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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름달 Jul 17. 2024

공치사

공치사는 치사하다. 그래도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상대를 위해 한 일을 스스로 칭찬하고 자랑하는 사람을 눈꼴셔한다. 공치사하는 사람을 보면 겉으로는 기분 나쁜 티를 내지 않으려고 하면서도 이미 얼굴에는 불쾌함이 한가득이다.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애써 해 놓은 것에 대한 허무한 감정에,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공치사할 수 있음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잘난 척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도리어 자존감이 떨어져서 반복해서 물음으로 안심하는 것이다. 그래도 내가 잘 살았다고, 잘하고 있음을 확인받고 싶어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런저런 마음으로 공치사하는 사람을 이해해 보고자 해도 만날 때마다 하는 그러는 사람은 역시 피하게 되긴 한다. 공치사가 사람을 얼마나 없어 보이게 하는지 알면서도 요즘 공치사에 바쁘다.


  언제부터인지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내가 준비하거나 산 것에 대해 생색낸다. 실과 수업만 해도 그렇다. 파우차 키트의 본격적인 바느질에 앞서 바늘구멍에 실 넣는 것부터 가르쳐야 함을 깨달았다. 바로 파우치를 한쪽 구석으로 밀어 넣고 집에 와서 안 입는 두꺼운 면 옷을 찾아 조각조각 반 아이들 수만큼 잘랐다. 하필 잘 드는 가위가 없어서 잘라놓고 보니 너덜너덜하고 꾸질꾸질했다. 연습용이니까 괜찮겠지 하면서 들고 가서 한쪽에 잘 두었다. 바느질을 시작하기 전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던 녀석들이 매듭짓기를 배우고 확인받은 사람만 연습용 천을 고를 수 있다는 말에 눈에 불을 켜고 매듭짓기에 집중했다. 너무 꾸질해 보여서 잘라온 천에 대해 생색을 낼 수 없어 안타까워하는 중이었다. 안달이 나던 참에 아이들이 열을 다해 천을 고르는 것을 보고 어깨에 뽕이 잔뜩 들어갔다.


   "선생님 딸이 올해 아이들이 특히 더 예쁘냐고 묻더라고요. 옷을 골라 자르는 수고를 들이는 것을 보니 아이들을 다른 때보다 더 예뻐하는 것 같다면서."


순간, 보기에도 민망한 그 꾸질꾸질한 천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에 감동이 피어났다. 바느질 가르치는 노하우가 생겨서 미리 연습시키고자 준비한 것인데도 그렇게 공치사를 했다. 뭐, 그뿐이랴. 사비로 간식을 살 때마다 감사인사를 챙겨 받는다. 이런 선생님 어디 없다면서, 이렇게 생각하고 사랑하면서 돈을 아끼지 않는 선생님 만나기 힘들다고 하면서 말이다.

나라고 처음부터 아이들에게 공치사를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풍족한 생활을 하는 우리 아이들은, 부모님이나 다른 어른이 해주는 많은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 같았다. 그래서 시작했다, 공치사를. 물론 아이들이 더 열심을 내길, 최선을 다하길 바라는 마음도 없지 않아 있다. 내가 들인 시간과 경제적인 공을 생각한다면 조금 더 성의를 보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다. 상대의 공을, 정성을 안다면 허투루 대강 쓰윽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착한 마음을 건드리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같은 공간에 있는 그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표현하는 기회로 삼는다.


  공치사는 치사하다. 그래도 한다. 지니치면 모자란 것만 못하겠지만, 아이가 부담을 느끼지 않되 감사한 마음이 생길 정도만 한다.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지 않을 정도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로에게 진심이 닿을 정도만, 그래서 각자의 위치에서 조금 더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길 정도만 해야 한다. 세상에 당연한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사소한 것에 감사하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것에 열정을 다하길 바라며 오늘도 욕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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