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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질토마토 Oct 22. 2023

프롬프터가 뭐예요?

노력과 굴욕 사이

얼렁뚱땅 음악프로그램을 제작해 보기로 했다. 매 회차의 콘셉트와 섭외 및 세팅, 방송까지 모든 것을 책임지기로 했지만 정말 행복했다. 기존에 한 달에 한 번, 시청자들을 위한 서비스 공연을 TV로 방송하는 음악회가 있었는데, 이 음악회를 진행하는데 약간의 문제가 생기면서, 내가 내용을 전담해서 인디음악중심으로 녹화를 진행해 보기로 한 것이다. 거기다 나의 <음악프로그램제작 로망>을 아는 선배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다. 제작을 자유롭게 해 보되, 모든 내용을 내가 준비할 것이 조건이었지만, 나는 무조건 오케이를 했다. 시작이 반이라고 갖춰진 상태만 기다리다간 기회가 영영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쨌건 일단 녹화 공간과 시간, 작지만 일정하게 배정된 예산, 그리고 TV 송출권까지 구색은 갖췄다. 페스티벌 N연차, 덕질 경력 더블 N연차를 자랑하지만, 이론과 실전은 다른 법. 방송 제작 경력은 15년이 넘지만, 음악프로그램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막막했는데, 뭐 별거겠어? 하는 마음이 나를 움직이게 했다.


그렇게 몇 회를, 기세로 녹화를 했다. 아주 무사히. 그러다 운이 좋아서, 내가 아주 좋아하는 인디밴드를 섭외하게 된 것이다. 세상에 이런 날이 오다니! 정말로 잘해야지, 다짐을 하며 감격에 겨워 방송 준비를 하는데,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첫 번째 난관이다.



내가 좋아하는 인디밴드가 섭외에 쉬이 응한 건, 마침 신곡발표 시즌과 맞물려서였다. 우리 방송에서 신곡을 할 터인데, 가사를 완벽히 숙지하지 못해 가사용 프롬프터를 설치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프롬프터? 뉴스 읽을 때 쓰는 그 프롬프터? 그런데 우리 녹화장엔 없었는데?


머릿속이 복잡해졌지만 괜찮은 척, 알아보고 연락 주겠다고 마무리했다. 그리고 선배 PD에게 가수의 요청사항을 말했더니 우린 가사용 프롬프터가 설치가 어렵다며 뜻밖의 대안을 제시했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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