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씨앗이 발아는 했는데..
5월 바람이 선선한 날씨 탓인지 나의 방울토마토는 씨앗은 순차적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같은 날 한시에 심은 씨앗인데 심은 위치에 따라서 다르게 자라나는게 신기하기도 해서
아침이 되면 출근하기 바빴지만 이상하게 까먹지 않고 매일같이 베란다로 달려갔다.
하루가 다르게 새싹이 쑥 하고 올라오는 모습이 참 귀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면서 나도 모르게
새싹 볼펜이 생각나기도 했다. 이 와중에 왜 새싹 볼펜이 생각나..?
이건 마치 꿈에 그리던 유럽 여행 가서 스위스의 설산을 보면서 이야~ 그림같다!라고 말하거나
밥 아저씨가 그린 그림보면서 우와 진짜 같아! 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니 웃음이 났다.
1개의 씨앗이 발아한 기점으로 2025년 6월 4일 씨앗을 심은지 13일만에 드디어 마지막 씨앗이 발아했다.
그런데 내눈을 의심했다. 마지막 씨앗이 좀 이상했다.
빨간 성냥개비가 나온것 같았다. 빨간 씨앗을 심었는데 성냥개비가 나왔다?
빨리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에 흙을 요리조리 만졌던 탓인가 아니면 너무 깊에 심어서 볓을 보지 못했던가?
유난히 작고 작은 성냥깨비같은 씨앗에게 측은한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왠지 죽을것 같아 ... "
"왜 씨앗에 빨간색이 있는거야?" 라고 남편에게 물어봤지만 "아직 뿌리를 내리고 있을지 몰라!"
라는 답변을 했다. 우린 모르는게 참 많은 초보 식집사이다.
그래 죽은건 아니겠지 저건 뿌리를 내리고 있는것일꺼야 두개의 잎이 어서 나렴 ! 이라는 주문을 걸었다.
그리고 17일만에 이 작고 약하고 가녀린 존재는 다른 새싹이 4개의 잎과 3개의 잎을 내기 시작할때,
정말 힘겹게 세상에 고개를 드러냈다.
아이고..! 대견해서 눈물이 날뻔했다.(울지는 않았는데 지금 다시 생각하니 울컥한다.)
저 조그마한 씨앗이 세상에 고개한번 내밀겠다고 안간힘을 쓰고 나온게 대단해서 나는 칭찬해주고 싶었다.
너무 대견해! 너무 대단해!
아무래도 위치가 너무 깊어서 심겨졌던지 아니면 햇볕이 잘 비치지 않거나 했던것 같다.
의심많은 나는 이 발아한 새싹을 보고나서야 네이버에서 실내 방울토마토 기르는 방법을 찾아서 정독했다.
역시나 다이소 키트 설명은 너무 간단했고 내가 알아야할 정보들이 생략되어 있었다.
베란다에서 기르는 방울토마토는 햇빛이 잘 드는곳과 하루 6~8시간 햇볕을 받을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고,
과습은 피해야 한다고 한다. 흙 표면이 마르면 물을 충분히 주되 하루 1~2L 정도가 적당하며 베란다의 통풍과 채광 조건에 따라 물 주는 주기를 조절한다. 과도하게 물을 주면 뿌리가 썩을 수 있다. 열과가 열릴 수도 있다. 물을 줄 때는 잎을 적시지 말고 흙에 직접 뿌려야 한다 등등.
역시나 과유불급이라는 말처럼 뭐든 지나치면 안되는데 나는 잎에다가 물을 과도하게 줬고
베란다 문도 닫아놓았다. 그래도 이 생존력 강한 방울토마토들은 나의 방해에도 잘 살아나줬다.
나는 쌩뚱맞게 갑자기 저 저 빨간 새싹을 보는데 나의 부모님이 생각난다.
나의 부모님은 나보다 더 젊었을때 결혼을 했고 나와 내 동생을 키우셨다.
아는것보다 모르는게 더 많았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늦게 결혼했지만 그래도 신혼집을 구할때 내가 원하는 조건을 100% 다 넣지는 못해도 일부는 넣었지만우리 부모님은 그런 요건을 고려할수 없는 상황이셨고 열심히 나와 내 동생을 키워주셨다.
기억나는건 우리 엄마는 운전을 못했는데(지금도 못하지만) 당시 백화점에서 운행하는 셔틀이 있었으므로 주말이 되면 엄마가 나와 내동생을 데리고 그 셔틀을 타고 백화점 서점에 가서 책을 읽었다.
그 셔틀이 없어질때까지 한동한 그 셔틀을 타고 가서 책을 읽었던것 같았다.
그때 책을 정말 많이 읽었고 아직도 그게 뚜렷하게 기억에 남는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힘들었을텐데 감사하다.
내가 글과 친해지고 글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
엄마는 이 이야기를 하면 "뭐가 힘들어~그거 오는거 타고 가서 책 읽고 나는 쇼핑하면 되는건데!"
라고 분명 말하실것 같다.
저 빨간 성냥깨비는 생존할 수 있을까?
그리고 부모님께 나는 저 5개의 새싹중 어떤 존재로 기억되고 있을까?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