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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름달 Apr 24. 2024

마스크 아이들

마스크에서 걸어 나오길 응원한다.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인해 교육환경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 어느 상황이 와도 비대면 수업을 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추어졌다. 한편, 코로나19는 많은 부분에서 문제점을 야기했다. 그중 한 가지가 바로 마스크 속에 숨은 아이들이다. 답답할 만도 한데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은 쉽사리 마스크를 벗지 않는다. 이유를 물었더니 우선 병에 걸릴까 두렵다고 한다. 불안한 마음도 있겠지만 이미 3년 정도 마스크를 끼고 생활하다 보니 익숙해져서 못 벗겠다는 아이도 있다. 마치 화장을 매일 하는 사람이 생얼굴로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듯이 아이들도 마스크 없이 생활하는 것이 어색하다고 한다. 아이의 개인 취향이고, 편의라는 생각에 작년에는 마스크 벗기를 권하되 굳이 쓰고자 하면 그냥 두었다. 그러나 올해는 약간의 압박을 넣어 벗으라 한다. 어떤 사람은 이런 내가 강압적인 거 아니냐고 하지만 마스크 뒤에 숨어서 관계 맺기를 포기하고 자신을 드러내기를 멈춘 아이의 존재감을 되찾게 하고 싶었다. 인기 드라마 '마스크걸'이 마스크를 쓰면 매력적인 사람으로 당당해지는 것과 반대로 우리 아이는 자신을 있는그대로를 인정하고 사랑하며 당당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꼈을 때의 문제는 생각보다 상당히 많다. 

  첫째, 아이는 자신이 안전하다고 믿는 마스크 속에서 웅크리고 있다. 청소년 도서 <비스킷>에 나오는 것처럼 존재감을 희미하게 만든다. 

"세상에는 자신을 지키는 힘을 잃어 눈에 잘 보이지 않게 된 사람들이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존재감이 사라지며 모두에게서 소외된 사람들. 나는 그들을 '비스킷'이라고 부른다." -<비스킷> 중에서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굳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럼 원래 조용하고, 착실한 아이로 비추어지되 못하거나 몰라도 들키지 않는다. 화가 나도, 불만이 있어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친구들 사이에서도 참을성 많고 차분한 아이로 여겨진다. 결국,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그 속에서 자기 것을 잘 챙기면서 지내는 아이가 있는 반면 자기 안의 동굴을 파고 들어가는 아이도 있다. 어떤 모습이거나 관계적인 부분에서 단절이 된다. 교실에 그 아이가 있거나 없거나 슬프게도 다른 아이들은 금방 알아채지 못한다. 웅크리고 있는 아이를 그냥 두어도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 자체의 존재를 상기시키고 본인이 가진 장점을 빛나게 하고 싶다.


  둘째, 말을 정확하게 하는 방법을 잊어서 전달력이 떨어진다. 마스크를 막 벗은 아이들의 대부분은 복화술을 하는 것 같았다. 발표를 안 하고 넘어갈 수 없는 학급 분위기에서 입술을 움직이지 않고 말한다, 아주 작은 목소리로. 당연히 전달력이 떨어진다. 정확성과 유창성이 떨어진다. 마치 외국어를 처음 배워 자신 감 없이 말하는 것처럼. 그동안은 입에 힘을 주고 입술을 위아래로 움직이는 연습이 필요 없었던 것이다. 아마 굳이 발표를 하지 않아도 조용한 아이라는 프레임으로 인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의사표현을 덜 하면서 괜찮았을까. 마음에 쌓이거나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는 없었을까. 보이지 않게 다른 방법으로 해소하거나 해결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자기 표현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나는 입과 배에 힘을 주고 정확하게 의사표현을 하자고 강조한다. 상황에 따라 자기 입장을 표현하고 전달하기 위한 연습의 과정이며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되는 시간이라 설명하면서 우리 모두 말에 힘을 싣자고 한다. 이런 과정이 자신을 숨겨준 마스크를 벗고 본연의 모습을 찾고 있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과장된 것인지 모르지만 재잘거리면서 농담을 서슴없이 던지고 서로 솔직하게 편하게 말하는 아이들이 더 사랑스럽다. 


  우리 반에서 요즘 많이 하는 말은 "복화술 금지" 다. 어떤 의미로 하는 잔소리인지 알고 있기에 피식피식 여기저기서 웃음이 삐지고 나온다. 마스크를 벗는 것을 어색해하는 녀석들도 꽤 있다. 그래도 마치 숨바꼭질에서 두근두근거리는 불안한 마음을 갖고 숨어있다가 술래한테 들킨 후 후~하고 한숨을 내쉬며 안심하는 것처럼 편안해진 부분도 있는 듯하다. 어쩌면 누군가 찾아내주길 기다렸는지도 모르겠다. 살짝 등을 밀어서 용기를 주길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마스크 뒤에 숨어 웅크리고 있는 아이의 손을 잡아 나오게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의 개성과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마스크를 벗으니 더 드러난다. 존재감이 없어서 편한 것도 있겠지만 자기 자리에서 당당하게 표현할 줄 아이가 되길 바라게 된다. 아이가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알고, 한걸음 나아가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마스크에서 이제는 당당히 걸어 나오길 기다리면서 많은 격려를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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