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장에서는 시장과 경쟁 분석에 대해 알아보려 합니다. 아무리 뛰어난 아이디어나 훌륭한 제품이 있어도, 그것이 시장에서 팔리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좋은 낚싯대를 갖고 있다 해도, 물고기가 없는 곳에 던지면 아무것도 잡을 수 없고, 물고기가 아무리 많아도 맞지 않는 미끼나 바늘을 쓴다면 허탕을 칠 뿐이지요. 경영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장이라는 물속에 무엇이 살고 있는지, 어떤 미끼를 물고 싶어 하는지를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전략도, 실행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이 장에서는 시장과 경쟁을 어떻게 분석하고, 그 분석을 어떻게 나의 가치 제안과 연결할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포터의 다섯 가지 힘 (Porter’s Five Forces)
지난 몇십 년 동안 기업 전략 분야에서 널리 쓰이는 분석 도구 중 하나가 바로 포터의 다섯 가지 힘 분석(Porter's Five Forces)입니다. 포터 하면 가장 유명한 인물은 J.K. 롤링의 소설 속 주인공 해리 포터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기서 말하는 포터는 해리 포터(Harry Potter)가 아니라 이 분석법을 개발한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E. 포터(Michael E. Porter) 교수입니다. 잘 보면 이름의 스펠링도 다르네요. 이 분석법은 해리 포터처럼 하늘을 날게 하지는 못하지만, 우리 주변의 시장 환경을 여러모로 바라보게 해줍니다.
첫 번 째 힘, 시장과 산업 안에서의 경쟁 (Competitive rivalry)
경쟁 강도는 말 그대로 ‘내가 진출하고자 하는 시장에서 경쟁은 얼마나 치열한가?’라는 물음에서 시작됩니다. 산업 내에 경쟁자가 많고, 제품 사이에 뚜렷한 차별점이 없다면 가격 경쟁이 벌어지기 쉽고, 그만큼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집니다. 반면 경쟁 강도가 낮은 시장에서는 몇몇 강자들만이 자리 잡고 있어 가격이 비교적 안정되고, 장기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해집니다. 경쟁이 과열된 시장에서는 가격 인하와 과도한 마케팅 때문에 이익률이 낮아지고, 작은 실수에도 고객 이탈이 발생합니다. 고객 충성도를 형성하기도 어려우므로, 기업은 끊임없이 할인이나 서비스 강화를 통해 소비자를 붙잡아야 합니다. 게다가 일정 수준 이상의 고정비를 감당하고 있는 기업은 시장에서 철수하기조차 쉽지 않아, 손해를 감수하며 경쟁에 머물게 되기도 합니다. 경쟁 강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기업 개개인의 수익성만이 아니라, 산업 전체의 성장과 혁신도 위축될 수 있습니다. 수익이 줄어들면 장기적인 투자 여력도 떨어지고, 그 때문에 시장 전반의 발전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입니다. 결국, 경쟁 강도는 단순한 시장의 복잡성을 넘어, 기업 전략과 산업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경쟁이 심화하면, 이기지 못해서가 아니라 모두가 지쳐서 무너지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죠.
파푸아뉴기니의 극락조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새 중 하나로 꼽힙니다. 어두운 밀림에서도 돋보이는 아름다움은 암컷이 수컷을 선택하는 기준이 되면서, 세대를 거쳐 점점 더 화려하게 진화해 왔습니다. 그러나 야생에서 화려한 깃털은 단순한 장식이 아닙니다. 포식자에게 더 눈에 띄고, 생존에는 오히려 불리할 수 있는 그 깃털을 유지하며 살아남았다는 사실은, 해당 개체가 뛰어난 체력, 민첩성, 회복력 등 보이지 않는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는 정직한 신호입니다. 하지만 경쟁이 포화한 환경에서는, 아름다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극락조 종에서는 수컷의 수가 암컷보다 많으므로, 선택받기 위한 경쟁은 훨씬 더 치열합니다. 단지 화려하기만 해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 수컷들은 깃털을 펼쳐 복잡한 춤을 추거나, 구애 무대를 정성껏 청소하는 등 추가적인 전략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경쟁이 포화한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단순히 ‘좋은 제품’을 넘어서는, 차별화된 경험과 전략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차별화는 단지 외적인 포장이나 장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됩니다. 물론, 누구도 가보지 않은 블루오션을 발견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요.
