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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무디 Jun 08. 2022

태도에 대한 고찰

조금씩 오래오래.


오늘은 때아닌 감기에 걸렸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아픈 목구멍에 아쉬운 한숨을 뱉었다. 한여름의 나라로 날아오면서 설마 감기에 걸릴 줄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쌩쌩하던 근육들이 축 쳐져 욱신욱신한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챙겨 온 타이레놀이 있어 얼른 한알을 목 뒤로 넘기고 오늘의 서핑 강습을 가야 하는지에 대해 남편과 고민을 나눴다.


내일과 내일모레는 파도가 너무 센 날이라 안 그래도 서핑을 못하기에, 오늘까지 쉰다면 4일을 못하는 것인데. 그 이유로 버티다 버티다 결국 안 되겠다는 연락을 보낸 뒤 아쉬운 마음이 커지는 걸 겨우 막고 있었다. 한 번에 너무 무리한 건지 체력 관리에 안일했다는 생각과 함께, 삶의 크고 작은 일들을 대하는 내 태도에 대하여 돌아보기로 했다.


나는 본래 하고 싶은 건 기필코 하고야 마는, 또 하나에 몰입하면 앞뒤를 가리지 않고 모든 걸 쏟아붓는 기질이 있다. 그렇게 해서 힘들기는 해도 성에 찰 때까지는 밀어붙이고 나서야 끝을 낸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굉장히 고집스럽고 불같은 사람일 것 같지만 이건 그저 나와의 관계에서만 보여내는 습성일 뿐이다. 말하자면 혼자만의 전쟁터, 정신과 육체의 싸움에서 늘 정신이 승리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의 양상이라 할 수 있다.


지금껏 그렇게 스스로를 괴롭히고 움직여야 잘 살고 있다 느끼며 바쁘게 돌아가는 삶에서 불안을 씻고 위안을 얻었다. 그 과정에서 당연스레 ‘무리’라는 것은 하나의 직업병 같은 것으로 나의 삶을 말해주는 대명사 같은 존재이기도 했다. 그 시간의 흐름대로 자라온 나는 지금이라고 다를 수 없는 것이다. 나는 긴 여행에서 하루를 꼭 생산적으로 보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적기 시작했고, 서핑을 배운다면 최선을 다해 배워야 하는 마음은 어쩌면 가장 나다운 모습이었던 것이다.


 즈음에서 앞으로의 삶에 대한 이러한 태도에 대해 재정립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꼈다. 아무리 바쁘게 굴고 괴롭힌다 한들 군말 없이 잘만 따라오던 이전의 몸뚱아리가 이제는 조금씩 태클을 걸기 시작했다는  직감했기 때문이다.  열정과 욕심의 기운들 사이에서 작은 체력이 나설 틈이 점점 줄어든다. 엄마가  건강을  챙기라는 말을 자주 해주신 덕에 나는  신호를 가벼이 흘려보내지 않고 관심을 갖기로 했다. 어쨌든 나는 타고난 욕심이 크고 억지로라도 열정을 태워야 하는 사람이라면 에너지 분배에 알맞은 단계를 만들어야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조금씩 오래 할 수 있는 자세로. 육체와 정신의 싸움이 아닌 화합의 자세로 나아가기로 했다. 단시간에 성과를 낼 수 없어도 나를 다그치지 않고 받아주며 살아가는 것이다. 불안의 마음을 기대려 하지 않고 일정 부분은 안고 가는 것이다. 계획표의 일들을 줄이는 것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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