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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룰루 랄라 Jan 01. 2023

[책 리뷰] 경청

다른 이의 인생을 안다는 착각은 나를 위험하게 만든다.

김혜진 장편소설


문학적 소양이 없는 내가 도서관에서 읽고 싶은 책을 선택하는 방법은 아주 단순하다.


책 제목과 표지를 보고 내 직감 대로 선택한다.

직감대로 선택한 책들은 성공과 실패 확률이 반반이다.


그러던 내가 요즘은 브런치 리뷰를 보고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책을  적어놨다가 빌려보곤 하는데, 북 리뷰를 통해 빌리게 된 책은 성공할 확률이 높다. 나의 직감대로 빌릴 때와 전혀 다른 결과로 남게 된다.


책을 읽기만 하다 북 리뷰를 쓰게 된 것은 책을 읽고 아무것도 남기지 않으니 책의 내용도 쉽게 잊히는 것 같고,  책을 통해 느낀 감정을 그냥 흘려보내는 것 같은 아쉬움이  때문이다.


 감정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북 리뷰를 통해 읽은 책의 내용을 한 번 더 정리하고, 누군가 나의 북 리뷰를 보고 "이 책 한번 읽어 볼까?"라는 생각이 들게 해 준다면 정말 바랄 것이 없겠다는 마음으로 북 리뷰를 쓰게 되었다.


좋은 책은 책장을 덮은 후에도 읽은 이에게 여러 가지 생각 거리를 남겨준다. 읽는 이는 작가가 던진 질문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생각과 고민을 통해 한걸음 더 성장하 계기가 될 것이다.


한 줄 요약


잘 나가던 상담사가 방송에서 한 말 때문에 누군가가 자살하고, 그녀의 인생은 곤두박질친다. 아픈 고양이, 한부모가정의 아이 그리고 그녀의 성장 이야기.


 줄거리


방송출연으로 바쁜 일상을 보내는 사회 유명인사 임해수 박사. 그녀는 박정기라는 중견배우의 이야기를 방송에서 대본에 적힌 대로 말해버린다. 바쁜 일상으로 대본의 내용을 찾아볼 시간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배우에 대해 알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를 포함한 다수의 악플 때문인지 박정기 배우는 자살을 하게 된다.


악플로 배우가 사망하자, 박정기에게 향한 화살은 다시 그녀에게 돌아온다. 그녀는 박정기 배우의 죽음에 재물이 되어, 결국 상담센터에서도 퇴출된다. 명예도 직장도 남편도 친구도 다 잃고 외톨이가 된다.


무기력한 생활을 하던 그녀가 어느 날 아픈 길고양이 순무를 만나게 되고, 아프지만 사람의 손길을 거부하는 순무에게서 힘든 상황 속에서도 도움의 손길을 거부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순무를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그녀를 구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길냥이들에게 간식을 나눠주던 초등학생 세이와도 순무 구출작전으로 친구가 된다.


초등학생 세이는 이혼한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세이는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 사실을 알고도 모른 척해준다. 세이에게 다른 방법으로 위로를 건네준다. 자신이 사회 유명인사였던 걸 모르는 세이와는 진실한 대화를 할 수 있었고, 어린아이지만  어려운 일을 극복하려는 세이에게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임해수, 세이, 순무에게는 행복이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녀들은 행복해질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면서 인상 깊었던 문장


-P.47 결국 그녀는 순무를 돕겠다고 결심한다. 거기엔 어떤 의미도, 이유도 없다. 그걸 찾고 싶은 생각도 없다. 마음을 정하고 나자 더는 망설일 이유가 없다.


-P.68 순식간에 시퍼렇게 날이 선 말들이 그녀를 에워싼다. 죽은 그녀도, 살아 있는 그녀도, 곧장 그 말들 속에 포위된다.


-P.120 여기서 보면 다만 가여운 사냥감에 불과한 세이의 모습니다. 아이는 우물쭈물하고, 자포자기하고, 자신이 이해하기 힘든 이 상황에 굴복하는 대신 집중력을 발휘한다.


-P.136 어떤 통증이, 어떤 아픔이 순무의 육체를 꼭두각시처럼 가지고 노는 게 분명하다.


-P.151 그날, 세 사람이 주고받은 건 두려움과 공포였다. 그들은 삶이 드리우기 시작한 비극적인 시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P.156 삶이 신중하게 블록을 쌓아 올리는 것과 같다면 하나의 블록을 빼는 것만으로도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걸 그녀는 배우는 중인지도 모른다. 교훈이라고 할 만한 것들이 이처럼 도처에, 발에 걷어차일 정도로 흔하다는 사실에 놀라면서.


-P.158 그녀는 순무에게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동정인지, 자신을 향한 끈질긴 연민인지, 인간으로서 갖는 얄팍한 우월감인지 구분할 수 없다.


-P.172 그녀는 꿰맨 손가락 끝을 힘껏 누른다. 묵직하고 저릿한 통증이 느껴진다. 그녀는 조금 더 힘을 준다. 피부로 오는 단순하고 선명한 아픔에 집중하겠다는 듯이. 무자비하게 내면을 관통해 가는 말들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듯이.


책을 읽으며 유독 인상 깊었던 문장들이 많았다. 주인공이 처한 상황이 글을 읽으며 절절히 공감되었다. 역시 작가는 필력이 좋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서너 줄의 문장으로 그녀의 삶 속에 들어갈 수 있었다.


주인공이 뱉은 말이 일면식도 없는 박정기에게 상처가 되었고,

삶이 무너진 주인공에게 일면식도 없는 타인의 말이 상처로 남았다.


작가는 말의 가벼움과 쉽게 내뱉은 말이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경고하며, 누구나 타인의 삶을 쉽게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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