두 번 째 힘. 신규 진입자의 위협 (Threat of New Entrants)
어떤 일을 새로 시작한다는 것은 언제나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입니다. 하지만 어디로 뛰어드느냐에 따라 그 경험은 전혀 다르게 펼쳐집니다. 예를 들어, 서비스를 오랫동안 운영한 온라인 게임에는 흔히 ‘고인 물’들이 있습니다. 게임의 모든 콘텐츠를 꿰뚫고 있는 이들은, 신규 사용자들에게 친절한 조언자가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진입 장벽 그 자체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떤 경우엔 고이다 못해 '석유'가 되었다는 농담까지 나오죠. 이들은 게임의 경제, 전략, 커뮤니티 구조까지 모두 장악하고 있어, 처음 시작하는 사람은 무슨 말인지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됩니다. 경영에서도 이와 비슷한 구조가 반복됩니다. 이미 브랜드, 기술, 유통, 충성 고객층이 단단히 자리 잡은 시장에 새롭게 진입한다는 것은, 마치 고인 물의 세계에 발을 담그는 일처럼 어렵고 부담스러운 도전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기존 기업 입장에서는 신규 진입자가 많아질수록 시장 점유율, 가격 결정권, 수익성에 대한 위협이 커지게 됩니다. 필연적으로 가격 인하 압박, 마케팅 경쟁 과열, 비용 증가 등이 뒤따르겠죠. 그러므로 전략의 핵심은 단순히 경쟁자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경쟁자가 쉽게 따라올 수 없게 만드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기존 기업들은 인지도를 강화해 고객 충성도를 높이고, 규모의 경제를 활용해 신규 기업이 따라잡기 어려운 단가 구조를 확보합니다. 여기에 독점적 기술을 개발하거나, 수익 전환율을 높이는 구독 모델을 도입하는 등, 진입 장벽을 강화하는 전략을 통해 시장 지위를 지켜나가는 것이죠.
콘텐츠 크리에이터 시장은 신규 진입자의 위협이 어떻게 산업을 바꿔놓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21세기 초반만 해도, 개인이 방송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단순히 송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획, 촬영, 편집, 심지어 음악 작곡까지 혼자서 해내는 시대가 올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죠.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이 즐겨 보는 유튜브 채널 몇 개쯤은 당연히 알고 있을 정도로, '대유튜버'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이 현상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진입 장벽이 낮아진 결과로 나타난 구조적 변화입니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어도 누구나 콘텐츠를 제작하고, 알고리즘 기반의 추천 시스템을 통해 노출 기회를 잡을 수 있으며, '어떻게 유튜브를 시작하는지'를 알려주는 채널까지 유튜브에 존재하는 시대가 된 것이죠. 기술의 보편화, 플랫폼의 개방성, 소비자의 콘텐츠 소비 패턴 변화가 맞물리며 콘텐츠 시장은 누구나 진입할 수 있지만, 모두가 살아남기는 어려운 시장으로 변모했습니다. 이제는 단순한 아이디어나 기획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콘텐츠의 완성도, 독창성, 지속 가능성까지 갖추지 않으면 금세 묻혀버리는 환경이 되었습니다.
사업을 시작하거나 아이디어를 구상할 때, 지금 내가 속해 있거나 들어가려는 시장에서 얼마나 경쟁력이 있을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아무도 없는 망망대해처럼 보이는 시장이라 하더라도, 누구든 쉽게 들어올 수 있다면, 그 시장은 곧 포화 상태에 이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단기적인 진입의 유리함뿐 아니라, 앞으로 어떤 경쟁자들이 들어올 수 있을지, 그리고 그에 대비해 어떤 진입 장벽을 미리 구축할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진입 장벽이 낮은 시장에서는 남보다 먼저 시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오래 버틸 수 있는 전략 역시 중요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