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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a soleado Jun 23. 2022

콜롬비아살이 3597일째


지구 반대편 콜롬비아살이 3597일째.


서른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턱의 직전에서 나는 남미행 비행기에 올랐다. 숫자 2가 3으로 바뀌면 안주하고 싶어질 것 같아 훌쩍 떠났고, 이후 귀국을 했지만 어떤 인생의 계획 때문일까. 두 번이나 다시 이곳으로 튕겨져 나와(?) 뜨거운 남미 태양 아래에서 채워진 날들이 벌써 10년이나 되었다. 이제 나는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로웠던 이 도시생활인이 되었다.


멀어도 너무 먼 곳이다. 처음 나올 때만 해도 미국 어딘가를 경유해 25시간 정도를 날아오는 것이 최단노선이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후로는 멕시코 경유하는 19시간짜리 여정이 생겨 그나마 한결 가까워진 듯했다. 여기 있으니 여러 가족과 친구들이 놀러 오고 싶어 했지만 10년이 지나가는 동안 아직 그들 중 누구도 '놀러' 오지를 못했다. 멀어도 정말 너무 멀어 꼭 와야만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만 올 수가 있는 그런 곳다.




천 일이 넘어가는 무수한 시간 속에 뒤섞여 있는  무거움과 가벼움의 날들-


보고타에 살며 내가 좋아하는 것들 무인지 생각해본다.


- 연중 봄가을 같은 활동하기 적당한 기후
- 도시 전체가 식물원인 듯 골목마다 흐드러진
   수목과 꽃
- 맛있고 가격 착한 커피
- 흔하디 흔한 애플망고, 아보카도,
   실란뜨로(cilantro)
- 기다림에 관대한 사람들
- 실수에 관대한 사람들
- 지나가며 마주치는 타인을 향한 미소와 여유
- 물어보고 싶은 만큼 계속 물어봐도
   눈치 주지 않는 친절한 의사


그리고 좋아하지 않는 건ㅡ


- 요일도 시간도 상관없는 상시적 교통 체증
- 차선 없는 도로와 그 도로 위의 무법자
- 이 도시가 내게 요구하는 무한정의 기다림과
   인내


그리고

더 많다.

엄청나게 많다.

사람이 할 말이 너무 많으면 말을 아예 못 하기도 한다.




어찌 되었든 평생 한 번도 염두에 둔 적 없던 콜롬비아 나에게는 축복의 땅임에는 틀림없다. 지금의 나를 이룬 많은 중요한 일들이 이곳에서 비롯했기 때문이다.


좋든 싫든 정들었고,

이것은 어쩌면 흡사 애증과도 같은 마음이다.


때로는 무겁고 때로는 가벼운 날들.

좋았다가 싫어지는 날들.

낯설었는데 이젠 이방인임을 느끼지도 못하는 익숙함의 순간들.


나의 콜롬비아 생활은 그런 것들로 점철되 있다.

오늘 마주한 흰구름과 먹구름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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