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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는 우는 아이에게 휴지를 건넸어야 했다.

블루도어북스

by 시온



그에게 들은 충고는 단 한 마디였다.

"혼자 있으십시오.

은총이라고 할 만한 명상 속에 머무르십시오."

글렌 굴드의 말에 내가 은총 받을 수 있는

공간을 찾기 시작했다.




그 당시 나는 철저하게 고립돼야 했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너무 많은 것들이

나에게 쏟아지고 있었다.

내가 가진 내면의 그릇들은 그것들을 담기에는 턱없이 작았고, 그 작은 그릇의 테두리를 넘어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질식할 듯한 압박감 속에서 읽은 글렌 굴드의 피아노 솔로의 책을 덮고, 숨 막히는 현실로부터 고독을 찾을 수 있는 작은 피난처를 간절히 찾아 나섰다.



수많은 리스트 중 블루도어 북스라는 공간의 향해 걸었다. 무더운 8월의 한낯, 얇은 옷자락 사이는 물론이고, 앞머리에도 비가 쏟아 내리고 있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건물 4층을 한 발자국씩 오를 때마다 책방의 존재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문고리를 잡을 때 까지도 망설임은 계속되었고, 그 문을 열었을 때 펼쳐진 풍경은 놀이동산 같은 느낌을 주었다.


하늘색 셔츠를 입은 대표님은 이 공간의 아버지라고 불릴만한 분위기를 가지고 계셨다. "많이 울었으면 좋겠다."라는 그분의 말 한마디는 이곳의 본질을 꿰뚫어 보여주는 창이었다. 나에게 고독과 눈물은 비록 닮아 보이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것들이었다.


고독은 나를 지탱하는 강인한 기둥이었고,

눈물은 그 기둥에 스며드는 연약한 수분이었다.



책장을 거닐며 만난 안도 다다오와 구마 겐고의 책들은 마치 이 공간의 무게를 지지하는 무형의 기둥 같았다. 색이 바래진 중고책들은 새 책에서는 느낄 수 없는 깊은 연륜의 향기를 풍겼다. 파란색 유화 앞에 앉아 책을 펼치지만 글이 잘 보이지 않았다. 울고 있었으니까. 그런 나를 본 대표님은 단지 조용히 휴지 한 장을 내밀었고, 그의 유일한 질문은 공간의 온도에 관한 것이었다.


역설적이게도 그 순간 한겨울의 산타가 떠올랐다. 우는 아이에게 선물을 주지 않는 산타는 아마도 교만한 존재일 것이다. 그 교만은 사회와 문화가 만들어낸 허구의 산물이며, 모순적인 이 사회에서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모습일지도 모른다. 산타는 우는 아이에게 선물이 아니라, 휴지를 건넸어야 했다.


형언할 수 없는 감정들 사이에서 명확했던 것은 존재의 부재와 침묵을 통해 완성되는 이 공간에 대한 감사함이었다.



마지막까지 침묵의 무게를 존중해 주신 대표님은

돌아오기 위해 떠난다 하니 언제든지 떠나고 싶을 때 오라는 마지막 말을 남겨주셨다.
그가 남긴 문장은 오래도록 나의 기억 속에 잔잔한 파문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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