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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름달 Dec 18. 2023

착한 사람 증후군

모두에게 좋은 사람은 없다. 

  요즘 아이들은 크게 싸우지 않는다. 도리어 서로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그래서인지 할 말을 정확하게 하지 못하고 자기표현하는 것에 대해 불안해한다. 호불호가 강한 아이도, 예민한 아이도 부드러운 말투와 얼굴로 무난한 성격으로 포장한다. 누군가에게 싫은 소리를 하거나 강하게 자기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망설인다. 그래서 처음에는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비경쟁식 토론에서는 아무 거리낌 없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녀석들인데 문제가 있을까 했다.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 나쁠 리가 있나. 그러나 어느 순간 자신을 숨기고 있다가 화가 쌓이면 버럭 하는 녀석들을 보았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도 못하면서 눈치 보면서 움찔하는 것을 보았다. 


  '착한 사람' 콤플렉스는 '착한 아이 증후군'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 증후군을 보이는 아이나 사람은 남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거나 착한 사람으로서의 이미지를 유지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압박한다. 문제는 안과 밖이 같지 않다는 것이다. 속으로는 화가 쌓이는 한이 있어도 겉으로는 고분고분하다. 결국 내면과 외면의 모순이 일어나게 되고 참다가 참다가 어느 순간 곁에 있는 사람에게 감정을 왜곡되게 표현하거나 폭발하게 된다. 조커가 된다. 눈은 슬픔에 잠겨있고 심각한데 입꼬리만 묘하게 올라가는, 깨진 거울에서 보는 얼굴처럼 일그러지는 사람으로 변한다. 

아이는 더 이상 감출 수 없어지면 민망해하거나 부끄러워한다. 하지만 그렇게 자란 어른은 자기가 착하다고 믿기에 중심을 잡지 못한다. 책임지지도 못한다. 싫은 소리를 할 수 없기에 어떤 일을 결정할 때도 전할 때도 자기 의견을 감추고 다른 사람을 위하는 것처럼 말한다. 끝까지 좋은 사람으로 남기 위해 본질을 흐린다. 나는 괜찮은데 다른 사람이 불편하다더라, 힘들다더라라고 말한다. 마치 자기 의견이 아닌 것처럼 포장한다. 그러다 보니 사람마다 하는 말이 달라진다. 웃음이 안 나도 웃어야 하니 입꼬리만 올리게 된다. 모두에게 착한 사람이고자 하니 어느 한 사람 하나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결과를 만들어 낸다.  


  누군가는 그렇게 착한 사람은 많은 사람들의 의견에 동의해준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너도 옳고, 너도 옳다'라는 황희정승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대를 그 자체로 인정해 주고 그 의견을 수긍하는 것과 그냥 착한 사람 이미지만 유지하고자 들어주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누구에게나 착하고자 하는 사람은 상대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착하다는 것만 인정한다. 상대를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모두에게 착한 사람으로 남을까를 고민하다가 이도 저도 아니게 될 때가 많다. 결국, 모두에게 욕을 먹기도 한다. 모두에게 착해 보이고자 하다가 모두에게 우유부단하고 책임질 소리를 절대 하지 않는 위선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선함을 이야기하면서 모두에게 착한 사람으로 남을 필요는 없다는 말을 한다. 단단한 내면을 갖기 위해 노력하되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한다. 내 마음이 내키지 않을 때는 선함을 행하지 않아도 된다. 마음이 동하지 않는데 행하는 선함은 마음에 억울함으로 또는 불만으로 남아 쌓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누구에게나 착하고자 하면 결국 방향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자기중심을 바로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사람에게 착한 사람으로 남는 것보다. 우리 아이들이 기준 없이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모호하게 흔들리고, 정확하게 의사 표명을 하지 못하는 착한 사람 증후군을 갖기보다 뚜렷한 생각을 바탕으로 언행일치의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면 좋겠다. 


  착하게 보이는 것이 왜 그리 중요할까. 남의 눈치 보느냐고 자신의 삶이 한없이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사람이 되길 응원한다. 착한 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나를 이상한 교사로 보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착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자신의 인생에 있어 "관"을 세우고, 뚜렷하게 표현하는 사람이 더 당당한 사람으로 다른 사람을 돌아보면서 선함을 베풀 수 있는 여유를 갖는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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