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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nim Mar 14. 2023

상실의 시대... 흔들리는 청춘 2

무라카미 하루키 《노르웨이의 숲》과 하루키 신드롬


 청춘이란 특정한 '시기'를 지칭하는 게 아니라 꿈을 믿고 움직이는 '상태'를 의미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의 작품에서 청춘의 방황과 사랑을 다루며 세계적인 하루키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왜 많은 청년들이 그의 소설에 열광했을까. 그 신드롬의 시작에 1987년 출간된 《노르웨이의 숲》이 있다.


한국 사회의 하루키 신드롬

 

 《노르웨이의 숲》은 1989년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으로 한국에서 출판되었다. 바뀐 제목이 주는 여운 때문인지 한국의 많은 청년들이 이 책에 끌렸다. 그만큼 당시의 청년들은 상실감 속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1990년대 한국은 '하늘은 훤하지만 지상은 어두컴컴한' 아이러니의 사회였다. 87년 6월 항쟁을 통해 민주화를 이뤘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정권교체는 실패했다. 운동권 학생들은 극단적으로 의견을 표출하며 분화하기 시작했고, 정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학생운동을 와해시켰다. 그러나 경제는 호황이었고, 서태지가 등장하며 대중문화는 획기적으로 도약하고 있었다. 사회정의를 위해 싸운다고 생각했던 많은 학생들이 지향점을 잃은 채 허무감에 빠졌다. 그야말로 상실의 시대였다. 와타나베의 성장통은 그런 청년들에게 진한 동질감을 주었다.


 2020년대 한국은 30년 전 '빛의 제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그 연장선상에서 허무와 냉소는 더 만연해졌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사태를 계기로 자본주의 논리는 극대화되었다. 언론에서는 언제나 우리나라 경제가 불황이라고 떠들어댔고, 취업난은 해소되지 않았다. 사회정의와 공동체의 미래보다 개인의 성공이 압도적으로 중요해지며 무한경쟁과 개인주의가 우리 사회를 지배했다. 그 속에서 청년들은 30년 전 그들의 윗세대보다도 더 혼란과 피로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하루키 신드롬은 지속되었다.


 우리나라가 일제의 잔재 위에서 지어졌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우리 사회의 발전양상은 일본의 그것과 상당히 유사하다. 하루키는 일본 사회의 모순 속에서 개인이 겪는 고독을 몽환적인 글로 풀어냈다. 우리 사회의 많은 청년들도 자신을 하루키 소설의 등장인물과 동일시하게 되는 한편 그로부터 위로를 받았다. 나 역시 그러했다. 흔들리는 청춘들이 고단한 우리 사회를 피해 잠시나마 《노르웨이의 숲》 속에서 쉬어가기를, 그리고 청춘이란 무엇일지 함께 고민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참고해 볼 저자의 글

청춘의 상실 - 코로나 시대의 오징어 게임

https://brunch.co.kr/@snimik0831/1

세 나라... 시대와 국가 속 나약한 개인 - 김영하 《빛의 제국》

https://brunch.co.kr/@snimik08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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