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힘, 대체재의 위협 (Threat of substitutes)
포터의 다섯 가지 힘 분석에서 세 번째 힘인 '대체재의 위협'은 우리가 흔히 '경쟁'이라고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다를 수도 있습니다. '경쟁'이 같은 운동장에서 뛰는 선수들이라면, '대체재'는 아예 다른 종목이지만 같은 목표를 향하는 선수들입니다. 예를 들어, 주말에 축구 경기를 보려던 팬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런데 같은 시간대에 야구 경기가 열린다면, 팬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이 경우 축구와 야구는 스포츠 관람이라는 같은 산업 안에서 경쟁하는 관계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황을 조금 바꿔볼까요? 그 사람이 축구 경기 대신 집에서 넷플릭스로 영화를 보거나, 유튜브 영상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면 어떨까요? 축구와 넷플릭스, 유튜브는 서로 다른 산업에 속하지만, 모두 ‘여가를 보내기’라는 같은 욕구를 만족하게 합니다. 이처럼 매우 다른 산업에서 같은 필요를 채우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바로 대체재입니다. 축구 산업 입장에서는 집에서 편히 볼 수 있는 영상이라는 강력한 대체재에 고객을 빼앗긴 셈이죠. 이렇게 직접 경쟁자가 아니어도, 소비자의 시간을 두고 경쟁하는 순간 대체재가 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대체재는 고객이 '동일한 필요(Needs)'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른 제품이나 서비스(Different products)'로 옮겨갈 가능성을 말합니다. 즉, 우리 회사의 고객이 우리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우, 우리는 '대체재의 위협'에 직면하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모든 대체재가 똑같은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체재의 위협이 얼마나 강력한지는 몇 가지 중요한 요인에 따라 달라집니다.
첫째는 바로 가격 대비 성능, 흔히 말하는 가성비입니다. 고객은 기존 제품보다 더 저렴하면서도 성능은 비슷하거나 더 좋은 대체재에 끌리기 마련이죠. 스포츠팀의 열렬한 팬이 아니라 가볍게 스포츠를 즐기는 팬으로서는 먼 원정 경기를 따라가기 위해 시간과 돈을 쓰는 것보다 집에서 편안하게 TV로 보는 것이 훨씬 가성비가 좋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TV 중계가 없었다면 어땠을까요? 경기를 보려면 경기장에 직접 가야만 했을 겁니다. 하지만 TV 중계가 보편화하면서 '집에서 보는 것'이라는 강력한 대체재가 생겨났죠. 이는 단순히 비용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동에 드는 시간과 노력, 그리고 많은 사람으로 붐비는 현장의 불편함까지 고려하면, 집에서 시청하는 방식은 압도적인 효용을 제공합니다. 결국, 스포츠 구단 입장에서는 '집에서 TV로 보는 것'이라는 대체재와 경쟁해야 합니다. 팬들이 굳이 경기장에 오게 하려면, TV로는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가치? 선수들의 생생한 모습을 눈앞에서 보는 감동, 팬들과 함께 열광하는 현장의 에너지?를 제공해야만 합니다. 이렇게 가성비를 결정하는 요소에는 가격뿐 아니라 편리성, 시간, 경험 같은 비금전적인 요소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둘째는 전환 비용입니다. 바꾸는 데 드는 시간·돈, 노력, 그리고 심리적 부담이 적을수록 대체될 위협은 커집니다. 과거에는, 겨우 20년도 채 안 된 일입니다만, 음악을 소장하려면 CD나 카세트테이프를 사야 했습니다. 그런데 2000년대 초반 MP3 파일이 등장하면서, CD를 사고 보관하는 번거로움이 점점 사라졌습니다. 거기에 더해, 2010년대 중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전환 비용은 거의 ‘제로’가 되었습니다. 한 달 적은 구독료만 내면 수백만 곡을 무제한으로 들을 수 있고, 광고를 감수한다면 무료로도 가능합니다. 물리적으로 보관할 필요가 없는 스트리밍은, 특히 이동이 잦은 디지털 노매드들에게 폭발적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세 번째는 차별성입니다. 대체재가 기존 제품과 똑같은 기능만 제공한다면 사람들은 굳이 바꿀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전혀 다른 가치를 내세운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필름카메라에서 디지털카메라로의 변화가 그랬습니다. 디지털카메라는 필름 없이도 수백 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고, 바로 확인하고 삭제할 수 있는 편리함을 주었습니다. 사진 품질도 꾸준히 좋아졌고, 보관과 공유도 훨씬 쉬워졌죠. 이런 차별성 덕분에 필름카메라는 한동안 완전히 시장에서 밀려났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역전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일부 마니아층이 필름카메라 특유의 색감, 질감, 그리고 ‘한 장 한 장 신중하게 찍는 경험’을 찾기 시작한 것입니다. 디지털이 줄 수 없는 감성과 느림의 가치가 새로운 차별점이 되어, 필름카메라는 다시 부활했습니다. 차별성은 이렇게 기술이 주는 편리함 속에서도, 감성과 경험 같은 비기술적 요소로도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누가 ‘다른 이유’를 더 설득력 있게 제시하느냐가 대체재 경쟁에서 이기는 열쇠입니다.
