 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실내스포츠여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어떤 날씨에도 운동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었다.
탁구의 매력에 푹 빠진 채 6개월 정도가 되었다. 탁구는 정말 재밌는 운동이었지만, 이십 대의 혈기왕성한 청년들에게 무언가가 부족했다. 나와 친구들이 탁구 초보여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운동을 해도 운동을 한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어떤 운동이 좋을까 고민하다 고른 운동이 배드민턴이었다.
배드민턴도 실내운동으로서 어떤 날씨에도 할 수 있었고, 네트를 사이에 두고 있어 큰 부상이 적다는 장점도 탁구와 같았다. 하지만 배드민턴의 운동량은 축구나 농구보다 더 많을 정도로 힘든 운동이었다. 친구들과 한 세트를 복식으로 치고 나면 숨이 헐떡거릴 정도였다. 그래도 배드민턴은 정말 재밌었다. 스매시를 칠 때 셔틀콕에서 ‘팡’파는 소리가 울릴 때마다 쾌감이 느껴졌다. 복식경기기 때문에 동료와 협동심이나 소통도 중요했다. 평소에 운동을 좋아해서 여러 가지를 해보았지만 배드민턴은 친구들과 즐기기에 정말 좋은 운동이었다. 매주 주말마다 친구들과 배드민턴을 치고 맛있는 점심을 먹는 것은 큰 즐거움이었다. 그렇게 헬스에서 탁구로, 그리고 배드민턴이란 운동을 꾸준히 하며 예전의 몸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했다.
항암치료를 받으면 뼈가 약해질 수도 있다는데, 나는 운이 좋아서 야구 했을 때 생긴 미세골절 말고 큰 부상은 없었다. 그리고 격한 운동부터 하는 것이 아니라 차근차근 쉬운 운동부터 시작하여 힘든 운동으로 넘어간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 처음부터 축구나 농구같은 격한 운동을 했다면 몸이 남아나질 않았을 것이다. 아기가 기어야 걸을 수 있고, 걸어야 뛸 수 있듯이 어려운 과정도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내딛는다면 조금 시간이 걸릴지라도 안전하게 발전할 수 있다. 나는 그렇게, 예전처럼 마음껏 달릴 수 있게 되었다. 병원에 누워있을 때 그렇게 그리워하던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