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론] 1/3

함께 책 읽기 ⑮ - 플라톤, 국가론

by 정채환

■ 읽게 된 계기

탄핵 선고를 앞두고 나라가 잠잠할 날이 없다. 모두가 '나라가 망할까' 걱정을 하며 '애국·우국'의 충정에서 추운 거리로 나와 목놓아 소리를 외치고 있음에도, 정작 같은 걱정을 하고 있는 서로 간에는 첨예한 대립과 진영 간의 승패밖에는 없는 듯한 아이러니가 지속되고 있다. 전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다른 주장과 신념이 양립할 수 있는 것은, 공유하고 있는 상식과 가치가 부족해진 까닭이 아닐까 싶다. 어떤 식의 결론도 이러한 간극을 해소시켜 줄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한 발 물러서서 '국가란 무엇인가?', '사회란 무엇인가?' 하는 기본적인 물음부터 차근히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한 번 읽고 스스로도 정리해보고 싶었다.


■ 감상 및 추천

▶좋은 나라, 올바른 나라?

우리는 모두 자식을 올바르게 교육시키고 싶어 하지만 정작 어떤 교육이 바른 교육인지 알지 못한다. 바른 교육에 앞서 ‘바른 인간’에 대한 가치관이 정립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에밀], 장자크 루소-


나라가 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또는 허물어져가는 나라를 구하기 위해서 주중에도 주말에도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선다. 추위와 눈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방수포와 담요를 뒤집어쓰고 밤을 새우는 이들도 있었다. 좋은 나라를 건설하는 것이 그 많은 사람들 모두가 귀중한 시간과 열정을 담아 간절히 기원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그들 각각이 바라고 꿈꾸는 '올바른 나라, 좋은 나라'는 과연 같은 의미일까? 같은 모습일까? 같은 방향으로 함께 힘을 모아도 도달하기 쉽지 않을 목표를 향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뛰면 과연 거기에 다가갈 수나 있을까? 루소의 지적처럼 '어떤 것이 올바른 나라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가치관 정립이 우선 되어야 하겠지만, 더불어 각 개인에게도 이 점에 대해 스스로 공부하고 찬찬히 생각해 보는 시간이 필요지 않을까 싶다.


▶ '지식이 없는 의견은 맹목일 뿐이다.' -소크라테스-

*합리적 태도란 논리적 관점에서 상황을 들여다보고 원인과 결과를 명확히 찾고자 노력하는 태도를

말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여러분에게 '회의주의자'로서의 삶의 태도를 권해드립니다.
*회의주의적인 삶의 태도란 어떤 것도 쉽게 믿지 않고,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생각해 보려 애쓰는 태도를

말합니다.

*지성주의란 하나의 사상이나 생각에 몰입하지 않고, 우리 모두가 계속 생각하는 주체가 되는 것입니다.

*반지성주의란 지성의 산물, 지적 노력과 성취를 그다지 존중하지 않거나, 심지어 폄하하고 지적 유산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태도를 말합니다.

-[열두 발자국] -정재승-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이 올해의 단어로 ‘뇌 썩음’(brain rot)을 뽑았다. 소셜미디어(SNS) 인스타그램의 ‘릴스’나 유튜브의 ‘쇼츠’처럼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를 자주 보는 경향을 비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옥스퍼드사전을 발간하는 옥스퍼드대 출판부는 1일(현지시간) 올해의 단어로 ‘뇌 썩음’을 발표했다. 이 단어는 사소하거나 하찮은 자료를 과잉 소비한 결과 인간의 정신적·지적 상태가 퇴보하는 현상을 뜻한다. ...

-"英 옥스퍼드대, 올해의 단어로 '뇌 썩음' 선정", <데일리안> 24/12/2-


이 내용이 정말 사실일까? 이 말이 과연 합리적인 주장일까? 매번 일일이 살피는 회의적이고 합리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지성적인 자세는 에너지가 든다. 많이 든다. 하지만 우리에겐 힘이 없다. 내 일상에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주제에 쏟아부을 지성과 열의가 남아있을 만큼 한가로운 직장에 다니지 않는다. 그렇다고 세상을 떠들썩하게 할 정도로 중요한 사건에 대해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피곤하니까 어떤 기준으로 선별해서 늘어놓는지 알 수 없는 포털 뉴스 기사 제목만 보거나 클릭해서 주요한 헤드라인만 읽거나, 운전하면서 라디오를 듣거나, 뉴스보다 덜 딱딱하고 심지어 재밌기까지 한 유튜브 채널을 골라 세상 보는 안목을 지도받고 그중 쓸만한 것을 채택해 내 의견으로 삼는다. 한편으로는 피곤해서 한편으로는 귀찮아서, 직접 찾아서 확인하고 공부하는 대신, 옥스퍼드대학교가 '뇌썩음'의 주요인이라고 경계하는 SNS와 유튜브를 적지 않게 접하고 때로는 과도하게 소비하기도 한다.

[동물농장] 부록 해설에는 '무지와 무기력함이 권력의 타락을 방조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바쁜 일상에 지친 심신과 골치 아픈 것을 멀리하려고 하는 심리가 무지와 무기력으로 연결되는 건 아닌지 염려될 때가 있다.