구매자의 협상력 (Bargaining Power of Buyers)
구매자의 협상력이란 소비자가 기업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입니다. 물론 소비자 개인이 기업과 가격 흥정을 하는 것은 흔하지 않죠. 하지만 기업들은 끊임없이 여러분의 지갑을 열기 위해 경쟁하고 있습니다. 이런 보이지 않는 경쟁 속에서 소비자들은 알게 모르게 기업들에 압력을 행사하는 것입니다.
그럼 구매자의 협상력은 언제 강해질까요? 여기서 몇 가지만 간단하게 알아보고 넘어가 보죠.
첫 번 때로는 물건을 파는 기업이나 가게는 많은데, 그 물건을 사주는 주요 고객은 소수인 상황입니다. 이럴 땐 그 소수 고객이 시장을 쥐락펴락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한 회사 매출의 대부분이 단 몇 명의 대형 거래처에서 나온다고 해 봅시다. 이 거래처가 “가격을 5% 내려주세요”라고 요구하면, 기업은 거절하기 어렵습니다. 주요 고객이 등을 돌리면 매출에 큰 타격을 받기 때문입니다. 즉, 고객의 수는 적지만 영향력이 클수록 구매자의 협상력은 강해집니다.
그다음은, 대체재의 유무입니다. 앞에서 알아봤듯이, 대체할 상품이나 거래처가 많으면 고객은 쉽게 다른 곳으로 옮길 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구역에 카페들이 몰려 있다면, 굳이 불친절하고 맛이 없는 곳으로 갈 필요가 없죠. 다른 가게의 단골이 되면 그만입니다. 이처럼 대체할 상품이나 거래처가 많으면 고객은 쉽게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조건은 제품 차별성 부족입니다. 제품이 서로 비슷비슷하다면, 고객은 결국 가격을 기준으로 선택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흰색 면 티셔츠를 산다고 해봅시다. A 브랜드나 B 브랜드나 소재와 디자인이 거의 같다면, 대부분 더 저렴한 쪽을 고를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 되면 기업들은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가격 인하 경쟁을 벌이게 되고, 그 결과 고객의 협상력은 자연스럽게 강해집니다. 이를 막으려면 브랜딩과 차별화가 필수입니다.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이 브랜드를 선택하겠다’는 마음을 고객에게 심어줄 수 있어야 합니다. 품질 개선, 디자인 차별화, 브랜드 스토리 등은 모두 이 목표를 위한 중요한 수단입니다.
네 번 쨰로, 고객이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을 때, 구매자의 힘은 더욱 강해집니다. 특히 지금 시대는 그 영향이 더욱 큽니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전 세계의 상품을 비교할 수 있죠. 많은 사람이 국내에서 사는 것이 큰 이점이 없다면, 기다리는 시간을 감수하고라도 해외 직구를 선택하는 것이 그 예입니다. 미국의 아마존이나 중국의 온라인 쇼핑몰이 강세를 보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런 정보의 투명성은 고객과 기업의 관계뿐만 아니라, 기업들끼리의 경쟁도 치열하게 만듭니다.
다섯 번째로, 새로운 곳으로 옮겨도 손해가 없을 때, 즉 전환 비용이 낮을 때입니다. 만약 쓰던 통신사를 바꾸는 과정이 너무 복잡하거나, 위약금이 너무 크다면? ‘그냥 쓰던 곳 계속 써야겠다’라고 생각할 겁니다. 이런 경우, 소비자의 협상력은 약해집니다. 하지만 만약 통신사를 바꾸기가 아주 쉽고 위약금도 없다면? 여러분은 더 나은 조건의 통신사를 찾아 떠날 준비가 되어 있고, 이는 기존 통신사가 여러분을 붙잡기 위해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게 합니다.
‘구매자의 협상력’은 결코 책 속에만 있는 이론이 아닙니다. 마트에서 사과 봉지 하나를 고르는 순간,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을 비교하는 순간, 그리고 새로운 서비스를 선택하는 모든 순간에 이 힘이 작동합니다. 이 힘을 이해하는 것은 단순히 똑똑한 소비자가 되는 것을 넘어섭니다. 여러분의 현명한 소비는 기업이 더 좋은 품질의 상품을 만들고, 더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하며,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끊임없이 자극합니다.
마지막 힘, 공급자의 협상력 (Bargaining Power of Suppliers)
마지막으로 공급자의 협상력에 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회사를 운영하거나 사업을 할 때, 우리가 재료나 부품을 사 오는 거래처, 즉 공급자의 힘이 얼마나 세었는지에 따라 회사의 이익이 크게 달라집니다. 이 힘을 공급자의 협상력이라고 부르죠.
