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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무디 Jun 22. 2022

서핑 일기 (6)

잘하기 때문이 아니라, 즐겁기 때문에


2022.06.20 -06.22


오늘은 뭉게구름이 둥실둥실 떠있는 하늘에 유독 깨끗하고 맑았던 바다였다. 발리는 지금 계절로 따지면 가을 즈음되는 시기로 바람은 종일 사늘하며 낮 볕이 따가운 날씨. 바닷물이 조금 차졌고, 이따금씩 구름에 해가 가리면 서늘한 바람이 스치는 물기 어린 살결이 예민하게 떨리기도 한다. 오늘은 해도 쨍쨍, 바람도 부드러운 게 시작부터 느낌이 좋았다.


며칠간 서핑에 대해 말하자면 맘처럼 몸이 따라주지 않아 답답했다. 의도치 않게 몸에 자꾸 힘이 들어가고 연습한 동작들이 보드 위에선 전혀 다른 포즈가 되어 나타났다. 한번 파도를 타면  탔던 못 탔던, 다시 안쪽으로 들어가는 과정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대게 열 번이 넘는 파도를 넘고 버텨 팔이 빠지게 패들링을 해야 겨우 라인업까지 도착할  있다. 거의 다 도착했는데 큰 파도 하나에 다시 저 멀리 떠밀려 내려올 때면 농락당하는 기분도 든다. 여하튼  과정이 굉장히 힘들기 때문에 두세 번 중에 한 번은  타 줘야  희열에 힘을 얻는데, 번번이 파도를 타지 못하면 되려 힘이 쭈욱 지고 만다.


이틀에서 삼일 정도의 서핑을 그런 식으로 보내고, 무엇이 문제일까 생각해보았다. 몸에 힘이 들어간다는  긴장을 많이 한다는 의미이고, 파도와 친해진 후론  안 하던 긴장을 한다는  뭔가 부담을 갖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러고 보니 아침에 일어나 서핑  체비를  때부터 벌써 몸과 마음이 무거워져 있기도 했다. 편안하지 않고 조금 불편한 기운으로 날이선 다짐을 되뇌면서. 과연 나에게 부담은 무엇이었을까.




남편과 함께하는 취미로 발리의 한 달을  보내기 위해 시작한 서핑이 어느새 ‘한 달 안에  해내야 하는미션이 되어버렸다. 모든 중점을 서핑에 두고 매일 영상을 보고 자세를 연습하며 어느새 3주의 시간을 보내왔다. 2시간의 강습 시간이 때로는 버거워도 조금만 더를 외치며 체력을 증강시키고, 서핑 후에 힘들어도 서핑 일기를 적으며 오늘의 서핑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만큼 나는 서핑에 몰입되어있었고 들인 시간만큼 생기는 기대에스스로 부흥해야 했다. 나의 모든 관심이 오직 서핑에 꽂힘으로써, 나는 이걸  해내야만 한다는 생각이  안에 강하게 세겨졌다.


서핑은 결코 쉬운 스포츠가 아니다. 매번, 매일 같은 파도가 오지 않기 때문에  파도에 맞게 연습해 나가야 한다. 같은 동작이라도 세세하게 조금씩 다른 포인트에 요령을 얹어, 기본자세에서 파생된 나만의 방식으로 파도를 타야 한다.  기간은 생각보다 길고 고된 시간이다. 나를 가르쳐주는 서핑 코치는 5 때부터 서핑을 탔고, 대부분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졌다. 서핑 스쿨 사장님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아  동작을 3개월씩 매일 연습하기도 했다고 한다. 얼마나 길고 험한 시간을 바다에서 보내왔을지, 겨우 10 남짓의 강습을 받은 나로선 절대   없을 것이다.


