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원선거 과학기술 관련 공약 분석
"올 해는 전교회장들이 약속을 얼마나 지키는지 보겠어요."
초등학교 5학년인 아이가 학교 가정통신문을 식탁에 내려놓으며 말합니다. 작년 전교회장의 선거공약이 '매달 제티 나눠주기'였답니다. 우리 아이는 가끔 뜬금없이 아직도 회장이 제티를 나눠주지 않았다면서 "지키지도 않을 거면서 왜 나눠 주겠다고 한 것이냐?"며 화를 냈습니다. 이번 회장단은 과연 선거 공약을 얼마나 지킬 지 두고 보겠다는 것이죠.
지난 4월 10일 제22대 국회의원선거가 치러졌습니다. 국회의원선거 공약 중 과학기술 관련 공약을 분석했습니다. 저도 저희 아이처럼 제22대 국회의원들이 공약을 얼마나 잘 지키는지 두고 볼 생각입니다. 59개 정당 중 당선인이 배출된 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연합, 국민의힘, 국민의미래,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새로운 미래의 공약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정당별 공약을 분석하기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의 정당정책 페이지를 참고했습니다.
과학기술 관련 공약은 크게 ①기후위기 대응, 탄소중립, 친환경 관련 정책, ②산업육성 정책, ③R&D, 연구개발 지원 정책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개혁신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이 ①기후위기 대응, 탄소중립, 친환경 관련 정책을 제시했습니다. 조국혁신당은 과학기술 관련 전 영역에 대한 정책을 제안한 반면 진보당은 기후위기 대응 관련 정책 만을 공약으로 제안했습니다.
먼저 ①기후위기 대응, 탄소중립, 친환경 관련 정책에서 눈에 띄는 것은 RE100입니다. 현 정부는 RE100 대신 CF100을 정책기조로 추진 중입니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기의 100%를 태양광,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로부터 생산된 전기를 사용하겠다는 것이고, CF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무탄소 에너지'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무탄소 에너지는 재생에너지와 함께 원자력이 포함됩니다. 더불어민주당(연합)은 RE100 추진을 내세운 반면 국민의힘(미래)는 '생활 속 탄소감축 실천'이라는 생활 밀착형 정책을 내세웠습니다.
②산업육성 정책은 혁신선도, 규제개혁과 창업 지원 등을 통한 신산업 육성이 제시되었습니다. 개혁신당은 한국의희망과 합당하면서 첨단산업벨트 'K-네옴시티' 건설과 첨단산업 인재 양성 계획 '뉴히어로 프로젝트' 도입을 발표했습니다.
제가 제일 관심 있는 ③R&D, 연구개발 지원 정책입니다. 앞의 두 분야는 과학기술과 연구개발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신산업을 육성하는 내용으로 과학기술이 수단으로 활용됩니다. ③R&D, 연구개발 지원 정책은 연구개발을 어떻게 지원하여 과학기술을 부흥시킬 것인 지를 고민하는 영역입니다.
전반적으로 여당인 국민의힘(미래)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으로 분류되는 정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점이 유감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R&D 투자 확대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2023년 정부 연구개발 예산이 '연구비 카르텔 척결'이라는 명분으로 전년 대비 16% 넘게 줄었습니다. 다시는 이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국가 전체 예산의 일정 부분을 연구개발 예산으로 못 박겠다는 의도입니다. 든든한 연구개발 예산을 활용해 인공지능, 미래 모빌리티 新강국이 되는 정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조국혁신당은 과학기술자와 연구자 중심으로 체계를 전환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지난 문재인정부의 정책 기조인 '연구자 중심'의 과학기술 정책을 잇는 듯합니다. 개혁신당은 과학기술부총리 신설을 주장합니다. 과학기술부총리는 지난 노무현정부 때 과학기술부 장관이 겸직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번 선거는 정권심판론이 모든 공약과 정책을 묻었습니다. 그렇지만 각 정당에서는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제22대 국회의원의 임기는 2024년 5월 30일부터 2028년 5월 29일까지입니다. 저는 이 기간 동안 어느 의원께서 위에 열거된 정책들을 입법화하시는지 지켜볼 계획입니다. 선거공약은 공(空)약이 아닌 공(公)약이어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