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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뮈 Jan 11. 2024

12. 꾹꾹 눌러담은 질문들

내가 궁금해서 질문하면, 그들이 진실로 답해줄까? 더 가까워질수 있을까?

브런치작가로 등록한 이유는 그냥 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주변사람들은 나이도 많고, 얼굴도 안 예쁜 나를 그닥 별로 안 궁금해한다.


유일하게 궁금해 하는 것이 있다면 '왜 그 나이에 결혼 안하는지? 못하는지?' 그 정도(?)이다.  뭐 당연한거겠지만...... 내가 '다른 이야기 좀 하면 안되냐?'고 되물으면 그들은 또 말한다. '이 나이에 이 이야기말고는 도대체 할 이야기가 있냐?"는 것이다. 내가 졌다. 나는 그렇게 그들에게 끝끝내 속내를 내비치지 않은 무뚝뚝하고 음흉한 사람이 되기로 했다.


특히 사회에서 직장에서 만난 사람일수록 더 성급히 물었다. 정말 내가 궁금해서 묻는걸까? 아니면 내 인생을 그들의 '짧은 인터뷰'를 통해 나란 인간을 판단해보려는 걸까? 내 마음이 뒤틀렸는지는 몰랐도 나는 대부분 후자의 느낌을 더 많이 받았다.


나도 나이가 들어갔다. 나도 주변의 동생들과 언니들에게 나도 모르게 그들의 인생을 판단하려고 하는건 아닌지 조심스러워졌다. 나도 궁금해할 때가 많았다. 그리고 속으로 판단했다.


-"저 친구는 머리도 좋고, 재주도 좋은데 왜 대학을 안나왔을까? 아깝다"

-"저 친구는 자기 전공을 살리면 더 좋은 직장에 다닐 수 있고 연봉을 받을 수 있을텐데 왜 굳이 이 일을 하려고 할까?"

-"아니 쟤는 짧은 시간 동안에 남자가 몇 번을 바뀌는거야??? 옆에 남자 없으면 못사나???"

-"아니 저 언니는 외국어도 되는 유학파인데 왜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는거야? 유학비용도 많이 들었을텐데"

-“저 언니는 남편이랑 곧 내집마련 할 것 같다고 하지 않았나?? 아직도 월세를 낸다고?”


그렇다. 단지 속마음 뿐이다.


나도 솔직히 궁금한 것들을 대놓고 물어보고 싶지만 말을 꾹꾹 눌러담아 참는다. 다 각자 사정이 있고, 상처가 있고, 경험이 있겠지. 내가 그렇듯이. 내가 궁금하다고 해서 다짜고짜 대놓고 물어보면 과연 그들과 진정으로 인간적으로 가까워지고 친해지게 되는 것일까? 그리고 나에게 과연 솔직하게 대답해줄까? 설사 그 언니가 월세라도 산다고 한다면 도대체 그 사실이 내인생에 미치는 영향이 1이라도 있는걸까?



그리고 그들도 나에 대해 분명 속으로 궁금해 할 것이다.


"아니. 저 언니는 맨날 맥주랑 안주이야기만하고. 저러니까 저나이에 직업도 없고, 결혼 못한거 아니야?"


다행이도 아직까지 대놓고 이렇게 물어본 내 주변의 사람들은 없었지만, 충분히 예상가능한 그들의 속마음이다. 뭐 이리 생각해도 괜찮다. 아직까진 대놓고 질문하면서 나를 귀찮게 하진 않았으니 고마울뿐이다.


그렇다. 오히려 더 가까워져 가는 사이이지만...그 가까워지는 더딘 시간만큼, 상대방에 대한 질문도 더딘 것 뿐이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나도 모르게 내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놓기도 했다. 그걸 들어주던 지인들이 참 고맙기도 했다. 별로 안 궁금했을텐데.



그래서인지 사회에서, 직장에서 만난 사람들이...성급하게 묻는 나의 아픈 곳을 찌르는 질문에는 더욱 대답하기가 싫었던 것이다. '나에 대해 잘 모르면서 단편적인 면 하나로 날 판단하려하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도저히 나와 친해지고 싶어서 그걸 묻는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

.

.


브런치에서는 아무도 안 궁금해 하는 나의 이야기를 꾸준히만 쓰면 환영해준다고 하니 그래서 시작했다. 왜 지금까지도 결혼 못한 미혼인지 대한 직접적인 이야기가 아니어도 지금 12편의 이야기를 썼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별로 그런거는 안 궁금해 하니까.


그런데 나도 요즘은 나이가 먹는지 조금 오지랖이 넓어져감을 느낀다. 조심한다고 해도. 특히 나보다 나이가 많은 언니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나도모르게 사적인 질문을 하게 되는 것이다. 참 어려운 것이다.

그래도 내가 상대방을 평가하고 감정하기 위해서 묻는 것이 아니라는 느낌을 주기위해 노력하려고 한다.


참...


사람의 인생은 가지각색이다. 내가 경험한 것이 아니기에 순수하게 궁금증이 일어나기도 하고, 상대방에게 나보다 부족한 면이 보이면 나도 모르게 평가하고 판단하려고 한다.



오늘도 대놓고 물어보고 싶지만, 타인에 대한 수많은 질문들을 꾹꾹 눌러담는다.


정 궁금하다면, 천천히 가까워진 만큼만...더디게....하나 씩. 둘 씩. 그렇게 질문을 던져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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