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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w Aug 13. 2022

한여름에 핫요가를 하고 쫓기듯 땀을 흘리면 생기는 일

비움과 채움에 관한 고찰




미국 사람들은 '요가 러버(Yoga Lover)'이다. 내가 사는 곳인 캘리포니아에서 요가 스튜디오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딜 가더라도 근처엔 요가 스튜디오가 하나쯤 꼭 있다. 〈Meetup〉이라는 모임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매일 다양한 모임 모집글이 올라오는데 그중 요가 모임은 단연 인기다.



〈Meetup〉모임 커뮤니티에는 매일 다양한 요가 모임 모집글이 올라온다.



미국은 요가의 종류 또한 다양하다. 야외에서 하는 요가, 뜨거운 열기와 스팀이 뿜어져 나오는 요가룸에서 하는 핫요가(Hot Yoga), 근력 트레이닝을 접목한 고강도 요가인 스컬트 요가(Sculpt Yoga), 발레바와 볼을 이용한 발레 요가(Baree Yoga)까지. 장소와 형태를 가리지 않는다. 물론 성별과 나이도 불문이다.


내가 볼 때 캘리포니아 사람들은 요가매트만 있다면 어디서든 'Child's Pose(아기 자세) - 보통 요가를 시작할 때 주로 하는,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어주는 요가 자세'를 시작할 준비가 되어있는 것 같다.


올해 2월부터 집 근처 핫요가 스튜디오 멤버십을 등록했다. 핫요가 스튜디오에는 매일 시간대별로 다양한 종류의 요가 클래스가 오픈되는데 각자 원하는 수업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그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요가는 'Sculpt Yoga'이다.


        


수업 시작 10분 전. 사람들이 일제히 요가룸에 모여든다. 저마다 요가매트와 물통, 땀을 닦아줄 타월을 들고 원하는 곳에 자리를 잡는다. 몸 하나 겨우 뉘일 수 있는 면적의 요가매트이지만 이 작은 공간 위에서 곧, 오롯한 나만의 시간이 시작된다. 요가룸 전체에 은은히 흘러나오는 음악과 함께 호흡을 가볍게 정돈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선생님의 활기찬 인사와 함께 수업이 시작된다.


"How are you guys!"


처음은 보통 Child's Pose(아기 자세)로 시작된다. 천천히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쉬며 아직 몸과 마음에 남아있는 긴장을 부드럽게 이완한다. 이후 가벼운 빈야사(Vinyasa) 요가 동작이 이어진다. 여기까지는 일반 요가와 크게 다를 바 없기 때문에 '할만한데?'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Sculpt Yoga는 덤벨을 이용해 전신 근력 트레이닝을 접목한 고강도 요가이기 때문에 상당한 에너지와 인내를 필요로 한다.

5분, 15분, 30분- 시간이 갈수록 강도가 점점 세진다. 코어부터 등, 어깨, 팔, 하체, 힙까지. 다양한 근력 트레이닝과 요가 동작이 선생님의 목소리와 함께 쉼 없이 이어진다.


"Don't let go! You got this!"


푸시업(Push Up), 해머 컬(Hammer Curls), 숄더 프레스(Shoulder Press), 마운틴 클라이머(Mountain Climbers), 바이시클 크런치(Bicycle Crunch), 런지(Lunges), 와이드 스쾃(Wide Squats) 등 그냥 해도 힘든 고강도 근력 동작을 뜨거운 스팀과 열기가 뿜어져 나오는 핫요가룸에서 하면 머리카락과 발가락에서도 땀이 나는 느낌을 느낄 수 있다. 수업이 계속될수록 중간 이탈자들도 생겨난다. 이건 도저히 못할 짓이야 하는 넋 나간 표정과 함께.


매트 위로 빗방울 마냥 땀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당장이라도 매트 위에 무릎을 꿇고 싶은 생각이 드는 바로 그 순간, 선생님의 목소리가 땀과 함께 귓속으로 흘러내리며 나를 일으켜 세운다.


"You can do this! for 8! 7! 6! 5! 4! 3! 2! 1!"


선생님이 동작 개수를 세는 숫자 소리와 한마음 한뜻이 되어 속으로 '하나 더! 조금 더!'를 외치며 끝까지 한다. 그렇게 한 동작, 한 동작에 완전히 몰입하다 보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1시간이 어느새 훌쩍 지나있다. 아직 선명하게 뛰고 있는 심장박동이 곱게 잦아들 때까지 깊은 호흡을 가다듬으며 마무리 스트레칭과 함께 수업은 끝이 난다.