그런 내가  18회의 강습 만에 그들처럼 멋지게 서핑을 타겠다는 것은 사실상 말이 되지 않는 것이다. 하루 종일 바다에서 사는 것도 아니고, 겨우 2시간 강습만으로 조금조금 알아가면서, 그들의 실력을 탐한다는  굉장히 어리석은 욕심이다. 그럼에도 나는 ‘어떻게든 한 번은 멋있게 타보고 싶다’는 타오르는 열정에 가득 취해있었다. 그것은 오직 목표만을 바라보고 달려가는 ‘결과주의적인 모습을 만들어냈다. 다시 말해, 실력이 늘지 않으면 서핑이 즐거울 수 없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나의 결과주의적인 태도가 ‘ 타야 된다’는 부담을 만들어내고 서핑의 즐거움을 앗아갔던 것이다. 아뿔싸, 기어코 나는  서핑을 즐기지 못하고  어리석음에 취미를 빼앗기는 것인가 하는 후회와 반성에 무거운 고개를 숙였다. 지금껏 과정을 즐기지 못하고 결과에 연연했던 태도가 이로나에해결해야 하는 하나의 숙제로 떠올랐다. 이것은 또한, ‘일상에서 벗어나는 행복 찾아 헤매는 이유와도 일맥상통한다고 느꼈다. 지금을 즐길 수는 없을까?




나의 또 다른 내면엔 다행히도 ‘낙관적인태도가 자리하고 있다.  덕에 나는  사실을 깨닫자마자 아직 8 정도의 기회가 남아있으며,  시간을 즐길  있는 마음을 얻었다는 것에  감사를 느꼈다. 서핑을 하며 여러 가지 삶에 대한 답변을 얻는데, 이번 경험을 통해선 ‘과정을 즐기는 방법 ‘결과주의에서 벗어나는 방법 알아가게 된 것이다.


내가 서핑이 즐거운 이유는, 서핑을  때만 누릴  있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아직 다져지지 않은 근육들로 엉켜진 몸도 바다에선 어느새  풀어져 있고, 처음에는 너무 짰던 바닷물도 신기하게도 이제는 아무렇지 않다. 살아내기 위해 몸부림치다 보면 조금씩 커지는 힘이 재밌고, 파도를 피하지 않고 넘어가는 순간도 굉장히 짜릿하다.


바다 위에서 보는 하늘은 주변에 지어진 걸림돌 없이 깨끗하며, 바다 위에 떠서 바라보는 지평선은 나를 커다란 품에 사뿐히 놓아둔 것처럼 듬직하게 세워져 있다. 종종 힘에 부쳐 보드 위에 엎드려 누우면 밑에서 통통 쳐대는 바닷물의 움직임이 재미있고, 꿀렁이며 나를 지나쳐  물결이 어느새  파도를 만들어 부서지는 모습이 참으로 시원하다. 내가 이리도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바다 위의 풍경을 너무도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서핑을 가는 이유는 서핑을 잘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곳에서만이 누릴  있는 이러한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라는 . 그걸 깨닫고 나간 오늘의 예쁜 바다는 즐거운 파도를 많이 주었고, 몸에 잔뜩 들어갔던 힘은 드디어 스르르 풀어졌다. 몸이 풀어지니 자연스레 자세가 다시 나오고 집중도 잘 되었다. 몸이 문제인 줄 알았지만 마음이 문제였고, 파도를 잘 타지 못했다고 해서 그다지 큰 실망도 없었다.


몸이 마음처럼  따라준다는 것은 사실 착각이었다. 몸은  마음을 대변하여 나타난다.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과 생각하는 것을 안다면 몸을 다루기에 훨씬 수월할 것이다. 아프면 아픈 이유가 있고, 건강하면 건강한 이유가 있듯, 바라는 것만 보지 말고 필요한 부분을 챙길 수 있어야 한다.


결론은 결과에 얽매이지 말고 과정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자. 내가 어떤 것에 즐거워하는 사람인지, 이 과정이 나에게 주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서핑을 하며 점점 더 스스로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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