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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무디 Jun 13. 2022

서핑 일기(4)

실패를 거듭하고 울고 지쳐도.


2022.06.11 - 06.13

-3일간의 서핑 기록-



이젠 테이크 오프 자세가 꽤 잡혔다. 덕분에 보드에서 넘어지지 않고 파도를 조금 탈 줄 알게 되었다. 보드는커녕 내 몸하나 데리고 바다로 들어가지도 못했던 내게 엄청난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열몇 번 바닷물도 마셔보고 파도에 냉동댕이 쳐지고, 조류에 휘말려 허우적대기를 또 몇 번 겪고 나니 바다를 조금 안 느낌이다. 이렇게 겪어봐야 안다는 말이 이전엔 겁이 났는데, 지금은 누구보다 격하게 공감한다.


모든 운동이 그렇듯 기초 자세만큼 중요한 게 없다. 단계적으로 주력으로 노력해야 하는 포인트가 있다면 나는 지금까지 오로지 테이크 오프만을 집중해서 연습했다. 기초를 무조건  잡아놓을 생각으로. 이제 테이크 오프 다음 보드 위에서 방향을 다루는 법을 익혀야 하는 때가 왔다. 앞발과 뒷발의 힘을 조절하며 방향을 조절하고 파도를 타는 연습. 이건 바닥에서 연습으로 되는 것이 아닌 직접 파도를 타면서 파도를 겪어봐야 감이 잡히는 부분이다. 아직은  모르겠지만 조금씩 잘못된 부분을 고쳐가며 레슨을 받고 있다.




테이크 오프를 연습할 때는 상체, 특히 팔과 코어 힘이 주로 필요했다. 패들링부터 일어설 때까지 몸의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 필요한 힘들이 주로 상체 위주로 필요하다. 반면 보드 위에서는 하체 힘이 더 필요하다. 다리를 구부려서 상체를 낮춰야 하기 때문에 허벅지에 알이 엄청 배긴다. 스쿼트와는 전혀 다르다는 점 때문에도 이 자세를 잡는데 어려움을 더했다. 허리를 꼿꼿이 세우지 않고 둥글려야 하고 생각보다 많이 앉는 느낌이 들어야 한다.


타야 하는 파도의 방향을 잘 읽고 방향 전환을 해야 파도를 오래 탈 수 있다. 그것부터 다시 고민과 연습의 시작이다. 오래 타려면 그 시간을 감당할 수 있는 하체 힘이 많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고 구부린 허벅지로 버티기 연습을 자주 하고 있다. 10초도 안돼서 힘에 부치기를 5번 정도 했으니 1분도 못하는 셈이지만 이렇게라도 하고 나면 조금씩 힘이 붙는다. 뭐든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것이 낫다. 조금이라도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


이틀 동안 같은 르기안 바다에서 레슨을 받고, 오늘은 파도가 너무  이유로 짐바란 비치까지 왔다. 원래 파도가 세면  작은 파도에서 그냥 하자고 해도 될법한데 차를 타고 40 정도 떨어져 있는 곳까지  것이다. 말이 40분이지,  위에 보드 4개를 싣고 운전해서 오기까지 결코 단순한 여정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맞는 적절한 파도에서 재밌게   있도록 힘써주시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감사한 마음이 느껴질 때마다 더욱 노력하게 된다. 수강생인 내가 감사한 마음을 보답할  있는 방법은  향상되는 좋은 실력을 보여드리는 것이기 때문에. 열심히 안 할 수가 없다.




현재 나의 문제점은 패들링  때에  양쪽이 일정하지 않고 오른팔에 힘이  들어가, 자꾸 보드 방향이 살짝 왼쪽으로 기운다. 오른쪽 힘이  좋아서인지 모르겠지만  때문에 방향이 애초에 왼쪽으로 틀어진 상태에서 테이크 오프를 하게 되는 .

두 번째로, 앞으로 더 힘을 주어 나가고 싶을 땐 다리는 일정하게 두고 몸을 앞쪽으로 더 실으면서 나아가야 하는데 다리 사이의 거리를 넓게 둔다는 점.

세 번째는 무게중심이 아직 너무 뒤꿈치에 실려서 앞으로 잘 나가지 않고 방향도 계속 왼쪽으로 향하게 된다는 점이다.


노력하며 성과를 내고 있는 부분은 보드 위에서 어떻게든 균형을 잡아 조금이라도 더 파도를 타보려고 노력하고 있는 점이다. 되는 안되든 영상으로 본 실력자들의 제스처를 많이 도전해보려 한다. 그중에 내 스타일에 맞는 방법이 찾아지기를 바라며. 많이 생각하고 집중하고 도전해보는 것만이 답이다!


서핑이라는 난생처음 배워보는 스포츠, 나 어렸을 땐 안 다니는 이가 없었던 태권도나 발레와 같은 운동도 한번 배워본 적이 없었다. 학창 시절엔 일찌감치 운동에는 전혀 소질이 없다 단정하고 살았다. 그런 내가 스물일곱의 나이에 새로 관심을 두는 분야가 서핑이라니. 세상일은 단언할 수 없다. 나 자신에게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변하는 세상과 변하는 내 자신을 마음껏 받아들여야 한다.




실패를 거듭하고 지치고 다치고 울고 아파도, 신기하게 그 다음번엔 좀 더 낫다. 높은 파도에 힘껏 맞아보고 난 뒤엔 그 파도를 어떻게든 피할 수 있게 되었고, 물에 빠졌을 때 코끝까지 밀고 들어오는 바닷물에 머리가 띵해지던 게 이제는 빠지는 순간에 맞춰 숨을 뱉음으로써 훨씬 덜하다. 다시는 안 하고 싶어 질 만큼 겁나는 순간을 겪었음에도 그 다음번이 되면 웬걸 훨씬 나아져있다.


강습 선생님이 하신 말씀에, 인생은 서핑 같다고 하셨다. 울고 웃고 치여도, 몇 번의 파도 뒤에 오는 잠잠한 순간엔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이 나를 다독인다.  파도는 정말 순간이다,  잠깐을 위해 무수히 연습하기도 하고  잠깐 때문에 다치기도 한다. 서핑을 타는 순간엔 아무 걱정거리나 잡생각이 사라진다. 바다 위에서의 인생을 겪느라 현실은 잠시 잊히는  같다.


서핑뿐만이 아니라 뭐든 새로운 도전에는 인생의 한 시기가 담긴다. 철학적인 느낌이 부담스럽긴 해도 삶에 대해 깨닫는다는 건 나 자신에게 자신감을 실어주며 주도권을 쥐어준다. 어떤 상황에서도 잘 살아갈 힘이 되어준다.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며, 한 챕터를 성공한 나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내일도 파이팅을 외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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