▶ '정의'구현의 '방식'

내가 생각하는 '정의'와 '올바름'에 대해 내 주변 사람이 아닌 전혀 접점이 없는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해보면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될 때가 왕왕 있다. 슬그머니 얘기를 꺼내려다가 상대가 같은 생각이 아니다 싶으면 분위기가 어색해지거나 싸움이 날까 봐 얼른 다시 주워 담는다. 대신에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인 자리가 되면 보자기를 넓게 활짝 펼쳐놓고 한 목소리로 목청 높여 얘기하다 보면 정말 어쩌면 이렇게 나와 생각이 같은가 싶고 그 논리에 한치의 오류도 없이 그 올바름이 더욱 선명해지는 것을 느끼며, 이것은 나만의 일방적 주장이 아니라 대의/정의를 실현하는 길이라는 동지의식과 사명감이 들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 울타리 밖에 이 생각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설령 그들의 의견이 터무니없다고 생각된다 할지라도)이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다. 그래서 가부간에 옳고 그름의 판가름을 내지 못하게 되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다수결을 택한다. 반장 선거도, 국회 의결도, 국회의원 선출도, 대통령 선출도 그렇게 한다. 내 생각이 옳다는 결과가 나올 때는 괜찮은 제도 같은데, 반대의 경우에는 뭔가 잘못된 것 같은 께름칙한 뒷맛이 남는다. 옳아서가 아니라 무엇이 옳은지 결론을 낼 수 없기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그나마 다수의 의견을 채택하는 것뿐일 것이다. 아무튼 내가 그렇게 굳게 믿는 것 말고, 우리 모두를 위한 '정의'와 '올바름'이 무엇인지를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가려내기란 정말로 어려운 일인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있다. 각자가 생각하는 정의에 대한 '구현 방식'이 폭력적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당신은 극단주의자인가 신념에 충실한 열렬한 실천가인가?라고 물을 때 자신이 극단주의자라고 대답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극단주의(Extremism)란 타협과 합리적 논의를 거부하고, 특정 이념이나 신념을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으며, 이를 강요하거나 배척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극단주의자들은 사회를 이분법적으로 바라보며,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으로 규정하고 혐오하거나 탄압하려는 경향이 있다. <나무 위키>


[인간의 마음]에서 에리히 프롬은 이처럼 특정 이념이나 신념을 절대적으로 옮다고 믿는 태도를 '자아도취'라고 규정했다. 이런 자아도취가 집단적인 규모로 이루어지면서 폭력과 결합했을 때 매우 잔인하고도 불행한 결과가 초래되었다는 사실을 현대사 여러 대목에서 확인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내 신념이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너무나 확고할수록, 상대의 주장이 너무나 터무니없다고 생각될수록, 상대가 척결해야 할 사회악이라고 생각될수록, 내 신념을 행동으로 실행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고 생각될수록, 상대편의 행동에 미칠듯한 복수심이 타오를수록, 문을 박차고 나가기 전에 내 손에 '정의의' 몽둥이가 쥐어져 있지 않은지 거울에 나를 한 번 비춰보는 시간을 잠시 가져보면 어떨까.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 [국가란 무엇인가] - 유시민

국가주의, 자유주의, 공산주의, 복지 국가 등 다양한 국가론들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혼동하기 쉬운 국가와 정권의 차이, 누가 다스려야 하는가, 애국심이란 어떤 의미가 있는가 등의 내용도 담겨 있다. 국가란 과연 국민에게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 내가 바라는 국가의 모습은 어떤 형태인가에 대해 공부하고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해 보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이라 생각한다.


▶ [정의란 무엇인가] - 마이클 샌델

위 책이 좋은 국가에 대한 이야기라면, 이 책은 어떤 형태라면 모두가(더 많은 사람이?) 만족할 만한, 정의로운 사회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해 보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공리주의, 자유주의 등 사회 정의에 대한 다양한 이론들이 소개되어 있다. 역시 내가 꿈꾸는 좋은 사회는 어떤 모습일지 생각해 보는 기회를 제공하는 책이라고 볼 수 있겠다. [공정하다는 착각]도 이어서 읽으면 더욱 좋다.


▶ [리바이어던] - 토마스 홉스

: 자연 상태의 인간은 개인의 안전과 이익, 권력에 대한 욕구 등에 의해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이라는 무의미하고 유해한 혼란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는데, 이 상태의 종식을 위해서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강력한 힘을 가진 바다 괴물인 '리바이어던'과 같이 누구나 두려워 할 강력한 절대권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권력자에 대한 비판, 일체의 정치 활동이 금지되고, 법의 제정과 해석(판결)도 주권자(통치자)의 마음이고, 국민에게 무엇을 가르칠 지도 주권자(통치자)가 정한다.

근대적 개인주의, 사회계약론 등에 크게 영향를 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독재·전체주의를 옹호하는 것인가, 국민의 저항의지 자체를 없애려는 의도가 있지 않은가 하는 비판도 받는다.

고도의 통제사회에서 볼 수 있는 사회적 잡음과 불만 없이, '한눈 팔지 않고' 각자 맡은 바 일에 묵묵히 매진하며, '질서 정연하고', '안정된' 세상이 연상된다.

다 좋다고 해도 아무런 도전도 없고 빼앗길 수도 없는 그토록 막강한 권력을, 사심없이 / 오로지 국민만을 위해 / 변함없이 사용할 수 있는 지도자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지가 가장 의문스럽다.


▶ [인간의 마음] - 에리히 프롬

: 여러가지 형태의 폭력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단순히 성선설, 성악설이 아닌 인간이 선한 존재인지 악한 존재인지 두가지 측면을 모두 고찰하고 특히 자아도취에 빠진 집단이 폭력을 행사했을 때의 심각성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루고 있다. [피아노 치는 여자]와 함께 다루었던 근친상간적 유대도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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