공급자의 힘이 강할수록 그들은 더 높은 가격을 요구하거나, 우리에게 불리한 조건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가격 인상은 물론, 납기를 늦추거나 품질을 보장하지 않을 수도 있죠. 결국, 거래의 저울이 공급자 쪽으로 기울면, 우리는 그들이 정한 규칙을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공급자의 힘은 언제 강해질까요? 앞서 이야기한 몇 가지 요소와 닮았습니다.
1) 희소성: 공급자가 손에 꼽히고, 대체할 곳이 거의 없을 때.
2) 독점 기술: 그들이 가진 기술이나 자원이 꼭 필요할 때.
3) 전환 비용: 다른 공급처로 옮기는 데 시간, 돈, 품질 손실이 크고 위험이 따를 때.
4) 우리 회사가 공급자에게 중요하지 않을 때: 공급하는 회사 차원에서 우리 회사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작다면, 우리 회사의 요구사항을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겁니다. 이런 경우, 공급자는 언제든 우리와의 거래를 끊고 다른 중요한 고객을 우선시할 수 있습니다.
이 네 가지가 한데 모이면, 공급자의 협상력은 강력해집니다. 마치 사막 한가운데 단 하나뿐인 우물을 만난 나그네처럼, 우리는 공급자가 부르는 대로 물값을 낼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죠. 이것은 특히 COVID-19 이후에 두드러졌습니다. 물류 이동에 제약이 걸리면서 많은 회사가 부품과 재료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죠. 이것은 '희소성' 문제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공급자는 가격을 올렸고, 기존 공급망을 바꾸는 '전환 비용' 때문에 다른 공급처를 찾기 어려웠던 회사들은 결국 그들의 조건을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포터의 다섯 가지 힘, 오늘을 읽는 법
이제까지 알아본 다섯 가지 힘을 하나의 질문으로 바꾸면 이것입니다. 내가 가진 상품 산업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인가?
포터의 '다섯 가지 힘' 이론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79년입니다. 당시만 해도 세계화는 지금처럼 활발하지 않았고, 산업 간 경계도 비교적 뚜렷한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세계화가 가속화되고, 기술은 급격히 진보했습니다. 그 결과, 국가 간은 물론이고 산업 간의 경계도 점점 모호해졌습니다. 예전에는 서로 다른 영역처럼 보이던 산업들이 이제는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죠.
이런 변화는 포터의 분석체계를 활용하는 데에도 새로운 도전 과제를 던집니다. 분석의 출발점이 되는 ‘산업’의 정의 자체가 명확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건 어떤 산업인가?’라는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없게 된 것이죠. 또 하나의 어려움은 이 이론이 정량적인 수치보다 사람의 해석에 의존하는, 말하자면 '정성적 분석 도구'라는 점입니다. 다섯 가지 힘 각각, 예를 들어 경쟁 강도나 구매자의 힘 같은 요소들은 숫자로 딱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 힘이 얼마나 센지 판단하는 일은 결국 사람의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여러 요인을 종합하려 할 때는 ‘어떤 요소가 더 중요한가’를 따지는 과정에서 정보가 왜곡되거나 중요한 판단이 흐려질 수 있습니다. 이것을 전문가들은 ‘집계 편향’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또 하나의 약점은 이 다섯 가지 힘이 서로 따로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경쟁 강도는 진입 장벽과도 연결되고, 구매자의 교섭력은 공급자의 힘이나 기술 발전 상황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하나하나를 따로 떼어 분석하다 보면, 현실의 복잡한 상황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바라보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몇 가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일부 학자들은 오늘날처럼 빠르게 변하는 세상, 특히 변화가 과속화된 시장에서는 이 이론이 예전만큼 유용하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분석체계가 쓸모없어진 건 아닙니다. 포터 교수 자신도 강조했듯이, 이 틀의 핵심 목적은 단순히 ‘어떤 산업이 유망한가’를 가리는 데 있지 않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산업 내부에서 어떤 구조가 경쟁을 만들어내고, 그 경쟁이 어떻게 수익성에 영향을 주는가를 이해하는 데 있습니다. 결국, 이 틀은 ‘어디에 투자해야 하나’보다는, ‘왜 이 산업은 이렇게 움직이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한 출발점입니다. 복잡한 비즈니스 환경 속에서도, 그 구조와 원인을 이해하려는 사람에게는 여전히 유용한 나침반이 되어줍니다.
이 분석은 시장분석의 출발점으로 활용하면 좋습니다. 경쟁자만 보는 것이 아니라, 고객, 공급자, 대체재, 진입자까지 전체 구조를 볼 수 있게 해 주니까요. 또, 다섯 가지 힘 중 자신에게 가장 위협적인 요인을 먼저 찾아내고, 그에 대한 전략을 집중적으로 설계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