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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뮈 Jan 12. 2024

13. 내가 미용실 사장님을 피하는 이유(1)

미용실은 역시 동네 미용실!   

그렇게 나는 백수생활을 하면서 아침마다 영어공부와 일본어공부 등을 하며 인생에서 처음으로 한 숨을 돌릴 수 있었다. 항상 쫒기듯 살아온 내 인생에도 이런 날이 오다니. 그저 감사할뿐이었다. 성인이 되서는 항상 알바든, 일이든 생계에 쫒겨 살았고 그와중에 글을 쓰고 싶은 자아실현을 위해 관련 업종에서도 일을 했었다. 나름 비루한 내 능력에도 자아실현을 위해 열심히 살았지만...결국 나는 그 유명한 이 시대의 n포세대가 되고 말았다.


집, 결혼, 직업, 돈 그 어느하나 똑부러진 곳이 없었다.


처음에는 남탓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내탓을 했다. 그러다가 사회탓을 하다가, 국가탓을 하다가, 나중에는 대자연에서 떨어져 나온 소우주의 탓을 했다. 그렇게 돌고 돌아 이제 나는 내 탓은 안 하기로 했다. 좀 더 내 자신에게 너그러워지기로 한 것이다. '그래 남은 인생동안 나라도 잘 먹여 살리자'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영어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었다. 아무리 아르바이트라지만 여러 아이들과 강사들을 대해야 했기 때문에 꾸질한 내 백수차림으로는 일을 할 수 가 없었다. 일단 어정쩡한 길이로 여기저기 뻗쳐있는 머리카락부터 정리하기로 했다. 난 그렇게 약 30년 단골인 동네상가 미용실을 찾았다.


내가 이 미용실을 찾은건 초딩때부터였다. 부모님이 맞벌이어서 혼자 머리를 자르러 가는 일이 많았는데 미용실 사장님이 말수가 없으신 편이었다. 나에게 엄마의 안부를 묻는 것, 항상 그것이 전부였다. 텁텁한 내 성격에 그런방식의 미용실 사장님이 편했었는지 사춘기를 거쳐 대학생, 직장인 지금 백수에 이르기 까지 자잘한 이슈나 불편함 하나 없이 항상 그 미용실만 다녔다. 솔직히 중간중간에 시내에 있는 유명 프랜차이즈 미용실도 가보고 잘한다는 미용실도 가봤지만...그렇게 멋내는데 진심은 아닌 성격인지라 별 차이도 모르겠고, 나는 이 동네 미용실이 딱이었다.


게다가 미용실 시술 후 가격을 물어볼 때가 가장 긴장되기 마련인데, 이 동네 미용실은 항상 내가 기대했던 것 보다 훨씬 저렴했었기 때문에 도저히 발길을 끊을 수가 없었다. 아마도 어렸을적 부터 단골이라고 가격대를 부담스럽지 않도록 적당히 잘 조정해주신 것 같았다.


그렇게 내 일생동안 다닌 미용실이었지만..... 요즘 나는 그 미용실 사장님을 피해다니고 있다. 현재 진행형이다. 지금 그 미용실에도 가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하...... 이유는 민망해서다.


나는 여느때와 같이 머리 컷트를 하기 위해 동네 미용실을 찾았다. 여전히 말없이 웃으며 '어서와요' 한 마디만 건네시는 사장님의 스타일이 편안했다. 하지만 이날따라 유독 사장님이 더 자주 웃으시며 나를 대하는 것 같았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역시 미용실은 동네미용실이야'


그렇게 머리를 자르고 집에 돌아왔는데 엄마가 나를 불러세웠다. 그리고 말했다.



"어. 동네미용실 다녀왔어? 얘기 들었어?"


-"무슨 이야기?"


"미용실 사장님이 너 중매 서준대"


나는 그 이야기를 듣자 마자 머리가 핑도는 듯 했다.



"갑자기 중...중매? 하긴 내 나이에 소개팅은 아니겠지"




다음 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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