그리고 매번 수업이 끝난 바로 직후에, 어김없이 가장 처음으로 마음속에 드는 생각.


'드디어 끝났다. 오늘도 해냈다.'


수업이 끝난 직후 온몸을 감싸는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1시간 동안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땀으로 샤워하고 나면 하루 동안 차곡히 쌓였던 스트레스가 모두 날아간다. 원하든 원치 않든 매일 수도 없이 몸과 마음을 드나들었던 생각과 감정의 잡음이 어느새 고요히 잦아든다. 내 안에 남아있던 모든 부정적인 생각의 잔여물이 땀과 함께 깨끗이 씻겨져 내려간다.


핫요가를 한 뒤 찾아오는 개운한 이 느낌에 중독되어 나는 핫요가의 매력에 완전히 빠져버렸다. 그렇게 현재까지도 매주 평균 4회 이상 꾸준히 요가를 하고 있다.




수백 킬로미터를 초인의 정신과 체력으로 완주해야 하는 '데스 레이스'라는 경기를 만든 조 드 세나는 가장 효과적인 스트레스 해소법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매일, 경찰에게 쫓기는 것처럼 땀을 흘려라. 그것만이 우리 정신 속의 찌꺼기들을 밖으로 내보내는 유일한 배출구다."

『타이탄의 도구들』 팀 페리스



왜 우리는 매일 땀을 흘려야 할까?



온전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건강한 몸과 정신을 유지하며 삶과 나의 균형을 이루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조 드세나의 말처럼, 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땀을 흘리는 것'이다. 흐르는 땀과 함께 내면에 남아있던 찌꺼기 - 이를테면 하루 중 쌓인 스트레스, 왜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뒤늦은 후회, 관점의 차이로 발생하는 관계의 어려움, 경계해야 할 나태, 기대에서 오는 실망 등의 부정적인 감정이 깨끗이 씻겨져 사라진다. 그리고 깨끗이 비워진 그 자리는 강력한 에너지 - 외부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중심, 스스로에 대한 믿음, 끝까지 해내는 인내,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확신,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등의 긍정적인 기운으로 새롭게 채워진다. 얽히고설킨 정신의 노폐물이 어느새 녹아져 사라진다. 혼란스럽고 복잡했던 심연의 물결이 어느새 잔잔하고 고요하게 흐른다. 이렇게 비 오듯 땀을 흘리며 비워내는 행위를 통해 몸과 정신을 순결하게 초기화하는 것이다. 이로써 우리 안에 다시 새로운 것들을 채울 수 있는 에너지와 용기를 얻게 된다.


또한 매일 완전히 몰입해 땀을 쏟아내고 비워내면 뜻밖의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땀을 흘리는 행위는 단순한 신체적 반응의 결과만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땀을 흠뻑 흘린 뒤 내면의 유리창이 투명해지면 비로소 자신의 마음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가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안개가 걷히듯, 마음속 찌꺼기를 걷어내고 나면 그제야 깊이 내재되어 있는 자아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풀리지 않았던 답답한 마음과 생각의 무질서가 가지런히 제 자리를 찾는다. 또한, 삶에 놓인 문제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해결해야 할지 스스로에게 묻고 그 물음에 지혜롭게 답을 구할 수 있다. 즉, 매일 땀을 흘리면 어떤 상황과 관계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내면의 중심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곧 자신에 대한 확신과 믿음으로 연결되며 궁극적으로 당신이 열망하는 꿈과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당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또 온전히 사랑하며 살아가는 진실한 삶으로 이끌어줄 것이다.



기록을 빼먹은 적도 있지만 핸드폰에 저장된 그동안의 핫요가 기록을 세어보았다. 2월 8일 첫 수업부터 8월 10일까지. 총 85번의 핫요가 기록이 차곡히 쌓였다.



ܤ 짧은 생각, 하지만 한 번쯤 필요한.

당신이 현재 마주하고 있는 삶의 문제와 고민은 무엇인가요? 당신은 어떤 것을 비워내고 무엇을 채우고 싶으신가요? 
요가, 러닝, 하이킹, 웨이트 트레이닝. 완전히 몰입할 수 있다면 그 무엇이든 좋아요.
모든 것을 쏟아내며 땀을 흘리고 난 뒤 조용히 찾아오는 마음의 평온과 내면 깊이 차오르는 에너지를 꼭 느껴보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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