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음악을 감상하기에 앞서...

중세부터 바로크까지의 음악사이야기

by 이정현

어느날 우연히 걸려온 전화에 지방 라디오 방송국의 고음악 소개하는 프로그램의 대본과 선곡을 맡게 되었습니다. 아마 제가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귀국한지 일년이 채 되지 않았던 순간이었는데요, 그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헨델 논문 쓰셨다면서요? 그럼 저희 고음악소개해주는 프로그램하고 잘 맞으실 것같은데 같이 해보시겠어요?"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예"라고 했고, 어떻게 뭐부터 시작해야하는지도 모른채 바로 내가 소개하고 싶은 바로크 작곡가의 곡을 찾아내었습니다.

게오르그 프리드리히 헨델 혹은 죠지 프리데릭 헨델이라는 두 개의 이름을 가진 작곡가는 저와 5년을 넘게 함께 해온 작곡가였습니다. 왜 헨델이었는지 아직도 모르겠지만, 저는 그냥 헨델이 좋아서 무작정 박사학위 시작과 함께 논문을 시작했습니다. 그가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1도 모르는채 그에 대한 조사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 합니다. 그의 인생과 작품세계를 파헤치는 동안은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제가 찾을 수 있는 능력내에서 모든것을 찾아내었던 것 같습니다. 심지어 도서관에 헨델 관련서적은 어디있는지 다 외워서 책번호를 찾지 않아도 될 만큼 머릿속에 다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누군가를 이렇게 집요하게 파헤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저의 인생에서 들춰내고 들춰내도 너무 재미있고 놀랍기만한 그의 세계는 저에게 아직도 가장 큰 흥미를 주는 일인 듯 싶습니다. 독일인이었지만 영국인으로 생을 마감한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 속에서 살기위해 엄청난 작품활동을 쏟아낸 그를 리스펙하며, 그와 동시대에 살았던 인물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던 찰나에 고음악 소개 프로그램의 자리는 더할 나위없이 기뻤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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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제가 처음 곡을 고르고 대본을 쓰고 작가님께 첨삭을 부탁하던 순간은 잊을 수 없습니다. 방송에 처음으로 소개한 작품은 제가 5년동안 연구해왔던 곡인 '울게하소서' (Lascia ch'io pianga) 라는 아리아가 삽입되어있는 '알미라'라는 헨델의 오페라였습니다. 아리아는 유명하지만 어떤 가수가 처음 불렀고, 어떤 내용을 가지며, 극의 어떤 부분에서 왜 이 아리아를 부르는 지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감상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그 분위기, 내용, 상황, 캐릭터의 성격 등을 알고나서 듣는 오페라 아리아와, 그냥 유명하기 때문에 자주듣는 오페라 아리아는 감상했을 때의 감동의 깊이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듯이 음악 감상에 있어서도 '아는 만큼 들리고, 느껴지고, 보인다'고 생각이 듭니다.

고전과 낭만은 그래도 자주 듣는 클래식이지만 르네상스 혹은 바로크 음악은 우리가 일부러 찾아듣는 사람은 흔치 않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중세부터 바로크까지의 작곡가의 곡들을 시대 별로 소개해주면서 그 곡을 감상할 때 우리가 알아야할 점들, 예를 들면 당시 작곡가가 곡을 쓰게 된 계기, 시대적 상황, 곡의 분위기, 초연되었던 날짜 등을 알려주면 그 곡을 이해하는데 더 쉽고 재미있게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이 글을 시작하려합니다. 클래식이 점점 인기가 식어가고 대중들이 찾는 빈도수가 적어지지만, 그 역사와 깊이 때문에 사람들은 결국에는 클래식을 잊어버리지 못하고 다시 찾게 될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가볍고 재미있게 이해하면서 듣는 클래식을 통해서 우리의 플레이리스트에 한 두곡 쯤은 고음악이 저장되고, 출퇴근이나 일상에서 잠시나마 한순간 함께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