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책 읽기 ⑮ - 플라톤, 국가론
■ 주요 문장 (요약 또는 마음에 드는 문장)
기원전 399년 소크라테스는 그리스의 청년들을 타락시키고 신을 모독했다는 죄목으로 사형당했다. 소크라테스의 제자였던 플라톤은 스승의 죽음을 계기로 정치인의 길을 포기하고 철학자의 길로 접어들었다.
(참고 : 본문은 대화체로 되어 있음. 존댓말이 아닌 것은 소크라테스가 한 말이고, 존댓말인 것은 그와 대화하는 각기 다른 대화 상대들의 말임.)
제1권 정의의 이익
훌륭하고 선한 사람에게 돈의 가치는 최고조로 발휘되는 법이오. 삶이 풍족하므로 남을 속이거나 해칠 일도 없지요.
시모니데스가 정의에 관해 ... 그는, '남에게 빌린 것은 반드시 돌려주는 게 옳다'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참뜻은 각자에게 적합한 것을 주는 것이 정의이고, 부채를 상환하는 방식 또한 그러한 것이라고 하니 말일세.
정의란 '강자의 이익'을 뜻합니다. ...
지배계급에 속한 사람들이 법률을 만들 땐 어떻게 합니까?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법률을 제정합니다. 다시 말해 민주 체제에선 민중을 중심으로, 참주 체제에선 참주를 중심으로, 그리고 귀족체제에선 귀족을 중심으로 법률을 제정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반하면 정의에 어긋난 범죄자로 처벌을 하죠. 이는 어느 나라에서나 동일합니다. 지배계급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정의이고 이는 곧 강자의 이익을 말하죠.
선장의 이익을 생각하고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선원의 이익을 염두에 두면서 지시하는 것이 선장이오. ... 통치자 역시 이와 같다고 봐야 하오. 진정한 의미의 통치자는 자신의 이익을 앞세우지 않소. 국민의 이익을 염두에 두고 지시하는 것이 통치자요.
불의는 그것을 범하는 자를 행복하게 하지만 그렇지 못한 자들을 비참하게 만들지요. ... 사람들이 불의를 비난하는 것은 그 불의에 희생양이 될까 겁나 그럴 뿐이지 이를 행하기를 두려워 그런 것은 아닙니다.
불의는 정의보다 훨씬 강한 힘과 자유, 권력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애초에 말씀드렸듯이 정의는 강자의 이익입니다.
훌륭한 사람들에게 가장 고약한 형벌이란, 통치자의 자리를 거부했을 때 겪을 수 있는 사태, 즉 자기보다 열등한 사람에게 지배를 받는 사태를 초래했을 경우네.
그대는 불의한 사람을 영리하고 뛰어난 사람으로 생각하시오?
... 완벽하게 부정을 저지를 수 있고 국가와 국민을 좌지우지할 수만 있다면 그렇지요.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다른 전문가보다 더 뛰어나다고 생각할 것 같소? 같은 분야의 전문가들끼리 말이오. 오히려 같은 언행을 취하려고 하지 않겠소? ... 무지한 사람의 경우는 어떻겠소? 유/무식을 떠나 어떤 사람에게나 이겨보려고 덤비지 않겠소?
불의는 분열과 증오를 부르는 반면 정의는 우애와 협조를 부른다는 뜻 아니오? ... 불의가 증오와 분열을 조장한다면 일을 도모하는 무리가 어떤 무리이든, 노예든 자유인이든 서로 간에 반목과 질시가 판을 칠 것 아니오. 그래서 당초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게 할 것 아니오?
결국 정리하면 이렇게 되는군요. 정의로운 자는 부정한 자보다 모든 면에서 뛰어나다는 거요. 지혜든 덕이든, 어떤 일을 도모하는 것이든 행동을 통일하는 데 있어서든. 그러므로 불의한 자들이 더 힘 있게 행동을 관철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진실성이 없는 얘기요.
훌륭하지 못한 덕은, 다시 말해 악덕은 그 고유의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봐야 하고, 그렇다면 악덕의 정신을 가진 인물의 삶은 어떻겠소? 잘 살겠소?
불의에 빠진 삶이 정의로운 삶이 정의로운 삶보다 결코 이득일 리 없소.
