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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덤벙돈벙 Sep 18. 2023

오늘도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간다

보호자의 일기 162 - 의미 없는 숫자놀이 

2023년 7월 13일 목요일


 따분한 일상에 새로운 재미거리가 생겨났다. 그건 바로 스레드. 이제는 글도 그림도 점점 의무가 되어가는 시점에서 나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것이 나온 것이다. 아무래도 이제 막 뜨는 소셜 미디어라서 그런지 유저들은 팔로워수를 늘리기 바쁘다. 


 처음에는 이게 뭔가 싶다가 나도 슬며시 팔로워 모으기에 동참을 해보았다. 서로 쌍방으로 친구를 맺을 때마다 팔로워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며칠 만에 1000명 이상이 모였다. 처음에는 모르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늘어나는 팔로워 숫자에 왠지 모르게 도파민이 분출되면서 신이 난다.


 그런데 이 도파민 중독이란 게 정말 무서운 것이다. 무엇인가를 성취할 때 나오는 화학적 물질이 사람들을 행동하게 만드는데 끊을 수가 없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한 계단을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팔로워수가 많아질수록 거기에 그치지 않고 관심을 더 끌기 위해서 현실을 내팽개치고 시간을 투자한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SNS 중독자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지루한 현실에서의 도피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자 새로운 자극제이니 말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에 빠지는 가장 큰 이유는 노력에 비해 쉽게 얻어지는 인기가 아닐까. 모든 사람들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일부는 자신을 추종하는 팔로워수를 본인의 가치로 여기는 것 같다. 나도 처음에는 뜻하지 않게 늘어나는 팔로워수에 흥분이 되었다. 새로운 자극이 없던 요즘 나의 흥미를 끌 만한 것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저 팔로워를 늘리는데 혈안이 되어있었고 SNS에서의 제일 중요한 본질인 '소통'은 빠져 있었다. 그러니 팔로워수에 비해 게시물에 달리는 반응은 터무니없이 적을 수밖에 없다. 그걸 보면서 과연 팔로워수를 많이 늘리는 것이 의미가 있나 싶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재밌었지만 점점 현실과의 괴리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나 자체가 무엇인가에 중독되기는 힘든 성향일 수도 있다. 워낙 다방면에 호기심이 많아서 하나를 진득하게 하지를 못한다. 무언가에 호기심이 생기면 며칠정도 미친 듯이 하다가 충분히 했다 싶으면 금방 사그라든다. 게임도 마찬가지로 일주일정도 하면 질린다. 물론 그 일주일 동안 눈만 떴다 하면 하루종일 게임을 해서 그런 것도 있다. 다른 취미도 며칠간 질릴 때까지 하다가 그만둔다. 


 이러한 성향은 장단점이 있다. 장점이라고 한다면 짧은 순간에 폭발적으로 몰입해서 스스로 정한 기준까지는 도달하는 것이고 그래서 단점으로는 무언가를 꾸준히 길게 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좋은 것도 쉽게 시작했다가 쉽게 발을 뺀다. 호기심이 충족되면 그게 끝이다. 알아낸 걸로 뭘 발전시키려거나 그런 게 없다. 


 어쩌다 보니 스레드라는 소셜 미디어가 자아성찰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팔로워수가 많아지면 기쁠 줄 알았는데 딱히 좋지도 않을 걸 보니 나는 무엇을 위해서 스레드를 시작했을까 생각해 봤다. 남들이 다 하니깐 뒤처질 수 없어서인가?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고 싶어서인가? 


 일단 내가 만든 캐릭터를 알리고 싶은 게 우선이었던 것 같다. 누구나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으니 말이다. 아직까지는 이렇다고 할 만한 결과가 있는 것이 아니기에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것이다. 역시나 의미 없이 팔로워수를 늘리는 건 나랑 맞지 않다. 소수여도 애정을 가지고 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이 더 좋다. 


 다수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것도 좋겠지만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보다 지금 나의 곁에 있는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사랑을 나누는 게 더 재밌다. 그런 의미에서 SNS를 과하게 하면 군중 속의 고독이 더욱 심화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할 듯하다. 물론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서 SNS를 떼어놓기는 힘들고 많은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래도 뭐든 적당히 해야 탈이 안 나는 법이다. 엉뚱한 곳에 시간 낭비 하지 말고 내가 해야 할 일이나 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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