제2권 국가의 탄생
선생님께서는 선(善)을 어떻게 구분하십니까? 선 중에는 결과와 관계없이 그 자체가 좋아 받아들여지는 선도 있고, 자체보다는 결과가 좋아 받아들여지는 선도 있습니다.
첫째 정의는 무엇이며 그 기원은 무엇인가 하는 것, 둘째 사람들이 올바름을 추구하는 것은 그것이 선해서라기보다 불가피한 것이어서라는 것, 셋째 사람들의 그러한 행동은 생활의 측면에서 정의로운 삶보다는 낫다는 판단에 기인하는데 그 점에 일리가 없지 않다는 것 등입니다.
그러니까 정의란 일종의 타협책입니다. ... 옳지 못한 일을 하면서도 제재를 받지 않는 사람과 같은 일을 당하면서도 보복할 힘이 없는 사람, 양자 사이의 타협책인 셈입니다.
... 그러니 인간에게 자발적으로 정의를 지키기를 기대하기란 어렵습니다. 안전하게 부정을 행할 수 있는 한 인간을 누구나 악행을 저지릅니다. 만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그는 단지 남들의 이목이 두려워 시치미를 떼고 있을 뿐입니다.
먼저 완벽하게 불량한 사람을 살펴보겠습니다. ... 이러한 사람은 최악의 짓을 하면서도 언제나 자신을 방어할 능력이 있어 호감 있는 평판을 유지합니다. 부정이 폭로될 경우에도 훌륭히 변명합니다. 인력이나 자금을 동원할 능력도 충분해서 언제나 자신을 지켜냅니다.
이제 그 옆에 완벽하게 선량한 사람을 대비시켜 보겠습니다. ... 이 사람은 명예나 대가를 기대하고 정의를 추구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 그래서 그는 추호도 부정한 짓을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부정한 자라는 악평을 듣습니다. 자신의 신념에 따라 올바른 길을 걸어왔음에도 이 악평은 그가 죽을 때까지 계속됩니다.
그들(사람들)은 매맞고 고문당하며 인두질을 당하는 사람을 선량한 자의 말로로 설명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현명한 삶이란 선량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선량한 사람으로 보이도록 행세해야 하는 것임을 깨닫는 것입니다. 반면 사람들은 불량한 자의 삶을 탄탄대로로 묘사할 것입니다. 그는 선량한 자라는 평판을 받기 때문에 국가를 지배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여자를 아내로 삼을 수도 있으며, 불의에 대해 거리낄 것이 없으므로 온갖 사리사욕을 취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재산이 많으니 선심을 써서 많은 사람들을 친구로 삼고 맘에 들지 않는 자를 제거하기란 식은 죽 먹기입니다. 신들에게도 풍족하게 재물을 바치고 찬양할 수 있으니 선량한 사람보다 훨씬 더 신전 가까이 갈 수 있습니다.
그(위의 말을 한 글라우콘)는 정의롭게 살라는 말은 정의 자체를 찬양해서라기보다는 그것이 가져오는 결과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 사람들이 악과 불의에 경도되는 것은 정의나 덕을 지키기 위해 드는 수고로움에 비해 손쉽게 어떤 결과물을 얻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는 국가는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생겨났다고 보네.
우리 인간은 다양한 욕망을 갖고 있음에도 각자의 능력은 아주 제한되어 있네. ... 결국 사람들이 힘을 합치게 됐고, 이러한 집단이 모여 국가가 된 거야.
다만 정의와 불의는 국민들을 다루는 데서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인구가 늘면서 충분했던 자원과 국토도 비좁아지지 않을까? ... 농사지을 땅이 더 많이 필요한데 국토가 부족하다면 남의 땅을 빼앗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 결국 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네.
국가의 수호자에게 필요한 육체적 조건과 정신적 조건이 밝혀진 셈이군. ... 그들은 적에게는 난폭해야겠지만 친구에게는 온순해야 하지 않겠는가? ... 대담한 기백과 온순한 기질의 소유자를 찾아야 하는데 이 두 성질은 서로 상반된 것이니 말일세.
친구를 부드럽게 대하는 자는 본성에 있어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네. 그러니 국가의 수호자가 될 사람은 ... 천성이 지혜로운 데다 기백과 함께 용맹한 힘을 갖추어야 해.
신이 선한 것이라면 말일세, 신은 모든 것의 원인이 아니라 일부분의 원인이네. 즉 인간에게 일어나는 모든 사건의 원인이 아니라는 말일세. 우리 사회에 선한 일은 적고 악한 일은 많다는 것이 이를 입증하지.
제3권 수호자들을 위한 교육
소크라테스와 아데이만토스는 ... 슬픈 노랫가락을 (수호자들의) 교육의 대상에서 제거해버려야 함은 물론 수호자들이 감상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합의한다.
또한 수호자들은 슬픔에 압도돼서도 안 되지만 쉽게 웃음을 터뜨려서도 안 된다고 말하면서 젊은이들에게 절제를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 뇌물이나 선물을 즐기게 해서도 안 되고 수전노가 되도록 해서도 안 된다는 데 합의한다.
우리의 수호자들은 그들의 기능을 살리고 목적을 수행하는 데에만 전념해야 하네. 국가의 자유를 수호하는 일 이외에 다른 것을 모방하려고 해서는 안 되지.
*수호자들을 위한 교육법 : 음악에 대하여
그 어떤 교육보다도 중요한 것이 음악교육이네. 리듬과 하모니가 올바른 자에게는 우아함을, 그릇된 자에게는 추악함을 깨닫도록 할 테니까 말이네. 또한 그것은 예술이나 자연에 있어 누락된 것과 결함을 알도록 해주네. 그리고 음악을 진정한 안목으로 즐길 때 그의 정신 속에서 발아한 선은 기품 높고 정결해지네. 그리하여 어려서부터 악을 비난하고 혐오하게 됨은 물론 자라서는 오래 사귄 친구처럼 선을 알아보고 환영하게 될 것이네.
육체적인 사랑보다 강렬한 쾌락을 주는 것이 있나?
없습니다. 그것이 가장 강렬합니다.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일까? 아름다움과 질서에 대한 사랑, 곧 절제와 조화로운 것에 대한 사랑 아닐까?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진정한 사랑은 무절제함이나 걱정 같은 것과는 아무래도 거리가 멀겠지? ... 그러므로 우리가 건설하려는 국가에 다음과 같은 규율을 정해 놓아야겠네. 부자간의 친숙성 이상으로 애인을 대하지 말 것, 대할 때도 고상한 목적에 한하되 상대방의 동의를 얻을 것, ...
*수호자들을 위한 교육법 : 체육에 대하여
뛰어난 육체가 정신을 개조할 수는 없어도 뛰어난 정신은 육체를 개조할 수 있다고 보는데, 자네의 견해는 어떤가? ... 그러므로 정신 훈련을 거친 다음 육체에 대해 섬세한 배려를 하는 것이 순서일 듯하네.
식사나 생활태도는 음악과 비견되는 것이네. 복작함은 사치와 병을 유발하지만 음악의 단순성은 정신에 절도를 부여하고 육체에 건강을 부여하네.
무절제와 질병이 만연하면 법정과 병원이 번창하게 될 걸세. 의사나 법률가가 판을 치는 세상이 오겠지. ... 성정이 고약해서 부정에 능한 자들 말이네. 그런 자들은 툭하면 법정에 의지해 죄를 면하려고 하지. 자신의 생활태도를 반성하기는커녕 어떻게 하면 법망을 빠져나갈까만 궁리하면서 일생을 보내는 악취미를 갖고 있지.
특별한 외상이나 유행병 때문이라면 모르지만 우리의 생활습성이나 게으름으로 인해 의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면, 그 역시도 명예스럽지 못한 일이네.
부자들에게 있어 현실은 정반대네. 그들은 하는 일이라고 없이 자신의 건강을 염려해 늘 전전긍긍하지.
아스클레피오스 ... 그는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없는 사람들이나 나태하고 무절제한 자들에게는 치료 의무를 느끼지 않았네. 그러한 치료는 본인이나 국가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여겼기 때문이지.
악한 자는 ... 자신의 척도로 세상을 판단하므로 자신과 같은 부류의 사람들에게는 우위를 과시하지만 선량하고 나이 지긋한 사람 앞에서는 곧 어리석음을 드러내네. ... 그런데 세상에는 선한 자보다 악한 자가 더 많고, 따라서 그런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게 되므로 스스로를 현명한 자로 여긴다네.
모든 기질은 정신에서 연유하네. 완강하고 사나운 기질도 올바르게만 교육하면 용감한 기질로 전화시킬 수 있네. 하지만 이것도 지나치면 완고하고 잔인하게 되네. ... 그런데 음악가나 철학자의 기질은 온순하네. 이것 역시 올바르게만 교육하면 온화하고 절제 있는 기질이 될 것이지만 지나치면 유학하게 되네. ... 그러므로 진정한 수호자라면 이 두 기질을 함께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네.
*누가 통치자가 되어야 하는가 : 통치자의 자격
우선 통치자가 연장자여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겠지? ... 그리고 그들 가운데서 가장 훌륭한 사람이어야겠지? ... 국가 수호를 위해 가장 헌신적인 사람이어야 하지 않겠나? ... 현명하고 슬기로우며 국가에 대한 사랑도 각별할 걸세. ... 국가를 위한 일엔 열성을 다하면서도 그렇지 않은 일엔 초연한 사람 말일세.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자를 뽑되 어려서부터 지켜봐야 한다는 뜻이네. 그리하여 자신의 신념을 저버리거나 잊지 않도록 감시해야 하네. ... 그런가 하면 갖가지 시련과 고통을 주어 시험해 보기도 해야 하네. ... 그래서 그가 성년에 이르러서까지 자기 자신을 지키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그때 비로소 통치자로 임명해야 하네.
교육도 교육이지만 그들에게 속한 모든 것들을 쓰고 활용하는 데 있어 주의를 게을리하게 해선 안 되네. 재산이든 도구든 수호자들의 덕을 훼손하고 국민들을 괴롭히는 장치로 전락하게 해선 안 되네.
그러므로 그들은 꼭 필요한 물건만 갖도록 해야 하네. 집이든 창고든 사유재산을 갖도록 해선 안 되지.
식량이나 보수도 필요한 만큼만 지급하되 연간 소비량 이상으로 주어서는 안 되네. 식사를 비롯한 모든 생활을 공동으로 해야 하고 금이나 은과 같은 귀중품도 가까이하게 해선 안 되네. ... 만일 그들이 사리사욕을 채우고 재물을 모으는 데 맛을 들인다면 그들은 수호자가 아니라 국민의 적이 되고 도둑이 될 걸세.
제4권 정의로운 삶
우리의 수호자들이 경계해야 할 것이 하나 더 늘었네. ... 부와 가난일세. 부는 사치와 게으름을 낳고 가난은 부도덕과 노예근성을 낳으니 말이야.
그들이 훌륭한 교육을 통해 절도 있는 품성을 계발하기만 하면 실천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 일이지.
*훌륭한 국가에 필요한 덕목 : 지혜
*훌륭한 국가에 필요한 덕목 : 용기
*훌륭한 국가에 필요한 덕목 : 절제
극기(克己) ... '더 나은 부분'이 '못한 부분'을 이길 때 자기 자신을 이긴다고 말하는 것 같네.
*훌륭한 국가에 필요한 덕목 : 정의
... 정리하자면, 국민들 각자가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것을 정의라고 할 수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것을 불의라고 할 수 있네.
국가에는 서로 다른 세 부류의 계급이 있고, 이 세 부류의 계급이 자신의 소임을 다하면서 지혜와 용기, 절제의 미덕을 발휘했을 때 그 국가는 정의롭다고 우리는 얘기했었네.
어떤 욕구가 이성에 저항하도록 강요하면, 당사자는 자신을 질책하는 동시에 강요하는 내부의 억압에 분개하게 되지.
우리가 어떤 사람을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가 이성에 따라 고통이나 쾌락을 제어하기 때문이 아니겠나? ... 또한 지혜가 있다는 것은 그 이성에 의해 바르게 지배받을 때 아니겠나?
하지만 정의란 외면적인 일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적인 것과 관련돼 있네. 다시 말해 자신의 내면을 잘 조절하고 지배와 복종, 협력을 마치 조화로운 음정을 통해 아름다운 선율을 이끌어내듯이 변주해내는 일이지. 그러한 것이 절제고 그 절제의 결과물이 인격이라는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